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도 있다.

염력의 대가 김성한

얼 골 2016. 3. 5. 17:14

 

염력의 대가 김성한  좌측

영남일보 변성석 기자

외근기자생활에 어느 정도 지쳤던 1994년, 나는 자진해서 과학환경부에 배속됐다. 발생사건을 취급하는 사회부나 경제부 등 외근 부서와 달리 주간부나 특집부 같은 신문사의 반 내근부서는 어느 정도 자기관심분야를 지면에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평소 관심대로 ‘초능력의 세계’란 시리즈를 기안했고 편집국장의 ‘OK’로 연재물이 채택됐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분야는 ‘염력’이었다. 종합일간지에 초능력을 소재로 장기시리즈를 낸다는 것은 국내 일간지로는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선후배 동료들에게도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증명해 낼 수 있는 초상현상을 지면에 소개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구 경북지역은 삼국시대 이래로 ‘선비의 고장’이고 정신세계에 대한 뿌리가 확고하다. 기인걸사(奇人傑士)가 많이 났고 스승과 제자의 도제수업이 유달리 많은 곳이기도 하다. 초능력자들의 계보도 비교적 잘 정리돼있다.

김성한씨(성연문화원 선사)를 만나게 된 것도 그런 지역적 배경과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씨는 달걀부화와 시계시침(時針) 돌리기 등의 염력을 구사하는가 하면 죽은 꽃을 살려내는 장면이 학교 친구들이나 주위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돼왔다. 때로는 미래의 일을 스스럼없이 말하기도 해 사람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그를 처음 찾았던 1994년 가을에는 이미 나름대로 수행의 방향을 정한 뒤여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데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첫 만남은 대구시 남구 봉덕시장 뒤 도로변 2층 건물에 자리잡은 성연문화원에서 였다. 다담을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공간 옆에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마루방이 붙어 있었다.

첫날 취재에서는 그의 생각을 끌어내기보다는 과거에 행했던 초능력이 사실이었는지를 확인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두 번째 만남은 3,4달 뒤에 이루어 졌다. 시리즈 첫 회에 김씨의 1984년 공개실험내용과 장면이 자료사진으로 보도된 뒤여서인지 제자들의 호기심도 큰 것 같았다. 1995년 2월4일 오전 11시. 아직 겨울이 깊은 때였고 전화 약속 뒤 찾아간 날은 마침 금요수행팀들(지금은 10여명으로 불어났다)이 모인 날이어서 자연스레 차상 주변에는 김씨의 제자들이 둘러앉았다. 모두가 김씨를 매우 존경하고 있는 만큼 그의 능력에 대한 검증(?)은 내 몫일 수 밖에 없었다. 제자들 마음에 남아있는 스승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이 나로 말미암아 고개를 들었을 법하다.

김씨는 특유의 겸양이 몸에 밴 사람이고 질문에 대한 답을 분명한 어조로 마무리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는 엉터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이다. 알 수 없는 문제는 “알 수 없다”고 분명히 얘기하고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면서 집단최면에 걸려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핵심을 찔러 지적한다.

-초능력이 유리겔라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공간이동이나 유체이탈도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런 것은(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행에서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육체적 건강을 가장 중시합니다. 그래서 식이요법 중 완전채식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육체가 건강해져야 정신수행도 진전이 있습니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건강해진다는 이유로 기공(氣功)수련 붐이 일고 있습니다. 수련의 목적은 어떤 것입니까.

“슬기롭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 위한 것이지요”

-명상과 호흡수련이란 어떤 것입니까

“뇌파가 느려진 상태에서도 의식이 끊기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입니다. 호흡으로 뇌파와 심장기능을 안정시킨 뒤 잡념을 없앱니다”

-초능력을 발휘할 때 신체의 변화를 스스로 느낍니까.

