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양준혁

얼 골 2018. 5. 11. 12:37


기사 이미지프로야구 선수들의 팬 서비스 논란이 화제가 되면서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부족하다는 성토가 줄지어 나왔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프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럼 반대로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에서 예전보다 높은 프로의식을 갖고 플레이를 펼치고 있을까?

프로야구 최다 안타(2,318안타)의 레전드 양준혁(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은 요즘 선수들을 보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양준혁은 K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게임 수가 늘어나면서 옛날보다 안 뛰는 경우가 많아졌다. 프로면 열심히 뛰는 게 기본인데 참 그렇다.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선수들한테 뭐라고 할 수 없는 처지니까…."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전력질주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팬 서비스라며 "프로선수면 팬들한테 감동을 줘야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다. 홈런도 있지만, 타석 하나 하나의 소중함이라든지 그런 것들, 1구 1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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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에게 전력질주는 '간절함'이었다.

방망이를 거꾸로 들어도 3할은 친다고 들었던 양준혁. 하지만 양준혁에겐 단 하나의 안타도 쉬운 안타는 없었다.

양준혁은 "험한 프로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안타 하나가 간절했다, 남들은 제가 안타를 쉽게 친다고 생각하는데 안타를 하나 만들기 위해 잠도 못 잤다. 전력질주를 끊임없이 하다 보면 1년에 내야안타 3개에서 5개는 건지는데 그게 엄청나게 크다"며 자신의 상징인 전력질주가 간절함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양준혁의 통산 2,318안타 중 내야 안타는 159개다. 체구가 큰 데다 발이 빠르단 말은 좀처럼 듣지 못했지만 늘 전력질주를 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양준혁은 이 내야안타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행운을 불러온 경우도 있었다. "현대와 한국시리즈로 기억하는데 내가 포수 앞 땅볼을 쳤는데, 현대 김동수 선배가 내가 열심히 뛰니까 공을 잡아서 던지다가 실수했다. 덩치도 큰 애가 휘저으면서 열심히 뛰니까 무서워서 못 던졌다고 하더라."

설령 안타가 되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아웃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고 양준혁은 거듭 강조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상대를 급해지게 만들어 실수를 유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준혁은 지금도 카카오톡 프로필에 '전력질주는 계속 되어야 한다'란 문구를 적어놨다.

야구장엔 '야구의 신'이 찾아 온다

외국인 선수에게 오히려 야구에 대한 자세를 배운 일화도 있었다. 양준혁이 KBO리그에 온 외국인 선수에게 '너는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을 받았다. '야구장엔 신들이 온다. 베이브 루스 신, 타이 콥 신, 신들이 보고 있는데 어떻게 인간이 대충대충 뛸 수 있느냐'란 것이다.

양준혁이 생각하는 야구는 설렁설렁해서 인정받을 수 있는 유희가 아니었다. 팬들도 보고 신도 보고 있는데 감히 선수가 대충대충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전력질주로 주목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전력질주라는 건 사실 너무너무 당연한 건데 제가 좀 주목받는 게 (이상하다) 남들이 안 하다 보니까 주목을 받는 건데 사실은 프로는 당연하게 열심히 뛰고 플레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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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수들 아쉽지만, 손아섭-김현수는 눈에 들어온다."

양준혁에게 요즘 '양준혁'같은 선수가 있는지 물어봤다.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몇 명 있었는데 1, 2년 하다가 안 하더라고요, 프로라면 좀 열심히 뛰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 와중에 프로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손아섭(롯데) 그리고 김현수(LG)가 열심히 뛴다. 현수가 메이저리그에서 LG 돌아와서 굉장히 열심히 뛴다. 메이저리그를 보면 몇천억씩 받는 선수들이 진짜 열심히 달린다. 그걸 보고 현수가 많이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롯데 손아섭에게 전력질주에 대한 질문을 해봤다. 대답은 양준혁과 같았다. 야구 선수로서 당연한 일이란 것이다. 손아섭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고, 전력질주는 야구의 기본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야구를 그렇게 해왔던 게 습관적으로 이어지는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준혁이 본인을 지목한 것에 대해선 "그렇게 평가해주신 건 정말 감사하다. 선배님(양준혁)보다도 더 열심히 1루까지 열심히 뛰는 선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한 번 해보겠다"며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