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염불했길래 염주 알이 저리 투명할꼬
짙은 남색의 장삼 위에 붉은 가사가 선명하다. 녹색 매듭을 지은 금빛 고리는 마치 훈장처럼 반짝인다. 색깔이 눈에 띄게 대비되어도 들뜬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매무시다. 다만 주인공이 앉은 의자의 장식이 요란할 정도로 복잡하다. 연두색 바지 아래 보이는 발 받침대가 의자 다리 노릇까지 하는 특이한 디자인인데, 초상의 주인공을 귀하게 모시려는 배려가 소도구에서까지 엿보인다. 왼쪽 위에 표제가 있다. '청허당(淸虛堂) 대선사(大禪師) 진영(眞影)', 서산(西山)대사로 널리 알려진 휴정(休靜·1520~1604)의 초상이다. 스님의 호(號)가 청허당이다.
전국을 주유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던 휴정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 주장자를 놓고 칼을 들었다. 임진왜란이 묘향산에 은거하던 그를 불러냈다. 그가 산문(山門)에서 전쟁터로 간 까닭은 시로 전한다. '나라를 사랑하니 종사(宗社)가 근심이라/ 산속의 중도 또한 신하라오.' 그는 평양성 탈환에 공을 세웠고, 정이품 직위까지 받았다. 휴정의 진영은 지금까지 여러 점 남았는데, 강골(强骨)의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승군(僧軍)을 지휘한 이력 때문일 테다. 이 작품은 고승의 진영을 자주 그린 승려화가 유성(有誠)의 솜씨다. 휴정의 눈맵시는 길고 부드럽게, 대춧빛 입술은 단단하게 묘사해 강온(强穩)을 고루 살렸다.
전국을 주유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던 휴정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 주장자를 놓고 칼을 들었다. 임진왜란이 묘향산에 은거하던 그를 불러냈다. 그가 산문(山門)에서 전쟁터로 간 까닭은 시로 전한다. '나라를 사랑하니 종사(宗社)가 근심이라/ 산속의 중도 또한 신하라오.' 그는 평양성 탈환에 공을 세웠고, 정이품 직위까지 받았다. 휴정의 진영은 지금까지 여러 점 남았는데, 강골(强骨)의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승군(僧軍)을 지휘한 이력 때문일 테다. 이 작품은 고승의 진영을 자주 그린 승려화가 유성(有誠)의 솜씨다. 휴정의 눈맵시는 길고 부드럽게, 대춧빛 입술은 단단하게 묘사해 강온(强穩)을 고루 살렸다.
휴정의 손에 든 염주가 하얗다. 얼마나 염불을 해야 염주 알이 저토록 투명해질까. 큰스님은 손에 칼을 들거나 염주를 들거나, 큰스님이다. 하지만 카드 패를 잡은 큰스님은 없다. 저지레하다 들킨 스님들 때문에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는 부처님이 안 오실까 걱정이다. 휴정은 생전에 초상화가 있었다. 그는 입적하면서 그 초상을 보고 말했다. "80년 전 네가 나더니 80년 후 내가 너로구나." 저잣거리의 걱정을 덜어주려면 절집이 여여(如如)해야 한다
출처 : 잠시 머무는 쉼터
글쓴이 : 초안약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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