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절할 때마다 걸었다. 걷다 보면 기운이 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면 또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을 만나면 무조건 나가서 매일 한 시간씩 걸으라고 조언한다. 걸을 기력조차 없겠지만 그럴수록 더 걸어야 한다."
2. 독서의 힘은 생각하는 힘이다.
종이 위에는 『무기여 잘 있거라』 『금강경』 『사회계약론』 등 121권의 도서 목록이 적혀 있었다. 책이라곤 읽어본 적 없던 소년은 그때 이후 달라졌다. 1년 동안 그 책들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하고 싶은 게 생겼다. 생각의 폭도 넓어졌다.
“생각하는 능력이 생기자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선생님의 사소한 관심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거예요. 미국에 이민 올 때도 이 책들은 챙겨왔어요.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죠.”
3. 원하는 것이 있다면 100일간 매일 100번씩 쓴다.
“진정으로 바라는 목표가 생기면 100일간 매일 100번씩 쓴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8번을 했는데 8번 모두 성공했다. 쓰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목표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목표가 아니다. 간절히 원하는 목표는 쓰다 보면 방법이 보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우리는 누군가의 상상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건물, 휴대전화, 자동차 모두 누군가 상상해서 만들어낸 것들이다. 상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만들 수 없고 남의 상상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인수하고 싶은 매장이 있으면 매일 아침 매장 앞에서 “저건 내 거다”를 100번씩 외친다. 또 다른 습관은 매년 명함 만한 종이에 목표를 적곤 한다. 그리고 매일 들여다보며 외친다. 1년쯤 지나서 보면 적어도 3분의 2는 이뤄져 있다. 그러면 지우고 또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4.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내가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학교에 들어가든, 어떤 직업을 갖든 중요한 건 스스로 생각하는 거다.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얻게 되면 어떤 문제나 실패 앞에서도 당당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꿈을 꾸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인생의 수학은 미묘해서 공식이 없다. 남을 누른다고 내가 이기는 것도 아니고 내가 졌다고 상대가 이긴 것도 아니다. 누군가 날 행복하게 해주길 바란다면 불행해지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려 하면 내가 행복해지니, 이런 방정식은 세상에 없다. 살다보면 베푼 것을 잊고 있을 때 돌아오고 찾으러 가면 멀리 간다. 많이 가지려 하면 오히려 적게 잡게 되고 적게 잡으려 하면 오히려 늘어난다. 나를 딛고 담장을 넘어가라고 어깨를 내밀면 오히려 품에 들어오고 품으려 가둬버리면 달아난다.”
인생을 달관한 듯한, 체험 속에서 우러난 통찰과 에스프리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를 통해 만남을 요청했다. 몇 차례 조율을 거쳐 지난 3월10일 교보문고 강남매장 안의 커피숍에서 그와 둘이 마주 앉았다.
책 속에 빛나는 문장들이 많더라. 『생각의 비밀』, 『김밥 파는 CEO』, 『자기경영 노트』 등 책도 여러 권 냈는데.
부끄럽다. 나름 철학자 흉내를 내 봤을 뿐인데.(웃음)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때문에 책을 읽게 됐다. 우연히 삼중당에서 나온 문고판 책을 한 권 주워다 책상 위에 놓아뒀는데 지나가시다가 묻더라. “니 책 읽나?”(웃음)
교사 되고 갓 부임하셨는데, 되게 열정이 있으셨다. 대답도 못하고 그냥 쭈뼜쭈뼛하고 있었더니 교무실로 부르셨다. 그리고는 200권의 책 제목이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네셨다. 그때까지 제가 어른들이나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눈에 띈 적이 없었다. 난생 처음 관심을 받아본 거였다. 그렇게 읽을 책 목록까지 써서 주신 선생님이 고마워서, 그 책들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다윈의 『종의 기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 등 세계 고전과 한국 고전을 그때부터 하나 하나 읽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어려운 책들이었다. 그런데 3학년 때까지 그 책을 거의 다 읽었다. 그때부터 책읽기를 즐긴다. 지금도 지식을 쌓기 위해 책방에서 가격표를 보지 않고 맘껏 책을 들고 나올 때 ‘부자로서’ 행복을 느낀다. 내가 추론하는 힘,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버릇은 책읽기에서 키워졌다.
회사 이름이 스노우폭스라니, 뭔가 사연이 있을 듯 하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 백 씨 성을 가져서 ‘백여우’란 별명으로 불리던 여자 아이가 있었다. 천성적으로 밝고 웃음 많던 소녀는 자신과 닮지 않은 백여우라 불릴 때마다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결혼한 후 어린 시절에 별명 때문에 속상했던 기억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남편은 자신의 새 사업을 구상하다 유쾌한 장난을 치기로 한다.
