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도 있다.

중국, '북핵불용'은 맞지만…대응 놓고 시각차 드러내

얼 골 2016. 1. 9. 21:02
기사 이미지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뉴스1



"北에 대가 치르게 하자"는 韓요구에 中, 원칙론만 되풀이
높은 수준의 대북제재 호응 안할 듯…제재 실효성 빨간불


(서울=뉴스1) 황라현 기자 = 북한의 기습 4차 핵실험에 이례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중국이 막상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데에는 내켜하지 않는 모양새다.

핵실험 발생 이틀만인 8일 밤 이뤄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의 통화 내용을 보면 양국의 미묘한 입장차가 느껴진다.

9일 외교부에 따르면 70여분간의 통화에서 윤 장관은 "북한 핵실험은 한반도와 동북아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매우 엄중한 사태"라며 "국제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단합하여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북한에 대한 강력한 재제를 마련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중국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대놓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왕이 부장의 입장은 원칙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왕이 부장은 "북핵문제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핵문제의 협상 궤도로의 복귀를 추진해야 된다"며 북핵 국면에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한미 정상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추진하자고 강조한 것과는 시각차가 느껴진다.

왕이 부장이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기존의 북핵 3원칙과 협상 궤도로의 복귀를 언급하는 데 그친 이유를 두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요구에 어느정도 선을 그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기존의 트리거 조항으로 이뤄지는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자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진 않겠지만, 북한 정권을 대혼란에 빠뜨릴 강도 높은 제재에는 호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왕이 부장에 앞서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 통화를 한 중국 측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안보리가 이번 사태에 합당한 대응을 함에 있어서 한국과 긴밀히 소통·협력해 나가겠다"며 '합당한 대응'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의 이같은 태도에는 제멋대로 구는 김정은 정권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긴 하지만, 북한 정권을 붕괴하는 수준의 제재를 가하는 것은 중국 국익에 불리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남중국해 등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는 작지 않다. 또한 한미일이 3각공조 체제를 구축해 북한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강력한 수준의 제재에 호응하리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방안이 도출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제재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밝힌 북한 선박의 입항제한과 무역·금융제재 등도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제대로된 효력을 발휘할 지 미지수가 됐다.

뉴욕타임즈도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관리를 인용해 북한에 가해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안은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방안이지만, 만약 원유공급 중단이 제재안에 포함될 경우 중국이 전체 결의안에 거부권을 던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