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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연봉 알리지 말라” 바람막이가 된 경제단체

얼 골 2016. 2. 20. 08:54

상장기업에서 연봉 5억원 이상인 임직원 상위 5명의 임금을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이 본회의를 앞두고 반대여론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 법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개정안은 오는 23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이르면 2017년 소득분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미등기임원의 연봉이 공개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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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법안을 발의했던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전경련은 재벌 총수를 경호하는 단체인가”라며 “왜 기업공시 강화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날 전경련,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공동보도자료를 내고 ‘임원개별보수 공개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전경련 등은 개인연봉 공개는 사생활·비밀침해의 우려가 있고, 연봉이 공개된 임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세웠다. 또 임직원 외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의 연봉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전경련 등은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 법사위 등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 법은 이미 미국에서도 2010년 도입된 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2014년 귀속소득 기준 총급여 5억원을 초과한 개인은 7447명인데 상장사에서 연봉 5억원 이상 받는 등기임원은 전체의 0.04%인 640명”이라며 “상장회사에서 5억원 이상 받으면서 연봉 상위 5위 안에 드는 일반직원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또 “이미 연봉이 공개되고 있는 등기임원 600여명이 범죄의 표적이 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연간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은 의무적으로 보수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되자 상당수 재벌총수들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현재 미등기임원으로 연봉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 재벌인사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있다. 삼성가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등기임원으로 연봉을 공개하고 있지만 제일모직, 섬성에버랜드, 삼성물산 등은 이 사장이 미등기임원으로 돼 있어 임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이 이들 기업 전체로부터 받는 연봉 규모는 알 수 없다.

등기임원으로 연봉공개 대상자 중에서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2014년에 215억원을 받아 가장 많았다. 다만 정 회장의 임금에는 현대제철 퇴직금 100억여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한다면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이사(146억원)가 가장 많았다. 상위 5위 중 3명이 삼성전자 임원이다.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임금은 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오는 23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2018년 3월30일 발표되는 사업보고서부터 미등기임원의 연봉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