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도 있다.

정치검찰의 '조용한 쿠데타'인가

얼 골 2019. 8. 30. 04:47

[김민웅의 인문정신] '정치적 순진함'이 지금 우리에게 적이다.

김민웅 경희대학교 교수


위중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검찰의 '조국 수사'가 표면적으로는 사법 논리를 담고 있지만 가장 농도 짙은 정치행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의 정치적 집합체인 문재인 정부는 이로써 퇴로가 막힌 채 매우 어려운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조국 대전(大戰)'의 전세(戰勢)가 과연 검찰개혁의 본령을 지켜낼 수 있는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위기로 이어질지 모두가 날카롭게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이다




언론보도를 포함해서 알려진 바로는, 윤석열 총장은 사석에서 그리고 가까운 지인에게 검찰 내부의 조국 수사 요구가 들끓고 있다는 발언을 해온 바 있다고 한다. 또한 자신도 이런 난마와도 같은 상황을 만든 조국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이러다가 문재인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물론 당사자 확인이 필요하나 이런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것은 가볍게 볼 수가 없다.   

또한 전언(傳言)에 따르면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니 여권의 공세나 대통령의 정치적 의중과 맞설 수 있다는 점도 아울러 시사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은 청와대를 비롯하여 여당과 이미 그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거론한 내용은 발언의 정확한 인용은 아니나 윤 총장의 이러한 태도는 지금 공개해서 밝히기는 어려워도 증언할 수 있는 관련자가 있기도 하고, 그래서 깊이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주 넘게 벌어진 조국 논란으로 인해 이런 흐름이라면 '검찰의 지휘수장으로서의 조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검찰내부의 기득권 세력은 방향을 정리했다고 보인다. 이른바 '이런 조국'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며 윤총장이 이미 대통령으로부터 수임 받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명분으로 그를 앞세워 전격적인 선제공격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결국 출발점과 경로가 어떻든 '윤석열 총장의 작품'이다




검찰개혁을 위한 "정치장교"의 절실성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의도했던 아니던,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가 검찰개혁 완결과 관련한 강력한 조처를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전격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것은 검찰에 의한 일종의 선전포고이자 청문회 효과 무산전략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또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해도 현 정세의 맥락 상 그런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정치적, 역사적, 조직 외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지휘본부'가 없는 상태의 검찰조직과 검찰총장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조직 내 논리로만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고 철저한 기관이 자정(自淨)의 동력을 갖기는 애초부터 어렵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조국-윤석열 조합이 개혁의 역동적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같은 사태는 조직 내부의 논리에 충실해질 수밖에 없는 검찰출신 총장의 한계이자 개혁의지가 강력한 권력의 중심에서 파견한 훈련되고 준비된, 검찰 외부의 '정치장교'가 지휘하지 않으면 개혁이 불가능한 조직이 오늘날 한국 검찰임을 우리로 하여금 보게 하고 있다. 지금 상황은 '조국'이라는 정치장교를 거부(Veto)한 검찰의 전략이 주도하는 국면이다.




애초에 예상한 대로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미확인 또는 관련도(關聯度) 없는 정보들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고, 청문회 자체의 존립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미로(迷路)에 빠져 들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정리는 대단히 곤혹스러운 지경에 들어서고 있다. 사전에 기밀일 수 있는 압수수색 현장에 기자가 사진을 찍고 보도하는 상황은 수사원칙을 벗어난 검찰통제 불가능의 실태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비선출기관인 검찰이 선출기관인 의원들의 비판에 격렬한 대응을 보이는 것도 심상치 않다. 국민적 관심사가 크다는 이유로 검찰수사의 일차적 명분을 삼았는데, 정작 관심사의 비중이 높았던 사안에 대해 꿈쩍도 하지 않은 예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도 검찰의 행태는 의문의 대상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이 된다고 해도 이런 조건에서는 검찰개혁의 지휘권이 원천적으로 박탈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