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가
서정윤
가는 자는 가고
남는 자는 남는다.
가는 자의 꿈까지
남은 자는 가꾸어야 한다.
새벽 안개 흐린 사이로
미처 행장도 꾸리지 못한 채
잠시 다녀온다는 발길로 떠난,
아직도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설 것같은
그대를 아주 보내며
함께 떠난 나의 영혼을
부른다.
목숨처럼 사랑한 사람아
목숨보다 사랑한 그대여,
이제는 그대 떠난 하늘을 인정하고
남은 자의 꿈으로 살아있기 위해
나는 이 남루한 눈물을 보이나니
그대는 또 어느 젊은 부부의
어여쁜 아기로 태어나기 위해
망각의 강을 건너고 있느뇨.
가는 자는 결국 가고
남은 자들만 남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