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조순

얼 골 2018. 4. 26. 17:37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

교수라고 해주세요. 원래 교수였으니.”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의 이력은 화려하다. 정·관·학계를 아우르는 광폭 스펙이다. “대통령 빼고는 다 해보신 것 아닌가요?” 소리 없는 웃음에 흰 눈썹이 올라갔다.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초대 민선 서울시장, 한나라당 총재가 과거 그의 삶을 채운 자리들이다. 그러나 그가 “원래 교수”라고 강조하듯 그의 큰 족적은 한국 경제학계에 뚜렷이 새겨져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경제학자로서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 “작금 경제학이 자꾸만 미시적으로 가고 있어 천하대세를 잘 보지 못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금융위기가 왔을 때 유명한 경제학자들에게 ‘당신들은 머리도 좋고 공부도 많이 했는데 왜 몰랐느냐’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큰 흐름을 읽는 경제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쇠퇴하는 인문학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인문학이 죽으면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선악 구별이 안 되고, 가치판단이 안 선다. 인문학을 모른다는 건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