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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얼 골 2015. 9. 29. 12:40

버니 샌더스

 

세대차이를 넘어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샌더스는 기득권에 쫄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연설에는 일관적인 샌더스의 소신이 녹아있다. 빈부격차가 매우 심해진 미국 사회를 도덕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거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의 부는 2003년 이래로 계속 증가하여 2013년에 약 41%를 차지한다. 상위 10%의 부는 미국 총 자산의 3/4을 넘어가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부자 세금을 깎아주면서 최저 임금을 거부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샌더스가 내건 공약을 실행하려면 18조달러에 해당하는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는 엄청난 증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 우리나라돈 약 2경 2000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자 샌더스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부자들이 탈세한 금액들을 모은다면 증세 없이 가능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치인이 뱉은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런데 왜 샌더스는 사람들의 여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그건 그가 여태까지 일관적으로 걸어온 행보덕분이다. 가난한 폴란드계 이민자 출신의 가정에서 태어난 샌더스는 시카고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그는 마틴루터킹의 민권 행진에도 함께 참여한 적이 있으며, 베트남전에 대항하는 반전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기득권과 줄곧 싸워왔다.

 

그가 정계에 뛰어든 건 1981년 버몬트주 벌링턴에 시장으로 출마하면서부터이다. 그 이후 그는 줄곧 서민 친화적 진보정책을 펼쳐왔다. 현재 대선 자금도 그는 상위 1%의 지원을 받지 않고 크라우딩 펀드를 통해 99%의 사람들에게서 소액으로 조금씩 지원받고 있다. 그가 몸소 보여준 행보들은 곧 샌더스의 유세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커져가는 빈부격차…적절한 타이밍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미국에서 사회주의자가 빛을 발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자본주의의 폐단이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부자들에 대한 반감은 이미 예전부터 미국 사회에 만연했다

 

2011년 9월부터 약 2개월간 일어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시민들의 반감이 표출된 대표적인 예이다. 시민들은 미국을 경제위기로 빠뜨리고도 수백만 달러의 퇴직금을 챙겨나가는 월가의 임직원들에 분노했고, “미국의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

 

당시 서브프라임 사태로 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낸 경영진은 엄청난 보수와 퇴직금을 챙긴 뒤 물러났다. 당시 모건스탠리의 CEO였던 존 맥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94억 달러의 손실을 입혔지만, 연봉 4200만달러를 챙겼고, 안젤로 모질로 전 컨트리와이드 그룹 CEO는 200억달러의 손실을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연봉, 인센티브, 퇴직금 총 5340만달러 (한화 628억원)을 챙겼다. 중산층이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로 미국 사회의 경제 불평등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2014년 퍼거슨 사태와 뉴욕 에릭 가너의 과격 진압으로 인한 사망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람들의 불만은 더 커져나갔다. 시민들은 퍼거슨 사태의 주인공 마이클 브라운이 절도를 한 이유와, 에릭 가너가 가치담배를 팔아야 했던 이유를 ‘경제적 빈곤’으로 보았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이 경제적인 이유에 기인한다는 젊은층의 생각과 샌더스의 사회주의적 정치행보가 시의적절하게 맞아떨어졌다.

 

 

‘많은 미국인들이 민주당과 공화당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샌더스가 민주당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한 대답이다. 민주당이 점점 보수화 되어간다는 시민들의 평가도 샌더스를 차별화 하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이다. 젊은 중산층은 자신들의 대학 학자금, 모기지론 등으로 투자하는 월가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그러나 민주당은 월가와 쉽사리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샌더스의 월가 개혁안은 파격적이다. 그는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월가의 투자를 좀 더 신중하게 하여 월가의 금융 흐름 속도를 늦춰보겠다는 의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축적한 세금은 학자금 대출이 필요없는 무상대학교육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포브스는 누적 학자금이 1조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학을 졸업한 미국인 2/3가 학자금을 갚아야 한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샌더스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지난 21일 CNN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가 다시 샌더스를 18%나 떠돌리며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샌더스는 지루할 뻔했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큰 재미를 선사했다.

또, 미국사회에 숨어있던 슈퍼리치들에 대한 중산층의 반감을 거침없이 끄집어내었다는 역할도 한 셈이다. 미국의 정치 명문 집안 클린턴가(家)의 여장부와 가난한 이민자 가정 출신의 사회주의자 간의 불꽃튀는 대결, 공화당의 막말을 서슴치 않는 억만장자 출신 도널드 트럼프까지, 2016년 미국 대선 레이스는 매우 흥미진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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