“체온이 올라가고(섭씨39도 가량) 뇌파와 함께 맥박과 호흡이 30%가까이 떨어짐을 느낍니다. 초능력을 쓰고 나면 신체피로감이나 졸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호풍환우(呼風喚雨)하고 물질소멸이나 복원, 창조가 가능하다는 장보승(중국인)이나 사이바바(인도)의 능력이 실제로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염파(念波)가 두뇌 속의 크리스털 룸에서 나온다고들 합니다만….

“시대적으로 일반인의 이해를 돕는 한 방편이라고 여기면 됩니다. 제 스스로는 신체의 특정부위에서 나오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본인이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언제 알았습니까.

“어릴 때부터 생각 없이 초능력을 사용해 왔지만, 1984년 방한한 유리겔라의 능력을 보고 같은 종류란 걸 느꼈습니다”

과학자들과 행한 실험의 내용과 개인적인 것에 대한 질문이 어느 정도 끝났을 무렵 김씨는 갑자기 “이 감 씨를 갖고 한번 실험해볼까요?” 라며 일어선다. 내심 바라던 처지라 달갑게 따라 일어선다. 김씨는 7명이 둘러앉은 마루바닥에서 나를 포함한 4명에게 우리가 방금 깎아 먹은 단감에서 나온 씨앗 두어 개씩을 나눠준다. 나는 김씨 옆에 자리 잡은 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한다.

“각자 이 감 씨의 싹이 발아될 수 있도록 염력을 줘 봅시다”

모두가 말없이 감 씨를 감싸쥐고 나름의 방법으로 감 씨에 염력을 주기 시작한다.

나 역시 감 씨에서 싹이 날 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염력을 준다.

감 씨가 자연 상태에서 발아할려면 보통 3~4주가 걸린다. 그것도 적정한 온도와 수분 등의 자연조건이 맞았을 때 얘기다.

김씨는 한 두 번 감싸 쥔 손바닥의 감 씨를 향해 입김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3~4분이 지났을까. 김씨가 “이제 펼쳐보자”고 한다.

모두들 손안의 씨앗을 확인하지만 처음과 달라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씨가 거머쥔 씨앗들만이 싹이 나있다. 싹의 길이는 3~8mm가량이다. 모두 5개 정도이다. 실험 뒤 김씨는 “염력으로 싹튼 씨앗의 나무나 열매는 정상적으로 자란 식물의 그것과 다르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유전자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원하는 사진촬영포즈도 취해줬다.

<나는 이날 실험 뒤 김씨가 싹틔운 씨앗들을 가져와 신문사에서 사진촬영을 한 뒤 화분 3개에 나눠 심은 뒤 당시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의 2층집 베란다 양지바른 곳에 두었다. 그러나 씨앗들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한 채 땅속에서 썩어버렸다. 식물에 대한 나의 지식이 부족했든지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검증력이 미치지 못했다. 물론 위 내용은 신문에도 사진과 함께 크게 소개됐다>

신동아 기사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84년 11월19일 경상북도 교육위원회 상황실에서는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어린 학생을 앞에 두고 도지사, 교육감, 지방법원장, 대학총장 등 경북의 쟁쟁한 인사들이 운집해 있었다. 그 주위에는 대한초능력학회(회장 박충서) 회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주인공은 당시 중학생이던 金成漢군. 무려 2백여명의 눈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김군은 1시간에 걸쳐 염력(念力)을 사용한 초능력을 보여주었다. 김군은 남북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을 마음대로 돌리는가 하면, 11시를 가리킨 시계바늘을 『돌아가라』는 수차례의 고함만으로 10시25분으로 되돌려버렸다. 또 날달걀을 손에 쥐고 있다가 40분만에 병아리로 부화시키는 능력도 보였고, 두꺼운 책 속에 얇은 종이 한장을 끼우고 눈으로 응시해 종이만 태우는 신비한 현상도 보여줬다. 김군이 손에 쥐고 있던 날콩 20여개 중 6~7개는 3~4일후 3~15cm 가량 싹이 튼 결과도 나왔다.

