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식에서 약혼녀 이영미씨와 환하게 웃고 있는 김득구 선수.[중앙포토
김득구 선수와는 공통점이 많아 친해졌다면서요.
- 질의 :김득구는 어떤 선수였나요.
- 응답 :당시 복싱이 중흥기라 세계 타이틀매치 하고 나면 하루 10명, 20명씩 복싱 배우겠다고 찾아왔어요. 체육관이 좁아서 잽 한번 뻗을 틈도 없을 정도였죠. 몸뚱아리 맨주먹 하나 믿고 올라온 친구들이니 정신력이 오죽했것소. 득구는 그중에서도 어떡하든지 권투로 일어서 보겠다는 집념이 대단했어요. 미쳤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도 쇼맨십과 리더십이 강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팔방미인이었죠.
- 김득구가 동양챔피언이 되자마자 너무 일찍 세계타이틀에 도전한 건 아닌가요.
- 응답 :득구는 왼손잡이인데 특이하게 인파이터(안으로 파고드는 공격형)였어요. 상대에 따라 인파이팅과 아웃복싱을 적절하게 구사했죠. 당시 내가 WBA 랭킹 1위여서 헤글러가 지명방어전을 해야 하는데 내 인지도가 떨어져 흥행이 안 된다고 생각해 계약을 파기했어요. 그 바람에 득구가 다시없는 기회를 잡은 거죠. 난 지금도 헤글러와 붙지 못한 게 한이요. 헤글러도 왼손잡이에 인파이터인데 내가 왼손잡이는 잘 잡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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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의 :김득구가 “벨트 못 따면 죽어서 돌아오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요.
- 응답 :맨시니하고 자기하고 둘 중의 하나는 죽을 거라는 말을 했어요. 성냥갑으로 조그만 관 모양을 만들어서 갖고 다니고 미국 갈 때도 가방에 넣어서 갔어요. 지금 득구를 만나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득구야, 정말 잘 싸웠다. 네가 자랑스럽다. 그런데 벨트 못 따면 죽어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왜 지켰냐’라고요.
답)박종팔김득구 선수가 자취방에 써 놓은 좌우명.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