깨끗하고 단정한 매장 이미지를 가진 도시락 매장을 오픈해 앙증맞게 귀엽고 섹시한 로고를 만들어 이름을 SNOWFOX(백여우)라 부르고 전세계에 퍼뜨린 것이다. 이제 아내는 더이상 백여우라 불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게 됐다. 단점을 공개하면 더 이상 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남편의 장난과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백여우를 섹시하고 밝고 깨끗한 의미로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회사의 모든 여성 직원들도 백여우로 불리어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루에 100번씩 100일간 써보라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 김승호 회장. 강연을 할 때면 ‘100일 동안 100번 쓰기’를 강조한다. / 스노우폭스 제공
그의 사업체 스노우폭스의 탄생 배경이다. 그의 홈페이지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와 있다. 김승호 회장은 애처가다. 대학 1학년 때 고등학교 1학년 아내를 만난 그는 아내와 사귀기도 전에 매일 100번씩 편지를 썼다고 했다. 그렇게 100일간 썼더니 소원이 이뤄져 결혼에 골인했다. ‘의지의 한국인’이다. 목표를 정하면 그 내용을 하루에 100번씩 100일간 손글씨로 쓰는 그의 ‘특별한 성공비결’이 시작됐다. 그는 이 방법으로 인생에서 무려 7번이나 꿈을 이뤘다고 했다.
상투적인 질문이다. 어떻게 성공했나?
저는 그냥 평범하다. 원래 성공하는 사람은 비범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할 뿐이다. 사회는 학교와 달리 국영수를 잘해야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얼마나 깊고 진지하고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미래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만이 목표를 이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 경우는 그것이 100번 쓰기였다.
그런데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7번 실패하고 나서야 스노우폭스로 성공했다.
1987년 중앙대 3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시도한 사업마다 실패했다. 이불가게, 지역 신문사, 증권·선물회사, 한국식품점, 컴퓨터조립사업, 건강식품점 등 벌이는 사업마다 망했다. 그런데 포기가 안 되더라.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는 내가 크게 성공해서 돈을 벌게 될 거라는 데자뷰(기시감)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업에 실패하면 완전히 바닥에 내려갔다가 한 이틀쯤 절망하고는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났다. 아내의 지지도 큰 힘이 됐다. 보통의 아내들이라면 한번 실패하면 ‘어디 가서 일이나 찾아보라’며 말릴텐데 아내는 계속 해보라고 했다. 7번째 사업에 실패하고서 아내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아내가 말했다. “내가 나가서 웨이트리스 할 테니 다시 도전해 봐요.”
실패할 때마다 성공으로 가는 문은 다가오는 것이다. 왜냐? 더 이상 실패할 이유들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저는 7번의 사업 모두 다른 이유로 실패했다. 나중에 그게 큰 경험이 되었다.
사업가 김승호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수퍼마켓 식품관 한 코너에서 김밥을 만들어 파는 사업이었다. 2005년 그는, 텍사스 주 휴스턴에 스노우폭스라는 ‘그랩&고(Grap N Go)’개념의 매장을 세계 최초로 열었다. 김밥과 스시 도시락을 판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음식을 만들어 진열대에 놓으면 자기가 먹을 걸 선택해 계산한 후 들고 나가는 시스템이다. ‘편의점과 식당의 중간 모델’이다. 임대료가 높은 도심이나 공항 등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하는데 회전율이 빠를수록 수입이 그만큼 늘 수 있다.
그는 첫 매장을 오픈하면서 책상 위에 미국 전도(全圖)를 올려놓고 주요 도시 300곳에 점을 찍었다고 했다. 이메일 비밀번호도 ‘300개매장에주간매출백만불’로 바꾸었다. 모두가 미쳤다며 비웃었지만, 그는 확신했다. 6년이 지나 그는 비밀번호를 ‘3000개매장에연간매출10억불’로 바꿨다.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서울 강남의 뱅뱅사거리에 스노우폭스 첫 한국 매장을 오픈했다.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 김승호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 가족. 앞줄 왼쪽이 스노우폭스의 주인공인 그의 아내다. 윗줄 왼쪽부터 막내 태훈, 첫째 태송, 둘째 태준. / 김승호
한국에 있는 스노우폭스 매장은 잘 운영되는가.
