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푸틴 2036년까지 사실상 '종신' 대통령

얼 골 2020. 3. 11. 14:0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국가두마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

국가평의회 의장? 종신 상원의원? 실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종신 집권 플랜을 둘러싼 미스테리가 풀렸다. 현행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에 따라 2024년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었던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 재출마해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더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종신집권 플랜’이라는 비판을 받은 개헌 구상을 내놨으나 구체적인 집권 방법에 대해서는 그동안 추측만 난무하던 상황이었다.



10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발렌티나 테레슈코바 의원은 현행 헌법의 대통령 3연임 제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의 헌법 수정안을 이날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에 제출했다. “기존에 대통령직을 수행했거나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직 임기를 ‘0’에서 다시 계산한다는 것이 수정안의 핵심이다. 현행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연임을 제한하고 있으나 새 헌법이 발효되면 푸틴 대통령은 이를 피해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2024년 출마해 임기 6년인 대통령직을 두 차례 지내면, 그는 84세까지 대통령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테레쉬코바 의원은 “이를 통해 우리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의 종신집권 플랜과 관련된 미스테리가 드디어 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갑자기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2024년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셀프 개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의 거취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됐으나 푸틴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아 그동안은 추측만 무성했다. 푸틴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 구상의 뼈대가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국가평의회의 지위를 높이자는 것이었고, 푸틴 자신도 현행 헌법의 3연임 제한 조항 철폐에는 반대했기 때문에 언론은 그가 종신 상원의원, 국가평의회 의장, 실세 총리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결국 대통령을 다시 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두마에서 한 연설에서 “대통령직 임기 제한 철폐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 같은 개헌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공식 판결을 내릴 때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사실상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한 러시아에서 헌법재판소가 반기를 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