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유튜버 박승현씨는 자신의 투약 사실을 고백했다. (사진=박승현 SNS 갈무리)
개인방송 진행자(유튜버)인 박승현(29)씨는 소위 몸짱이 되기 위해 성장 호르몬·남성호르몬 등을 투약 중이라고 밝혔다. 키 163cm에 몸무게 103kg이 넘는 덩치를 약물로 만들었다는 게 박씨의 고백이다. 박씨의 폭로에 “용기있다”, “위험한 고백이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유명 ‘몸짱’의 90% 이상 약물 복용…“선의의 피해자 막고 싶다”
박씨는 운동하는 사람 사이에서 왕따다. 보디빌더 선수나 헬스 트레이너 등 일명 `헬스 선수`들이 비밀스럽게 투약해오던 성장호르몬·남성호르몬·인슐린·스테로이드 약품 등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해당 약품들을 투여하면 힘과 근육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복근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박씨는 23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의 고백 이후 유명 운동선수뿐 주변 친구들까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며 “실제로 전화까지 걸어 `선수들 얼굴과 노력에 먹칠을 했다`며 항의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선수들 사이에서 약물 복용은 관행처럼 이뤄졌다. 박씨에 따르면 유명 헬스인들의 90% 이상은 약물 복용을 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의 투약을 고백하지 않았다. “외형(근육)을 위해 건강을 버린다”는 비난과 ‘약물 복용자’라는 꼬리표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실제 약물 복용은 효과만큼 부작용이 작지 않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오는 우울증과 부종, 심하면 성 기능 장애까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박씨가 고백을 한 이유는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다. 전문 헬스 트레이너나 보디빌더 사이에서만 복용돼 오던 약물에 관심을 두는 일반인들이 최근 늘고 있다. 박씨는 “부작용을 모른 채 약물에 손을 대려는 일반인이 많다”며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헬스 선수들은 오히려 약물 복용의 부정적인 인식이 두려워 부작용을 숨기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불법 약물이 대다수…“돌아올 수 없는 강”
박씨는 약물 복용의 문제점으로 부작용 뿐 아니라 불법성도 지적했다. ‘몸짱’ 선수들이 자신의 팔에 직접 주사를 놓는 인슐린·성장호르몬 등의 약품은 전문 의약품이다. 일반인이 직접 판매하거나 처방전 없이 구매해선 안 된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 한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는 건 어렵다. 선수들이 투여하는 약품은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다수다.
박씨는 “공급책-브로커-헬스 선수로 이어지는 불법 유통망이 있다”며 “이런 불법성 때문에 헬스 선수들은 약물 고백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씨에 따르면 약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드는 경우도 많다. 박씨는 “덩치에 따라서 약값이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며 “근육을 단련하고 싶은 욕심이 클 수록 돈은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약값을 충당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약물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얻는 선수들까지 있다”며 “돈 벌려고 약을 파는 선수들이 회원들에게 솔직하게 부작용을 이야기할 수 있겠냐”고 털어놨다. 정보에 취약한 일반인들이 약물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씨는 몸짱이 되기 위해 투약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마라”고 조언했다. “외형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약물에 손을 댄다면, 결국 건강만 망가진다. 당신의 꿈은 약물이 아닌 노력을 통해 이뤄야 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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