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말싸움은 정치권의 전매특허입니다. 보통은 카메라 앞에서 대변인이 점잖은 단어를 사용해 상대를 비난하지요. 여당이 먼저 하면 야당이 조금 있다 반박하고, 야당이 뭐라 하면 여당이 곧 반격하고…. 물론 가끔은 육두문자 비슷한 말이 등장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책임을 지고 대변인이 교체될 때도 있지요.
요즘 들어선 뉴스에서 대변인이 하는 말을 통해 국민들이 여야의 주장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듯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내용들이 다 전파되는 이유도 있고, 장황하게 몇 분간씩 대변인의 얘기를 듣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의외의 매체가 가장 뜨거운 수단으로 등장했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쓰였던 추억의 홍보수단인 현수막입니다. 한동안 지역구 예산 확보 등등 업적 과시용으로만 주로 쓰이던 현수막이 언제부터인가 상대 당을 비판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부상했습니다.
시작은 누리과정 예산 문제였습니다. 새누리당이 ‘교육감님, 정부에서 보내준 누리과정 예산 어디에 쓰셨나요?’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거리 곳곳에 매달자 정의당이 ‘대통령이 약속한 누리과정 예산 안줬다고 전해라’라는 현수막을 새누리당 현수막 바로 아래에 단 것이죠. 마치 새누리당의 공격을 맞받아치는 형식이 된 셈입니다.
현수막 받아치기가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며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자 정의당은 또다른 현수막을 준비했습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가 일 좀 하게 해주세요’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어놓은 곳마다 반박하는 문구의 현수막을 아래에 걸어놓은 것이죠.
네티즌들이 찾아낸 현수막은 31일 현재 2가지 버전인데요, 하나는 ‘박근혜 정부가 그 일 하면 우리 쉽게 해고되는 거 맞지요?’라는 문구입니다. 노동법 개정안이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새누리당의 현수막을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두 번째 버전은 조금 더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반부’ 굴욕합의, 쉬운 해고 노동개악… 국민들 힘들어요. 딴짓 좀 그만 하세요!‘라고 쓰고 있네요.
정의당 반박 문구 현수막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응은 아직까진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말싸움이 으레 그렇듯 조만간 반박 문구가 담긴 새누리당의 현수막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새누리당의 새로운 버전 현수막에는 얼마나 신선한 문구가 담길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립니다.
각 정당들이 최소한 현수막에는 저질스런 문구를 담지는 못할 테니 TV화면을 통해 상스런 얘기를 듣는 것보다는 이런 다툼이 나아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여야의 톡톡 튀는 현수막 전쟁 기대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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