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그리고 정의화.
지금 정치권의 중심에 서 있는 4명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바로 부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그리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구가 부산이고, 신당을 꾸린 안철수 의원의 고향 역시 부산이다. 안철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일 때 부산 출마가 점쳐지기도 했다.
이들 4명은 부산으로 묶여있지만, 소속은 흥미롭다. 1명은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대표,또 다른 1명은 새누리당 소속이었다가 지금은 형식상 당적이 없는 국회의 수장, 2명은 각각 야권의 대표 주자다. 부산이라는 지도 위에 여와 야,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전신 정당 포함)의 텃밭이라는 PK(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어떻게 진보와 야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배출된 것일까? ‘야도(野都)’라는 이 두 글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야구(野球)의 도시, ‘야도 부산’이라고 불리는 부산이지만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부산은 다른 의미의 ‘야도 부산’으로 불렸다. 집권당으로 대변되는 보수당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지지가 아닌 권위주의 정권에 반대하는 야권을 지지하는 도시, 야당(野黨)의 도시 ‘야도(野都)’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야도(野都) 부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2012년 열린 19대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부산의 지역구 의석 18석 가운데 2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대권주자인 문재인이 사상에서 당선되면서, 1석에 불과했던 지역구 의석을 2석으로 늘린 결과였다.(조경태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이적하면서 다시 1석으로 줄었다) 경남과 울산을 포함하는 PK지역 전체를 봐도, 19대 총선에서 전체 지역구 의석의 90%를 새누리당이 차지하고, 18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 중심의 친박연대 등에 대한 지지는 19대와 차이가 없었다. 야권을 지지하는 도시로서의 ‘야도 부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 1~12대 총선…정치적 ‘야도(野都) 부산’
현재는 새누리당 공천이 국회로 가는 급행열차 티켓처럼 생각되는 PK 지역이지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역대 총선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과거의 상황은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다.
1948년 제헌국회 선거(1대 총선)에서 경남 지역 31개 선거구 중 19곳의 승자는 무소속이었다. 전국을 서울-경기-인천(수도권), 강원, 충청, 전남 전북(호남), 대구 경북(TK), 부산 경남(PK), 제주 등 7개 권역으로 나눴을 때, 무소속 당선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경남 즉, PK 지역이었다. 무소속 당선자 비율은 2대 총선에서 81%까지 올라가는데, 이 역시 전국 최고였다. 1~2대 총선만 보면 PK지역에서 정당이 아닌 인물이 당락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사람은 좋은데, 정당이 싫다”는 식의 지역주의 정당에 기반 한 정치 인식이 1,2대 총선에서는 작동되지 않은 것이다.
3~5대 총선에서 야권이 최대 75%(5대, 1960)의 의석을 차지하기도 했던 PK 지역은 박정희와 전두환, 두 군사 정권 아래에서도 야당 지지 성향을 잃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12대 총선에서 야당인 신민당은 꾸준히 30% 내외의 의석을 차지했고, 1971년 8대 총선에선 28석 중 58%에 달하는 15석을 차지한다.
이런 야당 지지세는 지역을 부산으로 좁혀 놓고 보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야당은 꾸준히 5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7대와 8대 총선에선 각각 지역구 의석 7석 중 5석(71%), 8석 중 6석(75%)을 차지한다. 명실상부한 ‘야도(野都) 부산’이었던 것이다. 이런 경향성은 도시 지역인 수도권 등에서도 관찰되는데, 결국 애초에 PK 지역에서도 지역주의가 아닌 ‘여촌야도’로 대표되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민주화의 도화선이 된 ‘부마항쟁’이 벌어진 곳이 부산과 경남 마산이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 YS와 PK, 그리고 지역정당
1988년 13대 총선(1988)부터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PK라는 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한 정당, 지역의 맹주인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PK지역의 다수 의석을 점하는 지역주의 정당화가 나타난 것이다. 13대 총선 분석 결과, 통일민주당은 PK 지역 37개 의석 중 62%인 23석을 차지한다. 특히, 부산만 놓고 보면 통일민주당은 15석 중 14석이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에 대한 지역민의 일방적인 지지는 호남과 대구, 경북지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2대 총선(1985)까지 가시화되지 않았던 지역주의가 표출된 배경은 당시 시대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표출된 반(反)전두환 정권에 대한 저항과 민주화의 열정이 김영삼 김대중, 양김의 분열로 지역 안에 갇혀 버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민주화에 대한 열정이 지역 맹주에 대한 지지로, 또 그것이 지역 맹주가 속하고 있거나 속했던 정당에 대한 일방적 지리로 변모했다는 뜻이다.
그나마 13대 총선(1988)까지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은 김대중의 평화민주당과 민주화 세력을 함께 구성하는 야당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야도(野都) 부산’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90년 경남 거제가 고향인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등과 3당 합당(야합/1990) 이후에는 ‘민주자유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로 나타난다. 즉, ‘야도 부산’은 여권 지지 지역으로 변모한다.
총선 결과 분석을 보면, 14대 총선(1992)에서 여당인 민자당은 PK 지역에서 79%의 의석을 차지하고, 부산에서는 무소속에만 1석을 내주는 압승을 거둔다. 이런 경향은 이후로도 이어지는데 PK 전체로 보면 최대 97%(2000년 16대 총선), 부산으로 좁히면 100%(15대, 16대)의 의석을 차지하기도 한다. 새누리당(전신 정당 포함)의 공천만 받으면 동네 강아지도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는 비아냥이 흘러나온 배경이다.
PK 지역 역대 총선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PK 지역주의’는 애초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PK 민심을 하나의 단어로 정리한다면, 야권 지지‘의 역사가 더 오래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역대 총선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PK 지역주의’는 만들어진 지역주의라는 의미이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부산은 지역주의 굴레를 벗을 수 있을까? PK 지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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