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사람은 3가지 타입이 있다 야마사키

얼 골 2017. 3. 17. 16:38
노무라는 야마사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3가지 타입이 있다.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부류, 포상에 의해 움직이는 부류, 그리고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부류. 야마사키는 감정에 의해 움직이는 타입이다. 야마사키의 재생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팀의 중심이며 4번타자라는 자존심을 세워주는 일이었다."23098.jpg23092.jpg
d0150722_2285420.jpg명장 노무라 카츠야

 

 

 

야마사키는 68년생으로 이 당시 이미 38세였다. 장타력을 무기로 삼는 타자에게는 이미 환갑이 지났다고 해도 좋을 나이인데 노무라는 왜 굳이 그런 노장을 챙긴 것일까? 그것은 노무라의 용인술에 대한 철학 때문이었다. "신인을 육성해서 주전으로 활용하는 일은 쉽지도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미 검증된 선수를 나이가 많다고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들도 기회에 따라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다." 그리고 야마사키의 검증된 장타력은 가뜩이나 인재난에 시달리는 신생팀에게는 매력적인 자원이었다. "파이어볼러와 홈런타자는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천성의 재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노쇠한 선수라 해도 한가지 재주라도 있으면 그것을 살려내는 노무라의 수완은 그에게 '노무라 재생공장'이라는 별명을 안겨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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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야마사키의 진정한 포텐셜은 2007년 터졌다. 재능만 가지고 플레이하던 20대 시절과 전혀 다른 야구관과 노무라에게 배운 노회함을 가지고 새롭게 퍼시픽리그의 괴물로 재탄생했다.

야마사키는 이렇게 회상한다. "난 20년간 생각을 하고 타석에 들어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노무라 감독께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신기하게 공이 배트에 맞기 시작했다. 야구가 재미있어졌다."

야구에 대한 재미를 20년만에야 다시 되찾은 노장은 트레이닝에도 열정을 내기 시작했다. 스윙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체중관리를 하며 무려 10kg를 감량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모형 자동차 가격들(야마사키의 취미는 모형 자동차 수집) 이상의 계산을 해본 적이 없는 중년 아저씨가 통계학(투수들의 볼배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물론 투수들 중에는 평소와 다른 공을 던지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감안해도 결국 데이터들이 모이다 보면 결국 결정적일 때 투수가 던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구종을 예측해낼 수 있다. 통계에 근거하여 다음에 날아올 공을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과 그냥 날아오는 공을 치려는 것은 성공률부터가 다르다. 더구나 타자는 30%의 성공률만 확보해도 3할타자, 즉 대성공이다. 타고난 재능에만 의존해서 플레이해도 어느 정도 수준의 성적을 꾸준히 내던 선수라면 굳이 머리를 쓸 필요가 있을까 귀찮아 하겠지만 야마사키는 달라졌다. 그는 야구의 어려운 부분도 포함해서 모든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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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관록... ㄷㄷㄷ

39세의 노장은 2007년에 43홈런, 108타점을 쳐내며 퍼시픽리그의 홈런왕과 타점왕에 등극했다. 야마사키의 활약은 일본 열도의 중년들을 감격시켰고 일본에 '중년의 별'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다만 야마사키는 적극적인 배팅 때문에 삼진도 많았다. 주니치 드래곤즈에서는 한 시즌에 100삼진 이상 당한 적이 없었는데 2007년에는 142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대 투수를 연구하는 과정의 하나였을 뿐이다. 그 또한 노무라의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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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사키가 범타로 물러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니 노무라가 이렇게 말했다.
"너 삼진 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예."
"많이 휘두르다 보면 삼진은 어쩔 수 없는거야. 그보다도 어떤 상황에서 네가 헛스윙을 했고 어떤 상황에서 상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졌는지 그걸 파악하란 말이야. 그러면 다음 타석에서는 쳐낼 수 있어."
그때까지는 헛스윙은 쪽팔리고 삼진은 기록에 남으니 재능만으로 플레이하던 시절의 야마사키는 슬럼프일 때에는 배트를 휘두르는 일 자체를 두려워하는 악순환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노장이 된 야마사키는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르며 상대 투수의 수를 읽는 일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당장의 삼진도 어디까지나 다음을 위한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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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사키의 회춘은 경이적이다.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16년) 야마사키가 쳐낸 홈런은 185개이다. 그런데 라쿠텐 시절 (7년) 야마사키는 총 19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체력적으로 노쇠해졌을 때 오히려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노무라 재생공장을 거론할 때 야마사키의 부활은 반드시 거론된다.

 

 

생각하는 힘
야마사키는 노무라의 가르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선수가 설령 실수를 했다 해도 그 실수에 근거가 있으면 (판단 미스를) 용서하십니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행동했다가 실수하면 가장 크게 야단치십니다."

생각을 한 끝에 실수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점이다, 이 사상은 노무라가 오랫동안 선수들에게 심어주려 했던 야구학, 인생철학이었다.

개인 성적의 향상과 더불어 왕년의 반항아는 팀의 리더로 거듭났다. 노무라는 반항아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아예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진정한 인재는 내공을 쌓아온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니까 결코 권위에 고분고분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진정한 인재와 불평불만 밖에 늘어놓지 못하는 잉여들과의 차이점은 바로 기회가 주어졌을 때 드러난다. 팀의 주장이 된 야마사키는 약소팀 라쿠텐을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2006년 6위로 꼴찌를 했던 팀이 2009년에는 리그 2위를 하게 되었다. 노무라식 리더쉽의 특징은 감독이 선수들에 일일히 간섭하는 것을 꺼리고 선수단 내부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통해 젊은선수들을 각성시키자는 스타일인데 그 점에서는 야마사키는 '노무라 정신'의 충실한 신봉자로 라쿠텐에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

 

 

야마사키는 자신의 야구 커리어를 되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말로 은사 노무라 카츠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나의 27년 야구인생 중에서 야구가 즐거웠던 적은 노무라 감독을 모셨던 4년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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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야마사키는 가장 인기있는 야구 해설가들 중 한명이다. 해설가로서 새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노무라 감독 덕분에 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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