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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산 정혜사 살 적에 불국사 월산 큰스님께서 대중공양을 한 번씩 오시곤 했다. 공양물이 오징어 버터구이라 그 날만을 학수고대했다. 아마 큰스님의 자비심이었으리라 짐작한다. 대중공양도 좋기는 하지만 옛날 수행담과 소참법문을 해 주셔서 더욱 좋았다. 정혜사 행자시절 공양주 하던 때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으면, 가끔 만공 큰스님께서 오셔서 슬쩍 들여다보시고 “저 놈은 중이 안 될 놈이 중이 되었어!”라고 하시더란다. 그래서 “큰스님도 중이 안 되실 분이 어떻게 중이 되셨어요?”라고 물으니, 만공 큰스님께서 “나는 중이 아니야! 나는 중이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치시며 껄껄 호탕하게 웃으셨단다. “만공 큰스님과 나눈 이야기는 달랑 그 몇 마디인데, 그것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으니 그 덕화를 잊지 못해 매년 들르신다”고 말씀하셨다. 이를 일러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위대한 만남이라 하지 않을 까? 그 말씀을 하시던 월산 노스님의 그윽한 눈빛과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경허, 만공, 혜월스님의 진영이 모셔진 금선대에 작은 현판이 안에 걸려있는데, ‘청풍오백간주인(淸風五百間主人)’이라 쓰여있다. ‘오백간’이 무슨 뜻인지 큰스님께 여쭈었더니 “그것도 모르느냐? 오백간이 바로 온 우주를 말함이네!”라고 답하신다. 무릎을 탁 내리칠 만한 명쾌한 답이다. 그것이 월산 노스님의 마지막 정혜사 나들이였으니 이듬해 입적하셨기 때문이다. 노스님을 뵈올 수 있고 법문을 들을 수 있던 그 시절은 얼마나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날들이었는지 모른다. 월산스님과 만공 노스님의 짧은 대화와 만남이, 또한 나와 월산 노스님과의 대화와 만남이 같은가, 혹은 다른가? 그리고 “나는 중이 아니야!” 하시던 만공 노스님의 뜻은 무엇인지 참구해 볼 일이다. 누가 내게 “어찌 중이 안 될 사람이 중이 되었는고?” 묻는다면, 나 또한 “난 중이 아니야!”라고 답하리다.
진광스님 논설위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진광스님 논설위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