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부 밀림 지역의 어느 한적한 강가, 대략 3m가 넘어 보이는 거대한 야생 아시아 코끼리와 작은 몸집의 소녀가 나란히 서있다. 아직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아 폭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어린 소녀의 안전이 걱정되지만 어쩐 일인지 이 둘은 오랜 시간 서로를 알아온 친구처럼 평온하다.
뒤이어 소녀가 공손히 손을 모으고 합장하는 자세를 취하자 코끼리 또한 소녀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힌다. 둘 사이에는 어떠한 긴장감도 존재하지 않으며 끈끈한 신뢰의 감정만 남아있다. 어릴 때부터 봐온 것도 아니고 이미 다 자란 코끼리가 인간 소녀에게 순순히 마음을 여는 일은 '기적'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놀라운 기적의 주인공인 킴 루안은 베트남 중앙 지역에 거주하는 토착소수민족인 므농(Mnong)족 소녀로 올해 6살이다. 전통적으로 므농족은 야생 아시아 코끼리를 길들여 물품 수송, 주택 건설 등에 활용해오고 있기에 해당 지역에서 코끼리와 인간의 공존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므농족은 언제 흉포한 야성이 되돌아와 사람을 해칠지도 모르는 야생 코끼리들을 조련하는 방법을 자연적으로 터득했다. 따라서 이들이 집 앞 마당에 마치 반려동물처럼 코끼리들을 기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루안처럼 아직 한참 어린 소녀가 다 큰 거대 야생 코끼리를 능수능란하게 조련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문 사례다.
이 신비로운 광경은 이달 초, 프랑스 사진작가 레한(35)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7년간 베트남에 거주하며 45000장에 달하는 다양한 광경을 촬영해온 그 조차, 루안과 야생 코끼리의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레한은 "언뜻 보면 소녀가 위험해보일 수 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곳 코끼리들은 인간이 먼저 위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계속 친절함을 유지한다"며 "므농족 사람들은 야생 코끼리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