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6대 왕 인조(1595~1649, 재위 1623~1649)는 반정 전 여러 명의 추대 후보 중 하나였지만 한 부인의 도움으로 운 좋게 왕위에 올랐다. 인조반정 세력들은 광해군이 1617년 선조의 계비이자 영창대군의 어머니 인목대비 김씨를 폐위하자 그를 쫓아내기로 최종 결론지었지만 누구를 차기 왕에 옹립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다음 왕은 반정의 주역인 김류의 부인에 의해 낙점됐다.
"하루는 장릉(선조의 손자이자 정원군의 둘째 아들인 능양군)이 김류의 사저를 찾았다. 능양군이 막 문을 나서자 김류의 부인이 나와 '지난밤 꿈에 어가가 집을 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곤룡포를 입은 분이 아까 오셨던 젊은 분'이라고 귀띔했다. 김류는 크게 놀라면서 추대 논의를 마침내 마무리했다. (중략) 부인은 손님의 정체를 몰랐던 것이 아니다. 김류의 판단이 계속 미뤄지자 부인은 꿈을 핑계 대며 김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능양군은 가까스로 왕(인조)이 됐다. 인조의 집안은 선조의 후궁인 인빈 김씨 자녀들과 대립했다. 인빈 김씨의 딸 정안옹주와 결혼한 박미는 애초 반정세력과 교류했지만 자기 친처남인 의창군을 왕 후보로 밀다가 미운털이 박혔다. "최명길, 장유가 분서도위(분서는 호, 도위는 부마) 박미와 친해 일이 거의 이루어지려고 할 때 함께하자고 하는데 '의창이 아니면 안된다'고 했다. 천의와 인심이 이미 돌아간 곳이 따로 있었던 것을 그는 몰랐던 것이다. (중략) 박미 부자(박미와 그 아버지 박동량)가 유배에 처해진 것은 분서도위의 망발이 그 이유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정 성공 후 인조는 외사촌인 능천부원군 구인후를 시켜 어머니 인헌왕후에게 소식을 전하게 했다. "능천부원군이 명을 받들고 가서 보니 성모(인헌왕후)는 방 안에 앉아 있고 인평대군(인조의 셋째 아들)이 인열왕후(인조비) 품 안에서 젖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구인후가 아뢰기를 마치고 머리를 들어보니 두 부인이 울면서 목숨을 애걸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정안옹주이고 다른 한 명은 의창군 부인이었다. (중략) 능창군(무고로 사형 당한 인조의 친동생)이 죽고 나서 열린 궁중연회에서 의창군 부인은 옆에 앉은 인헌왕후에게 '어찌 역적의 어미와 한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모욕했다. 인헌왕후는 당황하여 물러나 맨발로 나갔다."
병자호란 뒤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속환돼온 부녀자들을 환향녀라고 했다. 환향녀들은 꿈에도 그리던 고국에 돌아왔지만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남편들의 배신이었다. 서포는 많은 선비들이 아내들을 내쫓은 사실을 두고 개탄해 마지않았다. "옛날 사람들은 함께 삼년상을 지냈거나 돌아갈 곳이 없는 아내는 비록 죄가 있어도 내치지 않았다. (중략) 오랑캐에 포로로 끌려갔던 부녀자들은 절개를 잃었더라도 음란한 여인과 비교하면 사정에 차이가 있다. (중략) 사대부들이 의리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입장에만 유리한 계책을 세워 쓰니 이것은 사사로운 욕심이 지나쳤던 것이다."
문인 비평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서포는 16세기 여성 문인인 허난설헌(허균의 누나)의 재주가 과대포장됐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안타까운 것은 허균이 원나라와 명나라 문인들의 아름다운 구절이나 화려한 시편 중에 사람들의 거의 보지 못한 것들을 상당히 많이 채집하여 문집 속에 끼워넣어 명성과 위세를 떠벌렸다는 것이다. 문집은 중국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전겸익(명나라 말기 청나라 초기의 문인)의 남다른 감식안을 만나 속 내용이 모두 드러나 조선 사람들을 크게 부끄럽게 만들었으니 애석하도다."
전겸익은 '열조시집'에서 허난설헌의 시 '소전'이 사실은 자신의 첩 유여시가 지은 것이며 허난설헌의 많은 시는 중국 시인들의 시를 모방했다고 혹평했다. 대신 광해군 때 역모 혐의로 극형에 처해진 그녀의 동생 허균의 재능은 높게 쳤다. "허균의 감식력은 근대의 제일이었다. 택당(한문 4대가의 한 사람인 이식)은 매번 그의 자제들에게 '허균이 시를 잘 안다'고 칭찬했다. 그의 시는 형식과 격조는 별로 높지 않지만 재주와 정서는 남을 뛰어넘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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