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도 있다.

'치료결과 민·형사상 책임 묻지 않겠다' 합의서..法 "효력 없어"

얼 골 2019. 7. 29. 17:00
침술/사진=픽사베이
치료비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써줬더라도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김도현 부장판사)은 A씨와 그 가족이 한방병원 원장 B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는 A씨 가족에 약 5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침술 맞고 '보행장애'
A씨는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에 시달리다 2016년 1월 4일 B씨가 운영하는 한방병원을 방문해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B씨는 A씨에게 물리치료와 함께 허리와 종아리에 약침 및 도침자락술을 시행했다. 도침자락술이란 침의 끝부분이 날로 돼있는 ‘도침’으로 뼈나 관절을 둘러싼 연한 부위에 엉겨 붙은 염증을 직접 제거하는 치료방법이다.

A씨는 침을 맞은 직후 왼쪽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호소했고, ‘일시적일 뿐, 나아질 것’이라는 B씨의 설명을 듣고 귀가했으나 하루 뒤에도 증상은 그대로였다. 다음날 A씨는 B씨에게 ‘1월 6일 치료 결과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자필각서를 써주고, 또 다시 침을 맞았다.

침술 치료는 그해 말까지 6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A씨는 2016년 12월 그 동안 치료에 대해 ‘향후 민·형사상 및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주고, 비용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A씨는 이듬해까지 다리 마비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보조기 없이는 걷지도 못하게 되자 B씨를 상대로 약 1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우선 각서에 대해 “1월 6월 시행한 2차 시술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이전 시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대해서는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A씨가 후유장애의 정도, 치료 필요성 등 손해범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비증상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합의서를 작성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만일 보행장애를 예상했더라면 침 시술비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합의서의 효력이 보행장애로 인한 손해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시술 전 왼쪽 다리에 별다른 장애가 없었는데, 시술 직후 무력감과 보행장애의 증상을 보였다”며 “B씨는 시술시 신경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A씨에게 양측 발목 마비로 인한 보행장애를 발생하게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추간판탈출증이 보행장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호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신체감정 의견도 있다”며 B씨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