초능력 시범 전날 경북 영덕군에서 김군과 같이 올라온 김군의 담임교사는 『오늘 아침 세면때 김군이 자신의 집에 있던 수건과 치솔을 공간을 초월해 가져왔다』고 증언함으로써 참석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아무튼 김군의 초능력은 바로 그해 KBS TV에 출연한 유리겔라(이스라엘)의 초능력을 한낱 마술로 간주하려던 한국의 물리학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이후 김군은 우리나라 정보기관으로부터 학자금 일체 등을 대주는 조건으로 대북공안 업무에 능력을 사용해줄 것을 제안받았다. 이미 미국의 CIA와 구소련의 KGB가 초능력자들의 텔레파시, 투시, 최면술 등을 이용해 불꽃 튀는 「심령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보 관계자들도 더 이상 초능력의 세계를 외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제의는 김군 부모의 완강한 반대로 없던 일로 돌아갔고, 김군 역시 스스로 사람들의 관심권 밖으로 멀어져 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95년 3월4일 성인으로 성장한 김성한씨(올해 28살)는 84년의 실험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그는 경북의 지역신문인 「영남일보」 취재진을 포함해 7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 4분만에 감씨의 싹을 틔워 보이는 실험을 했다. 당시 취재를 한 卞成錫기자는 『김씨의 손바닥에는 어떤 다른 사술(邪術)이 끼여들 여지는 없었으며, 입회인 중 다른 4명이 감싸쥐고 있던 똑같은 감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성한씨가 발아시킨 감씨 싹의 길이는 8mm 가량. 감씨가 적정한 수분과 온도 등의 자연조건이 맞았을 때 발아하는 기간이 보통 3~4주임을 감안해보면 분명한 초능력의 세계였다. 김씨는 『염력으로 싹튼 씨앗의 나무나 열매는 보통의 그것과는 다르며, 경우에 따라서는 유전자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 실험은 김씨가 이전의 날콩에서 싹을 틔운 실험 때보다도 능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와 함께 김씨는 「현대판 도인(道人)」의 모습으로도 변신해 있었다.

「선가(仙家)의 도술」 과학화시켜

지난 10월초 대구에서 「성연(星然)문화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10여명의 회원들에게 명상호흡을 가르치는 김성한씨를 찾아보았다. 마침 회원들이 모이는 토요일이어서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내려온 회원 예닐곱명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다들 나이가 40~50대에 해당하는 회원들은 그를 깎듯이 「선사(禪師)님」이라고 부르며, 지극히 존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대한초능력학회 관계자들에 의하면 김선사와 그의 회원이자 제자들은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즉 그의 제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김선사가 텔레파시로 이를 감지하고 전화를 걸어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등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그들 사이는 보통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김선사가 손수 끓여준 녹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중학생때 초능력 실험을 보인 이후 그동안 행적이 끊겼는데 어떻게 지냈습니까?

『그냥 학생으로 지내다 고1때 자퇴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다 많이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런 쪽에 연구를 기울여왔습니다. 특히 국가나 이념의 문제와 상관없는 자연과학에 커다란 매력을 느꼈던 거지요』

독학으로 일반물리와 화학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그는 최근 신기술을 필요로 하는 모기업에 자신이 고안한 기술을 전수시켜 주었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회원들의 수행기간을 단축시켜주기 위해 바이탈 펄스(Vital Pulse) 비르 (BIR, Bio―Energy Rotator) 등 자기장 형성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들 기기는 체내의 기문(氣門·기를 통하게 하는 혈)을 열어주는 한편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는 한편 김선사는 물질 소멸(있던 물체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것), 초공간전이(물질을 순식간에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현상) 등의 능력을 현실 과학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선가(仙家)의 도술」을 과학화시키는 작업이다. 몇해전 기의 과학적 규명과 물질의 소멸 및 초공간전이 실험에 성공,『기 과학』이라는 연구책자를 낸 부산 동의대 李相明교수(화학과) 역시 성연문화원의 회원인데 김선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김선사의 능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고, 언제 자신이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까?

