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봉의 眼光
송구봉의 眼光
소용이 없을 때 난 사람이 송구봉이거든. 송구봉은 일본놈들이, 송구봉이만 경상 감사 하면 동래부사라도 하면 임란 전쟁 안한다는 사람이오. 그 당시 홍판서가 율곡하고 송구봉을 만난다고 홍판서 동생 홍참판이 형을 등신이 라고 욕한 적이 있다. 홍판서가 아우더러 너 송구봉한테 편지 좀 전해라, 시켰는데 아니, 종놈의 새끼한테 제가 왜 갑니까? 아니다, 편지 전하기만 해라. 이튿날 아침 홍참판이 종놈을 데리고 갔거든. 오라니까 대답도 안하 더래. 종놈의 새끼가 이럴 수 있느냐, 그래 익필이 있느냐고 이름을 부른 다, 이상해서 마루에 나가, 거 뉘시오? 홍참판이 그 목소리를 듣고 정신이 없어 엎드러졌는데, 엎드러져 절을 하고 도망질 했는데 거 말이 있어요. 무릎이 시어서 엎드러진 거지 내가 종 놈한테 절 할 리 있느냐 하는, 슬자굴(膝自屈)이요, 비아배야(非我拜也)라.
송구봉이 마루에 나왔는데 엎어졌으니, 마주 앉았으면 죽었을 거 아니오? 너 편지 전했는냐 홍판서가 물으니, 편지 못 전했어요. 정신이 까막까막 했 어요. 그래서 편지 못 전했어요. 정신이 까막까막 한게 아니라 오줌 쌌지?
구봉 성생 마주 앉아 쳐다보는 건 율곡이 하나고, 성우계는 나하고 곁에 앉아 얘기하는데. 우리 나라에 그 하나가 중동인(重瞳人)인데 마주 앉으면 벼락치는 것 같아서 마주 앉지 못한다. 너 오줌 쌌지? 네, 마주 쳐다보지 못했어요. 그런 사람 들어오면 선조가 죽을거 아니냐. 그래 임란을 당했는데, 당하고 말았는데, 무릎이 꿇어져서
엎드러졌지, 내가 종놈한테 절이야 했겠느냐, 거 말이 있어요. (신약본초 후편 140~1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