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이전' 기정사실화 日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의 최종 합의에 대해 일본 측은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위안부 지원 재단 기금 10억 엔(약 100억 원) 출연’이 사실상 소녀상 이전을 조건으로 합의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본의 언론플레이’라며 전면 부인해 한·일 간 위안부 협상타결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다.

30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4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에게 특사 파견을 지시한 직후 자민당의 한 파벌 총수와의 전화통화에서 소녀상 이전에 대해 “그것은 물론 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측은 한국이 설립할 재단에 10억 엔을 출자하는 조건으로서 소녀상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며 “한국으로부터 소녀상에 대한 내락(비공식적 승낙)을 얻었다고 판단해 합의의 근거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가 소녀상 이전이 기금 출연의 전제가 된다는 점을 한국과 내밀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소녀상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신이 정치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지지층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일본 측이 한·일 위안부 협상타결 후 협상관련 내용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국가 간 협상의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클 전망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이날 소녀상을 가능한 빨리 철거해 달라는 일본의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가 긍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8일 개최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의 회담을 앞두고 열린 양국 간 막판 교섭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이 설립할 재단에 10억 엔을 내기 전에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완전 날조”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사실을 왜곡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00억 원을 준다고 소녀상을 이전하겠다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자존심이 없는 나라냐”고 반문한 뒤 “언어도단으로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본 내 우익의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 의혹도 없지 않다”면서 “(합의과정에서) 전제조건 자체가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하다간 판이 깨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이라도 일본의 진정성 있는 합의사항 이행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