『저의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입니다. 어릴 때는 생각없이 초능력을 사용해왔는데 84년에 유리겔라라는 사람이 행한 실험을 보고 나와 비슷한 종류란 것을 알았습니다』

―선도에서 말하는 호풍환우(呼風喚雨), 혹은 물질소멸이나 복원창조가 가능하다고 하는 중국의 張寶勝, 인도의 사이바바 같은 이의 능력이 실제로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초능력은 쓸데없이 사람들의 욕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행(도 닦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생기억과 유전자 정보

이상하게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초인들은 그 공력(功力)이 깊어질수록 능력을 감추거나 아예 「현상능력」(눈으로 보여주는 초능력)을 무시하려는 공통점을 보인다. 김선사는 자신이 더 이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초능력자로 보이기를 원치 않는 듯했다. 그가 초능력보다는 명상수련에만 전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무척 특이한 용모다. 피부가 백인처럼 흰 데다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회갈색을 띠고 있다. 『원래 그렇게 생겼느냐』고 머뭇거리며 묻자, 김선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를 부족하게 갖고 태어나서 그럴 뿐』이라고 가볍게 답했다. 이제부터는 도인 김선사를 탐색해볼 차례였다.

―김선사가 가르치는 「호흡명상」이란 것은 어떤 것이고 무엇을 추구하는 것입니까.

『지금처럼 물질문명에 치우쳐 몸과 마음을 따로 분리하는 사고에서는 인간의 내적인 세계가 무질서하게 변해 파괴적이고 소모적이 됩니다. 무질서하게 변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질서 정연하게 잡아주는 것이 호흡명상법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진정하게 슬기롭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자는 것이지요』

김선사는 특히 육체적 건강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마약이나 음주를 한 상태에서 몸이 심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위해서 김선사는 철저한 식이요법을 강조한다. 채소, 과일, 해초류 등 완전한 채식을 하고 육식은 절대 금지다. 육류 섭취를 중지하면 마음의 살심(殺心)과 나쁜 근성을 약화시키고 선한 마음을 드러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는 또 사람의 몸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이 체질은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유전인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즉 사람의 유전인자는 전생, 부모의 형질, 그 지역의 환경과 음식, 나아가 지구의 공전과 자전, 달의 인력 등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유전인자는 호흡명상을 통해 내적인 기운을 운행시켜 질서 있게 조절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김선사는 제자들이 유전자 질서를 바로 잡도록 도와주기도 한다고.

―간판에 쓰인 성연(星然)이란 말과 호흡명상법은 어떤 관계가 있는 말인가요.

『세상 밖의 세계를 인식하고(星), 자연을 사랑하며(然) 살자는 뜻입니다. 사실 우리 수련법 자체가 고정관념, 집착, 선입견 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자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상 연관이 있겠지요』

「성연」이란 화두로 종내 묻고 싶었던 것을 슬쩍 끄집어냈다. 그것은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UFO 우주인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김선사 주위에는 그가 우주인과 접촉한 것 같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다만 이 우주는 크고 넓으며 지구와는 다른 우주문명의 존재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우주인의 존재에 대해 지구인들이 마음을 닫아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내면적으로 이들과 교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성연문화원 선사 김성한(金成漢,27.대구시 남구 봉덕동 971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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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들의 세계

'天文도사'에서 '地理도사'까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84년 11월19일 경상북도 교육위원회 상황실에서는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어린 학생을 앞에 두고 도지사, 교육감, 지방법원장, 대학총장 등 경북의 쟁쟁한 인사들이 운집해 있었다. 그 주위에는 대한초능력학회(회장 박충서) 회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주인공은 당시 중학생이던 金成漢군. 무려 2백여명의 눈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김군은 1시간에 걸쳐 염력(念力)을 사용한 초능력을 보여주었다. 김군은 남북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을 마음대로 돌리는가 하면, 11시를 가리킨 시계바늘을 『돌아가라』는 수차례의 고함만으로 10시25분으로 되돌려버렸다. 또 날달걀을 손에 쥐고 있다가 40분만에 병아리로 부화시키는 능력도 보였고, 두꺼운 책 속에 얇은 종이 한장을 끼우고 눈으로 응시해 종이만 태우는 신비한 현상도 보여줬다. 김군이 손에 쥐고 있던 날콩 20여개 중 6~7개는 3~4일후 3~15cm 가량 싹이 튼 결과도 나왔다.

