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만에 '여초사회' 진입
한국이 71년 만에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은 ‘여초 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 인구(이하 외국인 제외)는 2488만 5824명으로, 남성(2481만 9839명)보다 6만 5985명이 많았다. 이에 따라 여자 100명당 남자 수를 뜻하는 성비는 99.7로 2010년(100.2)보다 소폭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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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아진 것은 1944년(성비 99.4) 이후 사실상 71년 만이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05년과 2010년에도 여성이 남성보다 각각 11만 명, 30만 9000명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되긴 했다. 하지만 통계청 관계자는 “통상 현장 조사를 하면 임시 막사 등에 거주하는 남성 노동자 등이 통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현장 조사가 이뤄진 2010년까지는 실질적으로 ‘남초’였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행정 자료를 바탕으로 2010년 남녀 인구를 재산정한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약 4만 8000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통계에서 남성 인구가 55만 7000명 덜 잡혔던 것이다. 2015년 통계의 경우 100% 행정 자료를 활용한 것이어서 남성 인구 과소 추계가 없는 만큼 본격적인 여초 사회 진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통계청 설명이다.
이런 추세는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국내 여성 주민등록인구(거주 불명자·재외국민 포함)는 지난해 6월 2571만 5796명으로, 남성(2571만 5304명)보다 492명이 더 많았다. 해당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남녀 비율이 역전된 것이다. 둘 사이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져 올해 8월 기준 여성 주민등록인구는 2584만 521명으로, 남성(2580만 9031명)보다 3만 1490명이나 더 많았다.
한국 사회가 남초에서 여초로 전환한 원인으로는 남아 선호 사상 완화, 인구 고령화 등이 꼽힌다. 출생아의 성비 불균형이 완화하고,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남자보다 평균 수명이 긴 여자 노인 인구의 절대적인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령별 성비를 보면 여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55세 이후부터다. 연애와 결혼 적령기, 사회생활 시작 시기인 20~34세의 경우 오히려 최근 30년 중 남초 현상이 가장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20~24세 성비는 1985년 106.1에서 지난해 114.7로, 25~29세 성비는 1985년 99.2에서 작년 109.4로 높아졌다. 이 나잇대에 짝을 찾기 어려운 ‘잉여 남성’이 특히 많다는 의미다.
최근의 여성 혐오 현상을 이 같은 청년층의 남녀 성비 불균형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 제고, 양성평등 강화, 여성 노인의 빈곤 문제 완화 등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 여성 정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여성 노인의 빈곤은 남녀 간 소득과 자산 소득 불평등이 장기간 누적된 결과”라며 “여성 노인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전 연령대에 걸친 성별 불평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