안될 수가 없다. 우리는 불경기모델이다. 지금 한국에 8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앞으로 40~50개 정도로 늘려서 연간 3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와 매장 임대주는 착취 구조가 아니라 동업자 관계다. 비싼 임대료를 내도 이익을 보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 책임이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내게 하는 것도 제 책임이다.
회사 운영도 남다르다고 들었다.
조용하게 관리한다. 노자철학을 적용해 있는 듯 없는 듯한다.(웃음) 제가 관여하는 7개 회사의 경영을 7명의 사장들에게 위임해놓았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그 분들과 카톡방에서 보고 받고 협의만 한다. 제가 결정하는 것은 딱 3가지다. 증자에 관련된 것, 임원 인사, 신규사업 진출이다. 저는 생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제 인생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한국을 자주 찾고 있는데.
중앙대학교 외식산업경영아카데미에서 4학기째 강의한다. ‘성공한 사업가의 최고 선행은 자신의 성공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는 평소 제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제 강의는 ‘사장을 가르치는’ 일이다. 젊은 사업가들이 제가 한 실수를 하지 않고 사업을 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다. 비즈니스에도 테크닉이 있는데, 기업인들이 터놓고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 경쟁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나서 연매출 100억원, 200억원 정도 되는 사장은 정말 답답해한다. 물어볼 데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하다보면 고비 때마다 일정한 패턴이 있다. 직원이 10명 정도 되면 사장이 직원들에게 일일이 업무를 다 얘기해줘야 한다. 힘든 시기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가족이 회사로 들어온다. 그러다 직원이 30명쯤 되면 ‘창업공신’의 반란이 일어난다. 생사고락을 같이한 가족과 다른 직원들 간에 격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직원이 50~100명 되면 이제는 자본과 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 때는 도덕성, 공정성이 반드시 개입돼야 한다. 저는 직원 1명에서부터 수천명까지 이 과정을 다 겪었다. 그래서 강의 시간에는 100억 매출 시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난관, 500억원과 1000억원 매출 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 등 주로 실무적인 내용을 토론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생사가 걸린 비즈니스 현장 교육이다. 당연히 비공개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호암어록』에는 “부자 옆에 줄을 서라. 삼밭에 가야 산삼을 캘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 그의 강의를 듣고자 찾아온 이들도 그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서일 것이다.)
‘선한 영향력’과 ‘자기결정론’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은 사업가 김승호의 드라마 같은 성공 스토리이면서 동시에 인생 전반에 대한 그의 통찰을 담은 ‘생각노트’다. / 스노우폭스북스 제공
강의를 듣는 사장들이 가장 귀기울여 듣는 대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강의를 듣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의 중견기업, 외식업체 사장들이다. 그런데 이 분들이 특히 공감하는 키워드가 ‘선한 영향력’이다. 사업을 하는 목적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라는 말에 굉장히 공감하더라. 사장들은 사업 초기에 마음먹었던 선의를 잃지 말고 직원, 고객, 협력사는 물론 경쟁사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 하나는 ‘자기결정론’이다. 돈을 벌면 뭐가 좋은가 하면, ‘내가 안할 수 있는 자유와 할 수 있는 자유’를 동시에 구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에 굉장히 공감한다. 저는 기업가가 기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선의의 의도를 가진 사업가를 키우기 위해 사장 가르치는 일을 자처했다.
기업가로서의 마인드뿐 아니라 삶의 모든 행위에 있어 그의 태도는 남다르다. 그는 지극히 이타적인 행위가 지극히 이기적인 결과를 준다는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를 존중하고 함부로 상대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만물과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 그 영향이 파동처럼 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존중하는 데서 나아가 함께하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이타적인 사상, 이웃사랑 철학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가장 이타적인 행동이 가장 이기적인 성공 비결’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선의로 어떤 일을 열심히 하면 사업이 더 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제 목표 중의 하나는 100명의 주변 사람 백만장자 만들기다. 아주 영악한 목표다. 이 분들을 백만장자로 만들려면 저는 억만장자가 돼야 하니까.(웃음)
강연에서도 ‘100일 동안 100번 쓰기’를 강조하는가.
