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불펜 투수 박정진(39)은 9월 10일 대전 SK전 이후 등판 기록이 없다. 어깨와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노장 투수에게 어깨 부상은 선수 생명을 끝장낼 수 있다. 76경기 96이닝이라는 기록적인 혹사의 대가다. 그럼에도 여전히 1군에 등록돼 있다. "혹사로 결국 선수를 다치게 했다"는 비판은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통증이 있는 선수를 원정 경기에까지 동행시키는 건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한화 구단의 마운드 사정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송창식은 처절한 표정으로 공을 던진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은 평소처럼 오전에 감독실로 출근해 경기 구상을 한다. 최근엔 한 가지 일을 더 했다.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비판한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 구단 내부와 외부, 모두가 '위기'라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개인 이미지 관리를 우선했다. 보도에 대한 항의는 때로 필요하지만, 구단 홍보팀이 해야 할 일을 감독이 나서서 하고 있다. ![]() 지난 19일 대전구장 두산전 9회초였다. 한화가 7-5로 두 점 앞서 있었고 주자는 없는 2사였다. 이때 김성근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걸어나왔다. 마운드 위의 권혁에게 다가가더니 얼굴을 툭 건드리고 내려갔다. 올해 유명해진 장면이다. 하지만 굳이 감독이 올라올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한 은퇴 선수는 "또 시작이구나 싶었다. 김성근 감독은 자신이 스타가 돼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고 냉소했다. 영화 쪽에선 주연이 아니지만 주목을 받는 조연을 '씬 스틸러'라고 한다. 고양 원더스에서 뛰었던 한 선수는 "김성근 감독에게 몇 번 기술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단, 기자들이 방문했을 때만이었다"고 덧붙였다. SK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포스팅 비용으로 600만 달러까지 평가했던 투수다. 기량은 누구나 인정했다. 그러나 캐릭터 분석에 들어간 뒤 평가가 낮아졌다. 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는 "김광현의 성격이 의존적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분석에는 언론 보도도 중요한 근거다. '김성근의 제자 김광현', '김성근의 원포인트 레슨' 등 보도를 접한 스카우트는 '과연 낯선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투수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 김성근 감독은 SK 시절에 대해 "사장이 선수단의 공(功)을 가로채려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야구는 감독이 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선수단의 공은 곧 자신의 공이다. 프로야구단이라는 회사의 대표이사 사장이 계약직 감독의 공로를 가로채려 한다는 생각은 극단적인 자기애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치열한 경쟁의 무대다. 이기심은 때로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그러나 지나쳐선 안 좋다. 올해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보면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의 야구에 팀을 억지로 맞추고 있다.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선수는 '실패자'가 된다. 이미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는 김성근 감독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김성근 감독의 요구를 구단이 받아들였던 결과다. 한 전직 감독은 "한화 선수들은 이번 가을, 그리고 내년을 생각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 평생을 쌓아올린 자신의 야구와 명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건 공포다. 그러나 과거 옳았던 방법도 시간이 지나며 낡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세상 이치다. 올시즌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과거 김성근 감독이 잘했던 일까지 부정당할 필요는 없다. 김성근 감독에게 지금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인가, 아니면 한화 이글스 구단인가. |
'얼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 (0) | 2015.09.24 |
---|---|
김태환의원 새누리당 (0) | 2015.09.24 |
김수환추기경 (0) | 2015.09.22 |
박기서 안두희살해 (0) | 2015.09.22 |
이종범 (0) | 2015.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