초능력 시범 전날 경북 영덕군에서 김군과 같이 올라온 김군의 담임교사는 『오늘 아침 세면때 김군이 자신의 집에 있던 수건과 치솔을 공간을 초월해 가져왔다』고 증언함으로써 참석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아무튼 김군의 초능력은 바로 그해 KBS TV에 출연한 유리겔라(이스라엘)의 초능력을 한낱 마술로 간주하려던 한국의 물리학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이후 김군은 우리나라 정보기관으로부터 학자금 일체 등을 대주는 조건으로 대북공안 업무에 능력을 사용해줄 것을 제안받았다. 이미 미국의 CIA와 구소련의 KGB가 초능력자들의 텔레파시, 투시, 최면술 등을 이용해 불꽃 튀는 「심령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보 관계자들도 더 이상 초능력의 세계를 외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제의는 김군 부모의 완강한 반대로 없던 일로 돌아갔고, 김군 역시 스스로 사람들의 관심권 밖으로 멀어져 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95년 3월4일 성인으로 성장한 김성한씨(올해 28살)는 84년의 실험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그는 경북의 지역신문인 「영남일보」 취재진을 포함해 7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 4분만에 감씨의 싹을 틔워 보이는 실험을 했다. 당시 취재를 한 卞成錫기자는 『김씨의 손바닥에는 어떤 다른 사술(邪術)이 끼여들 여지는 없었으며, 입회인 중 다른 4명이 감싸쥐고 있던 똑같은 감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성한씨가 발아시킨 감씨 싹의 길이는 8mm 가량. 감씨가 적정한 수분과 온도 등의 자연조건이 맞았을 때 발아하는 기간이 보통 3~4주임을 감안해보면 분명한 초능력의 세계였다. 김씨는 『염력으로 싹튼 씨앗의 나무나 열매는 보통의 그것과는 다르며, 경우에 따라서는 유전자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 실험은 김씨가 이전의 날콩에서 싹을 틔운 실험 때보다도 능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와 함께 김씨는 「현대판 도인(道人)」의 모습으로도 변신해 있었다.

「선가(仙家)의 도술」 과학화시켜

지난 10월초 대구에서 「성연(星然)문화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10여명의 회원들에게 명상호흡을 가르치는 김성한씨를 찾아보았다. 마침 회원들이 모이는 토요일이어서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내려온 회원 예닐곱명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다들 나이가 40~50대에 해당하는 회원들은 그를 깎듯이 「선사(禪師)님」이라고 부르며, 지극히 존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대한초능력학회 관계자들에 의하면 김선사와 그의 회원이자 제자들은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했다. 즉 그의 제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김선사가 텔레파시로 이를 감지하고 전화를 걸어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등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그들 사이는 보통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김선사가 손수 끓여준 녹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중학생때 초능력 실험을 보인 이후 그동안 행적이 끊겼는데 어떻게 지냈습니까?