그렇다. 절실한 생각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면 자기의 절실한 그 목표를 글로 적고 이미지로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100번을 써야 한다. 요즘 이 방법을 굉장히 많이 따라한다. 대전에 있는 어느 여학교의 학생 수천명이 학교 강당에 자기가 쓴 것을 다 붙여놓고 저를 초대한 적이 있다. 인터넷으로 옷가게를 하는 사장님이 고객들과 카톡방을 열어놓고 100번 쓰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100번을 쓰면 그 목표가 머릿속이 아니라 내 몸속에 들어온다. 목표가 명확하면 그 목표의 발원지와 연결점이 보인다. 목표와 관련된 사람과 인연, 헤쳐나가야 할 환경을 알게 된다. 그러니 써야 한다. 쓰다가 실패하면 나한테 그렇게 절박한 게 아닌 것이니 그것도 괜찮은 것이고, 써보고 기억해놓으면 인생에 평생 그런 것 한 번도 안해 봤으니 내 몸에 각인된다. 그러면 그게 이뤄질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제가 아들만 셋인데, 사업한다고 돈 빌려달라고 해도 안 빌려준다. 진짜 하고 싶으면 100번을 써보라고 한다. 쓰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한다.(웃음)
한번은 한국의 젊은 친구가 저보고 ‘어떻게 하면 성공하느냐?’고 묻는데, 허리부터 펴라고 야단을 쳤다. 어깨 딱 펴고 허리 펴고 반듯한 자세로 당당하게 물어보라. 물어보는 이의 자신감 속에 이미 답이 있는 것이다. (그가 쓴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이 지난 5년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거나 더 행복해졌다면 그 가치나 행복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을 소망하고 원하고 노력했기에 바뀐 것이다.”)
5년 내 미국 400대 부자 순위 진입이 목표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의 ‘사장론’을 듣고 싶다.
출입국 신고서에 제 직업을 ENTREPRENEUR라고 적는다. 저는 기업가다. 제 기업의 대표, 즉 사장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은 사장이다. 자신이 내 인생의 사장이라고 인지하는 순간, 자신의 문제로 남을 탓하지 않게 된다. 아무도 내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재벌 2세가 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동쪽에서 귀인이 나타나지도 않는다. 모든 일은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는 순간 세상은 우리를 위해 일어선다.
성공하고 싶다면, 닮고 싶은 그 사람을 찾아가 물어라. 나보다 뭔가 잘한 사람이 있으면 만나자고 부탁하고 찾아가라. 제가 아는 수많은 자수성가한 사람들 역시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성공하고 싶다는 소망만 품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 목표와 함께 이룰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품고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는 것이다. 목표를 정해 노력한다면 결과는 두 가지뿐이다.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이다. 성공하면 그 길로 계속 가면 된다. 만약 실패해도 좀 더 현명한 사람이 되어 다시 도전하면 된다. 손해볼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행동하지 않을 때만 손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결심한 지금 즉시 목표를 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포브스 400대 부자 진입이 다음 목표라고 했는데, 몇 년 남았나.
지금 재산으로는 미국에서 1400위쯤 된다. 5년 안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00대 부자 순위에 오르고 싶은 이유는 제가 존경하는 명사나 부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다. 400대 부자는 이들을 만나는 데 유용한 타이틀이다. 이미 검증된 부자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미국 사업가들과 일본 출장을 함께 간 일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LA 공항에 도착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같은 방향이면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자가용 비행기를 대기시켰더라. 당시 8명의 동행자 중 두 사람이 포브스 400대 부자였다. 그때부터 그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하루 100번씩 100일을 쓰셨나보다. 그런데 포브스가 부자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인 게, 다들 매우 겸손하시더라.
크게 성공하면 자기 능력이 아닌 걸 안다. 사업을 해본 사람은 알지만, 한번 성공했다고 똑같은 방법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시대의 흐름과 환경, 문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다 잘 연결될 때라야 성공한다. 그래서 큰 부자는 자연히 겸손해지게 된다. 내 능력으로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한번 성공하면 자기가 대단한 줄 안다. 고급차에 운전기사에, 대접받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러고보니 김 회장은 너무 평범해서 4000억대 부자 같지 않다.
사실은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우리 부부도 모른다. (웃음) 물론 휴스턴에 큰 집과 좋은 차가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은 그냥 평범하다. 자가용 비행기도, 요트에도 관심 없다. 오늘도 강의 끝나면 전철 타고 숙소로 갈 거다. 먹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맥도널드 버거로 해결하기도 하고 오늘처럼 커피숍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딱히 절제하거나 돈을 아끼려는 게 아니라 그냥 생활 습관일 뿐이다. 오히려 한국에 오면 ‘의전’ 때문에 불편하다. 한국은 회사 앞에서 여직원과 마주치면 엘리베이터 버튼 문 잡고 기다려준다는데, 그런 경우라면 저는 제가 문잡고 기다려준다.
