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선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내부의 적’이 될 수 없어 자괴감, 지난 4년 전투요원처럼… ‘여기서 일단락이 맞다’ 결심
“‘조국 사태’로 인간적 한계 느껴… 악마의 변호인 나오기 어려운 당 분위기 극복됐으면”
“저는 손님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에 오래 있었더라면 박용진, 금태섭 의원보다 더한 쓴소리를 했을 거다. 그게 아니면서 당이나 지지자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고 ‘내부의 적’ 같은 모습이 될 수도 없었다. 자괴감이 계속 들었다.“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표 의원은 지난달 돌연 총선불출마를 선언해 여당을 뒤숭숭하게 했다. 표 의원은 ‘여당 초선 의원’인 자신을 “손님 같은 존재”로 생각해왔다고 했다. 냉대 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랫동안 당과 함께 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검열해 왔다는 뜻이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외부인으로서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더 남아 있다면 기득권 구조 속으로 들어갈 것 같다. 여기서 일단락 짓는 게 맞다.”
표 의원은 “동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아무리 똑똑해도 참사를 만들 수 있다”며 ‘집단적 사고’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그는 “이질적 존재,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할 사람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며 “그 역할이 용인되고, 제가 느낀 두려움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이유로도 제약되지 않는 공론장이 펼쳐지면 좋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극복했으면 하는 두 가지로 표 의원은 ‘피해의식’과 ‘지나친 위기감’을 꼽았다. 그는 “당에 시대의 피해자들이 많이 계시지만, 여당이 된 만큼 더 이상 수사기관을 향해 ‘저들이 또 우리를 핍박하는 구나, 역시 우리 편이 아니구나’라는 피해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이런 점을 수 차례 말씀 드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만 두는 것이 오히려 쉽다’는 한편의 지적에 대해서는 “도망가는 것은 비겁한 일이 맞다”면서도 “오죽하면 저러겠나, 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저는 갈등을 극복하는 역할이기 보다 다툼, 적대시, 공방을 수행한 전투 요원이었다. 자괴감이 컸다. 거만한 말씀인지 모르지만 다음 총선 공천과 당선에 크게 위협을 느낄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는 속마음을 봐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