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도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가 청탁하니 구금될 피의자 풀려나더라”
얼 골
2016. 3. 11. 12:11
현직 검찰 공무원이 검찰의 ‘전관예우’ 관행을 폭로하는 책을 펴냈다. 전관 변호사의 청탁을 받고 피의자를 풀어주거나, 전관 변호사에게 고등검사장급 예우를 하는 모습까지 들어 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최영주 사건계장(51)은 2000년부터 10여년간 10여명의 검사실에서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형식의 르포 <잔재>를 펴냈다고 10일 밝혔다. 책은 검찰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관예우 관행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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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사관들에게 접촉한 이들은 발품을 많이 파는 부장검사급 이하 전관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보다 높은 검사장급 이상의 전관은 결재라인에 전화 한 번을 하는 것만으로 영향력을 미친다”며 “수사관이 직접 접촉하지는 못하지만 (개입을) 감지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관 변호사를 여전히 상사로 대접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전관 변호사가 강연을 위해 방문하자 고등검찰청 검사장 초도순시와 비슷하게 예우했다는 것이다. 동선별로 세밀하게 짜놓은 행사표를 직원들에게 돌리고, 검사장이 계속 따라붙었다고 한다. 최씨는 “당시 방문했던 변호사는 현직에 있을 때 매우 높았던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개인 변호사로 온 이상 지인들끼리만 예우하는 게 맞는데, 검찰총장 초도순시처럼 예우하는 것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이 책을 구상한 것은 검찰 내부에만 문제를 제기해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2012년 요양병원 관련 비리를 수사하던 가운데 부장검사가 ‘전관의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다가 인사조치를 당했고, 이때부터 이 책을 준비했다. 소설 형식을 빌려왔기 때문에 인물이나 사건은 가명이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검사실 비화들은 저자의 경험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검찰 일선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비리도 소개했다. 실적을 쌓기 위해 고소장을 낸 서민을 무고죄로 수사하고, 경찰이 자백을 강요했다고 호소하고 수사관도 재조사를 건의했으나, 담당검사는 바쁘다는 이유로 바로 기소해버린 사례도 있다. 최씨는 “책을 냈다는 이야기를 검찰 내부 게시판에도 올렸는데 다른 직원들은 댓글 달기도 무서워했다”며 “검찰 조직은 지금보다 더 소통이 되어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국민도 알아야 한다. 이를 알리기 위해 모든 걸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