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이 지난 달 중국 화인글로벌 영상그룹으로부터 ‘디워2’ 제작비 900억원을 투자받기로 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1,000억에 가까운 거액도 놀랍지만 투자액 유치 당사자가 ‘영구 없다’ 심형래라는 사실이 더욱 눈을 비비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거의 매장 되다시피 한 문제적 감독으로 분류된 그가 엄청난 제작비를 조달하자 인터넷에선 벌써부터 ‘대단한 영업력’이라며 트집잡는 분위기다.
심형래 감독을 바라보는 국내 여론이 곱지 않은 건 절반 이상 그의 허물 탓이다. 급여 체불과 심심찮게 불거진 도박설, 영화사 폐업 등 그의 주위엔 늘 잡음이 일었다. 본인에겐 다소 억울하겠지만 허술한 작품성과 그림 위주의 내러티브, 국뽕으로 불리는 애국심 마케팅도 매번 그를 평가 절하하게 만드는 발목 지뢰였다. 연관검색어에 여전히 비비탄이 등장하는 것도 그에겐 뼈아픈 과거다.
그런 그가 수년간 투자 탄착점으로 중국을 겨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나다. 한국에선 그에게 10억도 대줄 회사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와 일해 본 CJ와 쇼박스가 아무리 대기업을 낀 투자사라지만 그에게 더 이상 돈을 대줄 만큼 녹록한 형편은 아니다. 이미 북미 시장을 뛰어넘은 중국 영화의 급격한 팽창과 풍부한 자본력이 심형래의 야심과 자석 N극, S극처럼 맞붙은 것이다.
정작 한국에선 야박한 평가를 받고 오히려 해외에서 진가를 알아주는 또 한 명의 대표적 인물이 바로 황우석 박사다. 10년 전 서울대에서 파면된 그는 경기도 용인 컨테이너 건물에 이어 현재 서울 구로구의 한 연구소에서 제자들과 동물 복제와 논문 발표로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간간이 의미있는 업적과 근황이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색안경을 쓴 시선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유력한 노벨상 수상 후보에서 며칠 만에 대국민 사기꾼으로 전락했으니 황우석 박사만큼 단기간에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이도 드물 것이다. 뒤늦게 드러났지만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후 황 박사가 찾아간 곳은 모두의 예상을 깬 리비아였다. 그 나라 최고지도자 카다피가 사망한 2011년까지 그를 몇 년간 국빈 대접하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다. 가장 복제가 어렵다는 개 복제의 최고 권위자답게 세계 각국으로부터 굵직한 동물 복제 연구 의뢰가 빗발치고 있다. 두바이 정부로부터 1만 년 전 개를 복원하는 작업을 요청받은데 이어 최근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3만4,000년 전 멸종된 매머드 복제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한국 언론은 ‘또 쇼를 한다’고 하지만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선 이미 3부작으로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참여한 세계 최강 암살부대 미국 네이비씰 디비전6팀 소속 침투견 브랑코를 100두 이상 복제한 이도 바로 한국의 황우석 박사였다. 이중 몇 마리는 미국의 양해를 얻어 한국 경찰청 폭발물 탐지견으로 보내져 각종 사건에 투입되고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약견으로 임무 수행하는 개도 황 박사의 손을 거친 아이들이다.
방한한 중국 정치인들의 필수 견학 코스인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에 이어 요즘 새롭게 추가된 곳이 바로 황우석 박사가 있는 수암연구센터라고 한다. 전자와 철강, 자동차의 경우 이미 한국 수준에 다다랐거나 추월했다고 판단하는 중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를 복제하는 황우석 박사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랍 에미리트도 황 박사를 위해 해외 연구소 설립에 합의한 상태다.
심형래 감독은 “저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지만 제 영화가 쓰레기라고 하는데 그럼 여기에 돈을 대는 중국과 아시아 판권을 요청하는 일본, 그리고 디워2를 3,000개 극장에 걸어주겠다는 미국의 배급사는 뭐냐”며 반문한다. 박수 받겠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9년간 와신상담한 결과물에 대해 무작정 깎아내리는 일부 여론에 대한 서운함일 것이다.
황우석 박사도 “10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로 TV를 보고 지구 반대편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하면 다들 사기 치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며 “과학자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도 저는 정설을 극복하고 뛰어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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