자수성가한 미국의 명사 오프라 윈프리는 “비록 나는 부의 축복에 감사하지만 부로 인해 내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내 발은 아직 땅을 딛고 있다. 단지 좀 더 좋은 신발을 신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김승호 회장도 그와 다르지 않은 듯 했다.
그는 이번에 낸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책에 “나는 이 책 안에 나의 모든 가치관을 담았다”고 써놓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을 읽은 한 독자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필요한 내용만 있으면서 정말 알찬 책. 몸집만 키운 커다란 보디빌더의 근육이 아닌 응축되고 응축되어 잔근육으로 꽉찬 이소룡의 근육 같은 책”이라고.
부자라서 행복한가? 아니 다시 묻자.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는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은 돈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하느냐는 관점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관점으로 바꿔야 맞는 질문이다. 돈으로 행복을 사는 나만의 몇 가지 노하우를 공개하고 싶다. 상품이나 물건보다 경험이나 지식을 사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필리핀에 간 적이 있다. 필리핀에서 사온 물건들은 뭐였는지 기억도 없지만 세부의 푸른 바다와 그에 어울리는 하늘색, 그리고 해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던 곳에서 동네 아이들이 바다로 뛰어들던 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왜냐? 경험은 감정을 일으키지만 가방이나 자동차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어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제가 무엇보다 부자로서 짜릿한 기쁨을 느낄 때는 ‘부자라도 부자로 살지 않을 때’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가방을 둘러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요즘 유행하는 영화를 보고 근처 공원에 들리는 일이다. 행복은 이미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 돈은 행복을 도울 뿐이다. 내가 돈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고 돈이 나를 주인으로 모시게 만든다면 돈은 얼마든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살면서 얼마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가.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사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부자가 되는 것은 행운, 유산, 노력 등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부자로 사는 것은 순전히 세상 순리에 대한 공부다. 위인은 위대한 일을 해서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을 소홀히 하지 않기에 위대해지는 것이다. 부자가 부를 모으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거나 유산을 상속받아서가 아니라 돈을 대하는 소박한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부를 인격체처럼 생각하면 내가 부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매 순간 혹은 모든 영역에서 저절로 답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살려고 한다.
자녀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어릴 때부터 뭔가 유난히 잘해본 적도 없고 학교 성적도 뛰어난 적도 없다. 고등학교는 겨우 들어갔고 대학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았고 이민을 핑계로 중퇴했다. 돌아보면 저를 성공으로 이끈 행동들은 모두 평범한 것들이었다. 저는 모임이 정해지면 제 시간에 도착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구두를 닦아 신고 다녔다. 사람을 기다리게 하지 않았고 코털이 보이지 않게 주의했다. 언제나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런 것들로 제게 자본이 없음을, 학위가 없음을, 가난함을, 경험 없음을, 소심함을, 부끄러움을, 모자란 지식을 대신했다. 저는 성공이 비범하거나 대단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평범한 일을 비범한 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 쓴 것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역시 평범함이다. 제가 잘한 것은,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끈기 있게 했다는 것이다.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끈기있게 행하라
만남 내내 그는 뜸들이지 않았고, 진솔했고, 시크했다. 그의 주장은 조용했지만 명쾌하고 단단했다. “생각의 힘을 믿어라,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지금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스스로의 운명을 만든다….” 우리가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평범한 것들을 그는 몸으로 실천해낸 것이다. 김승호 회장과의 만남은 유쾌했다. 넓은 세상을 주유(周遊)하고 온 사람이 폼 잡지 않고 들려주는 잔잔한 성공담이었다.
“새로 만난 사람은 갓 구운 빵이다.” 그의 책 속에 담긴 한 구절이다. 지금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누군가에게 갓 구운 빵으로 살고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인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평범하다.
- 나권일 기자
[박스기사] 사장들에게
● 사장이 된다는 것은 회사의 모든 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 불경기도 사장의 책임이다. 불경기에 잘 될 비즈니스를 선택하지 않았거나 불경기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직원이 횡령을 해도 자기 책임이다. 횡령할 수 있는 구조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 직원들끼리 싸워도 자기 책임이다. 그런 사람을 뽑았고 영역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책임이다.
● 자본이 모자라도 자기 책임이다. 자본관리에 미숙했거나 자기 입보다 더 큰 물고기를 삼키려 했기 때문이다. 직원으로 일하는 사장들도 마찬가지다.
● 내 급여가 오르지 않는 것은 내 책임이다. 사장에게 내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인색한 사장을 만나 고생하는 것도 자기 잘못이다. 그 회사를 살리고 죽일 능력을 보여주면 아무리 인색한 고용주도 벌벌 떨기 마련이다.
