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

김성근

얼 골 2015. 9. 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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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이 선수단을 이끄는 동력은 두 가지다. 승리함으로써 논란을 잠재우고 파이(연봉, 성과급 등)를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탁월한 기술과 언변으로 선수들을 장악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전반기 때 5할 넘는 승률을 기록했고, 경기가 있는 날 최대 7명의 선수와 독대했다. 또한 어느 감독보다도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5할 승률이 깨지면서부터, 중위권 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김성근 감독은 흔들렸다. 지친 불펜투수들이 역전패를 자주 허용했고, 순위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투수운용이 이어졌다. 힘을 쓰고도 이기지 못하니 선수들은 더욱 지쳤다. 부상자들도 점차 늘어났다.

악순환은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할 때부터 시즌 초 돌풍을 일으켰을 때까지 미디어의 찬사는 과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와 인터뷰하며 그의 언변에 빠지는 건 대부분의 야구기자들이 거치는 과정이다. 특히 2015년엔 젊은 기자들이 그의 주위에 많았다. 젊은 기자들은 빠르게 뜨거워지고 그만큼 빠르게 식는 경향이 있다. 김성근 감독의 신격화 작업은 매우 빠르게 이뤄졌다.

한화 성적이 떨어지자 신화는 깨지기 시작했다. 김 감독의 말투와 발음 때문에 엉뚱한 코멘트가 전달되기도 했다. 그러자 그가 입을 다물기 시작했고, 상당수 미디어는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이런 갈등과 오해는 과거 SK 시절에도 일어났지만 지금의 정도는 훨씬 심하다.

 


선수들이 느끼는 감독과의 거리도 예전보다 멀어 보인다. 김성근 감독은 예전부터 워낙 강한 리더였다. 그래도 SK 시절엔 몇몇 선수가 고민도 털어놓고 농담도 했다. 지금은 누구도 그에게 편하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 야구단에 관한 전권을 가졌고 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70대 감독에게 말 붙이기는 누구도 쉽지 않다.


 


그가 SK를 떠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 있었던 3년 동안 프로야구는 많이 달라졌다. 그가 2015년 프로야구를 이해하고, 이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감독 1인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건 쉽지 않다. 최강팀 삼성과 그를 추격하는 NC·넥센 등은 모두 정교하고 안정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야구는 끊임없이 변한다. 선수들도 변한다. “한화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하는가. 선수들 생각이 예전과 다를 텐데”라고 김성근 감독에게 물었다.

“젊은 선수들에게 늘 하는 말이 ‘팀이 있어야 네가 있는 것’이라는 거다. 어려울 때 참아야 하고 서로 도와야 팀이 산다. 그러며 그 안에서 개인이 더 강해진다고 말한다.”

김성근 감독이 추구하는 가치와 선수들에게 이를 전하는 방식은 똑같다. 그러나 선수단, 미디어가, 팬들이 이를 과거처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는 의문이다. 전반기에는 김성근 감독이 다른 사람들을 끄는 힘이 강했다면, 후반기에는 그 힘이 약해졌다. 이길 때는 야신 같았고, 질 때는 야인 같아 보였다.

2015년 한화의 야구는 훗날 어떻게 기억되고 평가될까. 9월까지 나타난 결과를 보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볼 수 있겠다. 인터넷에서 그를 비난하는 팬들이 늘었지만, 오프라인에서 그에게 열광하는 팬들도 여전히 많다. 지금 그는 성공과 실패의 경계에 있다.

김성근 감독은 남은 2015년, 그리고 2016년 이후에도 변할 것 같지 않다. 50년 넘는 논란을 거치면서 꺾일지언정 휘어지지 않았던 김성근이다. 그는 “뒤에서 남을 욕하지 않겠다. 욕을 먹더라도 내가 앞에 서서 먹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형이자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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