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백호의 태몽도 심상치 않았다. 정씨는 “친정 엄마가 꿈에서 커다란 알 같은 걸 들고 있었다. 엄마, 이거 타조알이야? 라고 물으면서 그 알을 받아 품에 안았다”고 말했다. 태몽으로서 알은 대개 딸인 경우가 많지만,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 강창열씨(58)는 “내 나이 마흔에 낳은 늦둥이다. 게다가 우리 집안에 자손이 귀했다”고 말했다. 온 집안의 경사였고, 온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백호(白虎)라는 이름이 그래서 나왔다. 정씨는 “시아버님이 한문 선생님이셨다. 여러 이름을 짓고 계셨는데 애 아빠가 백호라는 이름을 들고 왔다. 흰 호랑이는 귀하고 영험한 동물이니까. 시아버님이 그 자리에서 당신이 지은 이름을 다 버리고 ‘그래 백호로 하자’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농구만화 <슬램덩크>와는 관계없다. 정씨는 “애 아빠도 나도 그런 만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고척 1호 홈런 치고 주목 받을 때 그 만화책 얘기를 처음 들었다”며 웃었다.

부모님에게 강백호는 ‘알에서 태어난 호랑이’인 셈이다. 세상 모든 부모들 마음이 비슷하겠지만 최고의 아들이다. 정씨는 “속 한 번 썩인 적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애늙은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의젓하고 성숙했다. 남들 다 겪는다는 사춘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사춘기라는 거, 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얘기다. 그러게 왜 필요하냐”고 되레 되물었단다.
늦둥이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와는 여전히 친구처럼 지낸다. 정씨는 “애기 때부터 아빠 배 위에 올라가면 그렇게 잠을 잘 잤다. 그저께도 아빠가 누워있는데 백호가 아빠 배 위로 올라가더라. ‘아빠 찌그러져 다친다’고 했더니 애 아빠가 ‘아직은 견딜 수 있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강백호는 공식 프로필상 1m84, 98㎏이다.
강백호가 당당한 고졸 신인으로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성격을 빼다 박아서인지도 모른다. 정씨는 “아빠를 똑 닮았다. 어려운 선배들하고도 능력껏 아주 잘 어울려 지낸다. 아빠가 딱 그렇다”고 말했다.
세상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다 비슷하다. 강백호는 ‘최고의 아들’이다. 정씨는 “어릴 때부터 항상 자기만의 목표를 딱 세워놓고 그걸 채워나갔다. 꼬맹이 때부터 야구 일기도 거의 매일 썼다. 야구 인생 목표? 다른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게 자기 목표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났고, 강백호는 함께 상을 받은 쟁쟁한 선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던 정씨가 말했다.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어요. 어떻게 저런 애가 나한테서 나왔을까.” 부모님의 마음은 다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