-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에서 발췌


[최고의 유산] 재미 기업인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 가족
도시락 전문점인 스노우폭스 강남점에서 만난 김 회장, 매장 문에는 얼마 전 화제가 됐던 ‘공정서비스 안내’가 붙어있었다.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고객은 내보내겠다’는 내용이다. [김경록 기자]
김 회장 부부와 세 아들. 윗줄 왼쪽부터 막내 태훈, 첫째 태송, 둘째 태준.
네가 진짜 원하는 걸 찾아라, 그럼 실패도 두렵지 않단다
미국 이민 후 20년간은 끝없는 실패의 연속
매일 100번씩 목표를 쓰면 결국 이뤄지더라
11개국 1200여 개 매장 운영하는 식품회사 키워
의대 그만두고 7개월 노숙한 아들 안 말려
부모의 꿈을 주입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다시 일어서
사업 실패 후 홀로 미국으로 간 아버지는 빌딩 청소부가 됐다. 가족들과 재회하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100일간 의자에 앉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심을 지켰다. 불법체류자 신분이었지만 혹독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가족과 함께 살 준비를 했다. 7년 후 불법체류자 전면 사면으로 영주권을 얻은 아버지는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왔다. 그때 미국으로 건너간 아들은 30여 년이 흐른 후 매출 3500억원, 자산 4000억원을 소유한 기업인이 됐다. 11개 나라에 1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재미 기업인 짐킴홀딩스(JFE) 김승호(51) 회장이다. 김 회장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100일 동안 100번 쓴다. 그러면 길이 보인다. 가족은 그의 가장 큰 힘이다. “아버지는 나보다 더 나를 믿어주셨어요. 제가 성공했을 때나 실패했을 때나 한결같이.”
매출 ‘0’…15년 전 또 회사를 접었다
아버지 김주옥씨(앞쪽)와 김 회장, 김 회장은 아버지의 믿음이 가장 큰 응원이었다고 한다. [사진 김승호]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는 자금 부족으로 사업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장남인 김 회장이 16세였던 1980년이었다. 대학에 진학한 김 회장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러다 대학 3학년 때인 87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한국에서 먹고 살기가 막막했어요. 돈도 없고, 배경도 없고, 사업하고 싶은데 하는 방법도 없을 것 같아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행을 선택했죠.”
처음엔 아버지가 일하는 식료품 가게에서 담배를 팔았다. 그 후 20년간 컴퓨터 조립 회사, 증권거래 회사, 지역 신문사, 이불 가게, 유기농 식품점 등 다양한 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김 회장은 “이민 후 20년간은 끝없는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2000년에 운영하던 유기농식품 회사가 실패했을 땐 많이 울었다. 매장을 할부로 인수하고 다달이 갚는 오너 파이낸싱 방식으로 건강식품 매장을 인수했다. 직원 수가 50명이 넘는 꽤 큰 매장이었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고 소비 심리가 추락하면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증까지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후 매장 앞 도로 확장공사가 시작됐다. 절반으로 떨어진 매출액이 다시 0을 기록했다.
“망하기 이틀 전, 아버지가 현금 5000달러를 봉투에 담아 들고 오셨어요. 어머니가 미국에 온 후 조금씩 모았던 비상금이었죠. 아버지는 내일 닫을지 오늘 닫을지 모르는 회사의 고장 난 문고리를 고쳐야겠다며 장도리를 들고 오셔서 직접 문고리를 수리하셨어요.”
결국 직원들에게 마지막 급여를 주고 회사 문을 닫던 날, 아버지는 담담하게 ‘기운 내라’고 했다. “어차피 우리 가족이 미국에 올 때 빈손으로 오지 않았냐. 몸만 상하지 않으면 됐다. 그간 먹고 살아온 게 번 거다”라며 아들을 위로했다.
대학 시절 김 회장이 한눈에 반한 아내 백미영씨(왼쪽). [사진 김승호]
“그 길로 집에 돌아와 아내의 무릎에서 소리 내 울었죠. 그랬더니 아내가 ‘괜찮아. 또 해봐. 내가 식당 종업원이라도 해서 애들하고 먹고살면 돼’라고 하더라고요. 엉엉 울고 다시 시작했어요.”
선생님의 작은 관심, 나를 바꾼 삼중당 문고
어린 시절 김 회장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고, 학교에선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달라진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다. 그에게 관심을 가져준 담임 정진호 교사 덕분이었다.