『그냥 학생으로 지내다 고1때 자퇴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다 많이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이런 쪽에 연구를 기울여왔습니다. 특히 국가나 이념의 문제와 상관없는 자연과학에 커다란 매력을 느꼈던 거지요』

독학으로 일반물리와 화학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그는 최근 신기술을 필요로 하는 모기업에 자신이 고안한 기술을 전수시켜 주었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회원들의 수행기간을 단축시켜주기 위해 바이탈 펄스(Vital Pulse) 비르 (BIR, Bio―Energy Rotator) 등 자기장 형성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들 기기는 체내의 기문(氣門·기를 통하게 하는 혈)을 열어주는 한편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는 한편 김선사는 물질 소멸(있던 물체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것), 초공간전이(물질을 순식간에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현상) 등의 능력을 현실 과학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선가(仙家)의 도술」을 과학화시키는 작업이다. 몇해전 기의 과학적 규명과 물질의 소멸 및 초공간전이 실험에 성공,『기 과학』이라는 연구책자를 낸 부산 동의대 李相明교수(화학과) 역시 성연문화원의 회원인데 김선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김선사의 능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고, 언제 자신이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까?

『저의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입니다. 어릴 때는 생각없이 초능력을 사용해왔는데 84년에 유리겔라라는 사람이 행한 실험을 보고 나와 비슷한 종류란 것을 알았습니다』

―선도에서 말하는 호풍환우(呼風喚雨), 혹은 물질소멸이나 복원창조가 가능하다고 하는 중국의 張寶勝, 인도의 사이바바 같은 이의 능력이 실제로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초능력은 쓸데없이 사람들의 욕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행(도 닦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생기억과 유전자 정보

이상하게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초인들은 그 공력(功力)이 깊어질수록 능력을 감추거나 아예 「현상능력」(눈으로 보여주는 초능력)을 무시하려는 공통점을 보인다. 김선사는 자신이 더이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초능력자로 보이기를 원치 않는 듯했다. 그가 초능력보다는 명상수련에만 전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무척 특이한 용모다. 피부가 백인처럼 흰 데다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회갈색을 띠고 있다. 『원래 그렇게 생겼느냐』고 머뭇거리며 묻자, 김선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를 부족하게 갖고 태어나서 그럴 뿐』이라고 가볍게 답했다. 이제부터는 도인 김선사를 탐색해볼 차례였다.

―김선사가 가르치는 「호흡명상」이란 것은 어떤 것이고 무엇을 추구하는 것입니까.

『지금처럼 물질문명에 치우쳐 몸과 마음을 따로 분리하는 사고에서는 인간의 내적인 세계가 무질서하게 변해 파괴적이고 소모적이 됩니다. 무질서하게 변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질서 정연하게 잡아주는 것이 호흡명상법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진정하게 슬기롭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자는 것이지요』

김선사는 특히 육체적 건강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마약이나 음주를 한 상태에서 몸이 심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몸과 마음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위해서 김선사는 철저한 식이요법을 강조한다. 채소, 과일, 해초류 등 완전한 채식을 하고 육식은 절대 금지다. 육류 섭취를 중지하면 마음의 살심(殺心)과 나쁜 근성을 약화시키고 선한 마음을 드러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는 또 사람의 몸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이 체질은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유전인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즉 사람의 유전인자는 전생, 부모의 형질, 그 지역의 환경과 음식, 나아가 지구의 공전과 자전, 달의 인력 등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유전인자는 호흡명상을 통해 내적인 기운을 운행시켜 질서있게 조절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김선사는 제자들이 유전자 질서를 바로 잡도록 도와 주기도 한다고.

―간판에 쓰인 성연(星然)이란 말과 호흡명상법은 어떤 관계가 있는 말인가요.

『세상 밖의 세계를 인식하고(星), 자연을 사랑하며(然) 살자는 뜻입니다. 사실 우리 수련법 자체가 고정관념, 집착, 선입견 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자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상 연관이 있겠지요』

「성연」이란 화두로 종내 묻고 싶었던 것을 슬쩍 끄집어냈다. 그것은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UFO 우주인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김선사 주위에는 그가 우주인과 접촉한 것 같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다만 이 우주는 크고 넓으며 지구와는 다른 우주문명의 존재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우주인의 존재에 대해 지구인들이 마음을 닫아놓을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내면적으로 이들과 교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후략...>

96년11월 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