김은정 기자 |
"버니 샌더스, 에너지 넘치는 록 스타(rock star) 같지 않나?"
12일(현지 시각) 미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자인 버니 샌더스의 워싱턴 DC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사마리아(여·23)는 "73세라는 신체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양팔을 휘저으며 연설하는 샌더스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너무나 열정적"이라고 했다. 사마리아는 작년 가을부터 거의 매일 사무소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82㎡(25평) 남짓한 사무소엔 상근 스태프 없이 수업을 마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북적였다.
20~30대 젊은이들이 미 대선 레이스 초반에 '샌더스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첫 경선지인 1일 아이오와의 경우 30세 미만 유권자의 84%가 샌더스를 찍었고, 9일 뉴햄프셔에서도 이 그룹은 샌더스에게 85%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지난 12일 발표된 로이터통신 전국 여론조사에서 35세 미만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57.1%가 샌더스를 지지했다. 힐러리는 35.8%에 머물렀다.
젊은이들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기존 정치권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강한 이들의 정서가 샌더스의 사회주의적 이념과 코드가 통한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4월 하버드 정치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 젊은 층의 정부 신뢰도는 25%에 불과했다. 월 스트리트에 대한 신뢰도도 12%에 그쳤다.
조지타운대 학생회관인 리비 센터에서 만난 라이언(18·경제학)은 "우리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월 스트리트가 얼마나 부도덕하고, 많은 특혜를 받았는지 목격했다"며 "상위 1% 부자들만을 위한 경제를 고치겠다는 샌더스를 응원한다"고 했다. 매월 30달러씩 샌더스에게 후원한다는 나탈리(여)는 "샌더스는 국민의 소액 후원만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 대변자로서 월 스트리트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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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후보가 지난 1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코커스(당원대회)가 끝난 뒤 그에게 환호하는 젊은 지지자들에게 불끈 쥔 주먹을 치켜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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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정책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학생회관 안내 데스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멜리사(여·20)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 이렇게 일을 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고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며 "샌더스의 무상 등록금 정책이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저임금 2배 인상, 전 국민 건강보험 등의 정책도 호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일부 학생은 '포퓰리즘'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영문학과 켈리(여·20)는 "샌더스는 사람들이 좋아할 말만 하고 있지 않으냐"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샌더스는 여대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대학생 앤(22)은 '힐러리를 통해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같은 여자니까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우리는 후보의 성별만 보고 투표할 만큼 멍청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같은 여성이면서) 힐러리를 돕지 않는 여성을 위해선 지옥에 공간이 마련돼 있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힐러리의 여성 대통령 마케팅은 '금녀(禁女) 구역은 없다'는 유산을 물려주고 싶어하는 중년 여성 유권자에게만 어필하고 있다"고 했다.
몇몇 학생들은 "힐러리가 별로여서 샌더스를 찍으려 한다"고 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 로스쿨 학생 제이슨(29)은 "힐러리는 기성 정치권의 부품 같다"며 "그동안 고치지 못한 문제들을 아웃사이더 샌더스에게 한번 맡겨 보고 싶다"고 했다.
이 젊은이들은 SNS 공간에서 활발하게 샌더스를 돕고 있다. 샌더스의 페이스북 팔로어는 280만여명으로 힐러리(245만여명)를 앞선다. 작년 11월 워싱턴 DC의 샌더스 지지자 80여명은 한 인디 밴드가 샌더스에게 헌정한 노래('Feel the Bern')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작년 여름부턴 집 앞마당이나 벽에 샌더스 응원 이미지를 그려 SNS에 올리는 캠페인도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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