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현들은 딱히 가감이 없다. 실제로 김연경은 세계 여자배구선수 중 최고연봉자이며 리오넬 메시급의 실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리고 세리머니는 마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골을 넣고 하는 그 통쾌함과 맞닿아있다.
이 정도 선수는 한국에서 배구라는 종목이 뿌리 내린 이후 역사상 최고의 선수임에 틀림없고 앞으로 이런 선수가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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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최고의 선수를 보유한 한국은 또 다시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김연경은 계속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을 기약했다. 하지만 2020년이면 김연경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33세다. 30대 중후반의 배구 선수들도 늘고 있지만 전성기가 지난 나이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보유하고도 이렇게 올림픽 노메달로 끝내야할까.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브라질에서의 장도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네덜란드와의 8강전 패배로 모두 끝났다.
객관적으로 한국은 ‘김연경 원맨팀’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연경이 뽑은 27점은 양 팀 도합 개인 최다 점수에 해당됐다. 그러나 한국은 양효진(10점), 박정아(7점), 김희진(5점), 이재영(4점), 김수지(4점), 황연주(2득점)까지 모든 선수들의 득점을 합산해도 김연경보다 단 5점이 많았을 뿐이다.
반면 네덜란드는 주포 로네크 슬뢰체스가 21점으로 김연경과 정면 승부를 펼친 것을 비롯해 앤 부이스(14점), 주디슨 피레르슨(12점)까지 3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로빈 데 크루이프(8점) 역시 그 뒤를 받치면서 한국보다 고른 득점 분포를 보였다.
한국은 김연경 의존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자연스레 ‘김연경만 막으면 된다’는 네덜란드의 전략은 승리로 이어졌다.
한국으로서는 2012 런던 올림픽 4위보다 더 못한 8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만 받아들었다. 한국은 이번만큼은 동메달 이상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0년 만의 메달 도전의 기대를 품은 이유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런던 올림픽에 비해 더 성장했다. 당시에도 현 소속팀인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뛰긴 했지만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계약분쟁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국내 비난 여론이 김연경을 향했고 당연히 제 컨디션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에이전트인 인스포코리아와 함께 2014년 ‘자유의 몸’으로 국제배구연맹에 인정받았고 계약 분쟁이 해결되며 심적부담이 사라지자 김연경은 더 맹활약했다. 신체적으로도 아직 20대 초반이던 런던 대회 때보다 2016 리우 올림픽 직전이 20대 중후반으로서 경험과 신체가 모두 따라오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014~2015 터키리그 MVP, 득점왕과 공격상 연속 2회수상(2013~2015) 등이 모두 계약 분쟁 후 맞은 경사였다. 김연경은 신체 나이로나 정신적으로나 터키에서의 적응이나 모든 면에서 최전성기를 내달리고 있는 현재였기에 이런 김연경과 함께라면 한국의 메달 획득은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김연경의 수준에 한국 선수들은 맞춰주지 못했다. 열심히는 했지만 ‘열심히’와 ‘잘’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김연경은 매경기 고군분투하며 팀의 득점 대부분을 전담했지만 현대 배구는 선수 하나만 잘해서 이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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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국 여자배구의 2016 리우 올림픽은 8강에서 끝났다. 걱정인 것은 이제 김연경의 나이가 30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는 30세이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32세다. 제 아무리 김연경이라도 그때도 잘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찌 보면 김연경의 최전성기는 2016 리우였을지도 모르고 우리는 그 시간을 이렇게 허비하고 말았다.
정말 2020 도쿄 올림픽이 김연경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 사이 김연경을 뒷받침해줄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2020년에도 ‘김연경 원맨팀’이라면 한국 여자배구의 노메달은 1976년 이후 44년 이상으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김연경도 인간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다시는 가지지 못할 선수를 보유하고도 그 선수의 전성기를 이렇게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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