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마광수

얼 골 2016. 6. 27. 12:38

【서울=뉴시스】님이여, 저는 아주 키가 작은 나무이고 싶어요/ 우리들은 모두 다 외로움의 대지에/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들입니다/ 나무들은 모두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어요/ 그래서 대지와는 정반대 방향인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지요/ 키가 비슷하게 작은 나무들은,/ 서로의 가슴위로 불어 가는/ 크고 작은 바람들을 함께 알아요/ 모두들 외로움에 깊게 지쳐 있기 때문에/ 나무들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키가 큰 나무들은 그 큰 키만큼/ 고적하고 외롭습니다/ 하늘만을 바라볼 수 있을 뿐/ 서로가 마주 보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나무가 적으니까요/ 님이여, 그래서 저는 아주 작은 한낱 잡목이고 싶어요/ 키 큰 나무는 되고 싶지 않아요/ 비록 아무 의미도 없이 쓰러져 땅속에 묻혀 버린다고 해도,/ 저는 그저 외롭지 않게 한세상을 살며/ 꿈꾸듯 서로 바라보며/ 따사롭게 위안받을 수 있는/ 그런 많은 이웃들을 가지고 싶습니다. (사랑받지 못하여, 마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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