“어느 날 등굣길 버스 안에서 삼중당 문고 한 권을 주웠어요. 이광수의 『사랑』이었죠. 그 책을 책상 위에 올려뒀는데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교무실로 오라고 하시더군요. 혼날 때 말고 다른 일로 교무실에 간 건 그게 처음이었어요.”
그에게 정 교사는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삼중당 문고 중 추천할 만한 책을 적은 종이였다. “초·중·고교를 통틀어 나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져 준 최초의 선생님이셨죠.”
종이 위에는 『무기여 잘 있거라』 『금강경』 『사회계약론』 등 121권의 도서 목록이 적혀 있었다. 책이라곤 읽어본 적 없던 소년은 그때 이후 달라졌다. 1년 동안 그 책들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하고 싶은 게 생겼다. 생각의 폭도 넓어졌다.
“생각하는 능력이 생기자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선생님의 사소한 관심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거예요. 미국에 이민 올 때도 이 책들은 챙겨왔어요.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죠.”
그때부터 현재까지 그는 지독한 독서광이다. 아무리 바빠도 매년 약 60권의 책을 읽는다. 집에도 소파, 화장실, 침대 머리맡 그의 손길이 닿는 모든 곳에 책이 있다. 출장길에도 반드시 책을 챙긴다.
그는 ‘아들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글로도 유명하다.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과는 동업하지 말거라,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모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 가까운 친구라도 남의 말을 전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속을 보이지 말아라, 그 사람이 바로 너의 흉을 보고 다닌 사람이다 / 너의 자녀를 키우며 효도를 바라지 말아라, 나도 너를 키우며 너 웃으며 자란 모습으로 다 받았다’ 등 그가 2002년 썼던 아들에게 주는 말 26가지는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파트너 때문에 망한 적이 있어요. 내가 살면서 느끼고 알게 됐던 것들을 세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 내용은 후에 책 『아들에게 주는 교훈』(개정판 『자기경영 노트』)으로 출간됐다. 그는 “사소한 시간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이 사업상 중요한 약속을 지킬 리 만무하다”며 “그런 사람을 조심하라는 의미이자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김승호 회장이 세 아들에게 쓴 편지. 이 편지의 내용은 2002년 ‘아들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후 이 내용은 동명의 책 『아들에게 주는 교훈』(개정판 『자기경영 노트』)으로도 출간됐다. 그 내용 중 일부를 김 회장이 직접 손으로 써서 강남통신에 보내왔다.
풍족하게 키우는 대신 꿈을 키워줘라
-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경험했다. 어떻게 실패를 극복했나.
“좌절할 때마다 걸었다. 걷다 보면 기운이 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면 또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을 만나면 무조건 나가서 매일 한 시간씩 걸으라고 조언한다. 걸을 기력조차 없겠지만 그럴수록 더 걸어야 한다. 나도 실패한 후 그렇게 걸었다. 걷다가 눈에 띈 게 지금 운영하는 글로벌 식품회사인 JFE의 모체다. 무작정 사장을 찾아가 내가 당신보다 영업을 더 잘할 듯하니 내게 넘기라고 했다. 슈퍼마켓 안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스시를 파는 회사였다. 당시에는 작은 회사였는데 40억원을 달라더라. 나는 일단 텍사스 판권을 요구했다. 그게 6억원 정도였다. 아내가 모아뒀던 230만원을 주고 매달 5000만원씩 갚겠다고 수표를 끊어줬다. 인수한 텍사스 내 매장들을 임대해서 임대 수익으로 매달 5000만원씩 8개월만에 6억원을 갚았다. 그러면서 그중 한 개 매장에서 한국식 덮밥과 스시 등 동양 음식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도시락 가게를 각 임대 매장마다 운영토록 해서 프랜차이즈화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급속히 확장됐다. 현재의 도시락 전문점 ‘스노우폭스’의 전신이다. 사업할 때 무조건 자본금이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 100일간 동안 100번 쓰기를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나.
“진정으로 바라는 목표가 생기면 100일간 매일 100번씩 쓴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8번을 했는데 8번 모두 성공했다. 쓰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목표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목표가 아니다. 간절히 원하는 목표는 쓰다 보면 방법이 보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우리는 누군가의 상상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건물, 휴대전화, 자동차 모두 누군가 상상해서 만들어낸 것들이다. 상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만들 수 없고 남의 상상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인수하고 싶은 매장이 있으면 매일 아침 매장 앞에서 “저건 내 거다”를 100번씩 외친다. 미국 지도를 사서 점 300개를 무작위로 막 찍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메일 패스워드를 ‘매장 300개’로 정했다. 이메일을 쓸 때마다 내 꿈을 다시 적어보려는 거였다. 5년이 지나니까 정말 300개 매장이 됐다. 또 다른 습관은 매년 명함 만한 종이에 목표를 적곤 한다. 그리고 매일 들여다보며 외친다. 1년쯤 지나서 보면 적어도 3분의 2는 이뤄져 있다. 그러면 지우고 또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지금 목표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400대 부자가 되는 거다. 또 다른 목표는 주변 사람들을 백만장자로 만들어주기다. 이 목표를 위해 한국의 사업가들과 성공 비결을 많이 나누려고 한다.”
그는 아들 셋을 뒀다. 집에서 항상 책을 보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아이들 역시 책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주말마다 함께 캠핑을 다녔다. 그때 다져진 부모와 세 아들의 유대감은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큰아들은 26세, 둘째는 24세, 막내아들은 18세다. 그는 세 아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무조건 믿어주고 인정한다.
뉴욕대 의대를 다니던 큰아들이 6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음악을 하겠다고 나선 때도, 대학을 졸업하고는 1년간 거지 생활을 하겠다고 할 때도 그러라고 했다.
1997년 김 회장의 미국 휴스턴 집 앞,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무리 바빠도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 [사진 김승호]
- 거지로 살겠다는 아들을 왜 그냥 뒀나.
“왜 거지가 되고 싶으냐 물으니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알았다고만 했다. 아들은 7개월 동안 거지 생활을 했다. 지하철에서 노래 부르고 노숙하고 그러면서 살았다더라. 그러다가 ‘이렇게 해서 먹고 사는 건 아니구나, 멋있는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지금은 뉴욕에서 친구들과 사업을 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럴 때는 기다려줘야 한다. 꿈이 생기기 전까지는 대부분이 게임이나 하고 친구들하고 돌아다니고 그런다. 부모는 아이가 꿈이 생기려고 할 때 그 꿈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둘째 아들은 세계 3대 요리학교인 일본 츠치요리학교에 다닌다.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요리를 배우겠다고 일본으로 갔다. 낮에는 학교 가고 밤에는 일식집에서 막내 보조 요리사로 일한다. 일을 너무 좋아해서 법정 아르바이트 시간인 3시간만 돈을 받고 나머지는 무료로 자기가 좋아서 일을 배우고 있다. 막내는 고등학생이다. 아직 진로를 명확하게 정하진 않았는데 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
- 부자 아버지에 대해 아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아이들 어릴 때는 계속 사업이 망했으니 풍족하게 키울 수 없었다.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도 학비 외의 용돈은 직접 벌어서 쓰도록 했다. 경제 관념을 어렸을 때부터 심어주려고 했다. 큰아이는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에게 빌려 간 학비를 매달 갚아나가고 있다. 사실 아이들은 내가 얼마를 버는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몰랐다. 작은 집에서 계속 살았는데 아내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008년에 큰 집을 사달라더라. 결혼하고 뭐 사달라는 말이 없던 사람이라 군소리 없이 사줬다. 휴스턴에서도 손꼽히는 저택이다. 그 집을 사고 나니 아이들이 ‘우리가 이런 집에 살아도 될 정도로 부자냐’고 묻더라. 얼마 전에는 고교생인 막내가 친구 차를 얻어 타고 집에 왔던 모양이다. 친구가 ‘너 왜 여기가 너희 집이라고 말 안 했어’라고 물어서 ‘그걸 왜 말해야 해’라고 되물었다고 하더라. 셋 다 나처럼 성공하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 덕을 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얼마 전 첫째와 둘째가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뛰어넘는 사업가가 될까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었다.”
- 아들에게도 목표하는 걸 100번씩 쓰도록 하나.
“아니다. 그 아이들이 원하면 모를까. 어떤 것을 해보라고 권해본 적이 없다. 원하지 않는데 하라고 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나. 내가 100번 쓰기를 말하면 가끔 남편의 사업, 아들의 진로에 대해 100번씩 써도 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건 남편이나 아들의 꿈이지 자신의 꿈이 아니지 않나. 왜 자기 생각을 남에게 주입하려고 하나.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꿈과 희망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내 아들에게도 자신들이 원하는 게 아니면 그 무엇도 권유하거나 제안할 생각이 없다.”
- 아들에게 남기고 싶은 최고의 유산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다. 내가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학교에 들어가든, 어떤 직업을 갖든 중요한 건 스스로 생각하는 거다. 독서를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얻게 되면 어떤 문제나 실패 앞에서도 당당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꿈을 꾸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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