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양애란

얼 골 2019. 2. 25. 15:44

 

» 양애란씨는 자신의 삶을 신기해하는 이들에게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부탁한다. 모든 사람들이 ‘또 하나의 자신’인 다른 사람들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품어주고 사랑하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바로 극락정토이자 천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정신세계사 제공(2007)

1996년에 「양애란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주)한문화에서 나왔다. 그 책의 앞표지 날개에는 아래와 같은 소개의 글이 적혀 있었다.


 

 「양애란 씨는 1951년 음력 12월 8일 경기도 양수리에서 태어났다. 열 두 살 때 갑자기 밥이 먹기 싫어지다가 어느 날부턴가 음식물은 커녕 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못하고 잠 한숨 오지 않는 시련의 세월을 일년 동안이나 겪었다. 그 후부터 지금껏 33년 동안이나 물만 먹고 살아오고 있다. 죽음을 넘나드는 수차례의 고비를 겪다가 서른 살 무렵 열 손톱에서 고름이 쏟아져 나오는 고통을 끝으로 그의 육체적 고통들은 마감되었다. 1995년 2월, 세상을 위해 다시 할 수 있는 일을 알고자 49일 기도 끝에 타인의 전생을 읽고 병을 치유하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양애란 씨의 곁에서 한 달여를 함께 보내고, 그이의 살아온 이야기를 정리한 강정화 씨는 부산에서 중ㆍ고등학교를 다녔고 서울교대를 나와 지금은 월간 ‘건강 단’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책을 읽어 보았더니 기가 막힐 정도로 놀라웠다.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의 귀여운 막내딸로 태어났는데 열 세 살 무렵 갑자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되면서 일 년 간 먹지도, 자지도, 눕지도 않고 그저 책상 밑에 몸을 웅크리고 들어 앉아 보냈다. 그러고 난 직후 한 번 까무라쳤다가 깨어난 뒤로 양애란 님( 아래에서는 님으로 줄인다)는 지금(위 책이 나온 때를 기준)까지 삼십 삼년을 물만 마시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소량의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포만감을 느끼고, 음식물을 먹고 싶은 욕구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그녀는 살아 숨쉬며 다른 사람들과 진배없이 생활하는데 아무런 지장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함으로써 풀과 나무와 꽃과 새를 더 가까이 했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그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삼십대 초반까지 육체가 겼을 수 있는 고통은 다 겪어 보았다는 것이 남들과 다르다. 두 다리가 썩어 들어가고, 혀가 가슴자락까지 빠져 나오고, 열 손가락 끝에서 피고름이 뚝뚝 떨어지고….

  님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곳에도 진실이 존재함을 믿고, 또 다른 삶의 진실을 눈여겨보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귀를 열고 눈을 떠서 삶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하였다.

  님은 다섯 살 때 꽃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계기를 이렇게 말한다.

 

「 벚꽃이 온 천지를 수 놓던 봄날이었습니다. 동네 여자 아이들은 소담스런 꽃을 따다가 실에 꿰어 목에, 팔에 주렁주렁 걸고는 그 꽃잎만큼이나 하얀 웃음을 쏟아내었습니다. 나도 꽃송이를 치마 가득 담아가지고 집에 와서는 어머니에게 바늘에 실을 꿰어달라고 졸랐습니다. 설렌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후’하고 숨을 한번 내쉬고는 꽃잎 하나를 들고 바늘을 갖다대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목이 찌르는 것처럼 아파왔습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벚꽂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고 울면서 얼마나 용서를 빌었는지 모릅니다. 사물과의 대화란 생명이 있는 것들에 한해서만이 아닙니다. 유정물이나 무정물이나 가릴 것 없이 모든 것들과 통할 수가 있습니다. 굳이 사람에 비유하자면 유정물에 비해 무정물은 좀 더 과묵한 유형의 사람이라고 하면 될까요. 무정물들과의 교감을 처음 느낀 것도 비슷한 때였습니다.」

 

  일년을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않아 머리털이 다 빠져 민둥머리가 되고 끔찍한 몰골로 변해갔으나, 푹 꺼져서 퀭한 눈동자만은 번쩍번쩍하게 불이 활활 타오르는 듯했다. 걸을 수 있을 때 큰오빠가 의사로 근무하고 있던 서울대학교병원에 가서 달아본 몸무게가 18kg이었다고 한다.

  똑 같은 자세로 일 년을 앉아 있다 보니 엉덩이와 다리에 욕창이 생겨 방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일 정도였고, 배꼽 속에서 구더기가 꿈틀 댈 정도로 몸이 썩어가고 있었는데도 몸은 마치 불 속에 넣은 쇳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올라 몸 속의 장기가 다 타서 재가 되어 내려앉을 것 같아서 얼음덩어리를 껴안고 지냈다. 그러나 의식은 어느 때보다 맑고 명료했다. 그대로 편안했고,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은 저 깊은 근원자리에서부터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중에 이를 뒤돌아본 님은 “그때 나는 무아(無我)의 상태로 일 년을 보냈던 것입니다”라고 술회한다.

  꼭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물이 마시고 싶어졌다. 갑자기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진 것이다. 그때부터 조금씩 잠도 자고 물도 마실 수 있게 되었으나 음식물은 여전히 먹지 못했다. 이 년만에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학교도 다시 다녔다. 그러나 모든 사물을 보는 눈, 생각하는 마음이 무아의 일 년을 겪으며 훌쩍 자라 있어서 같은 또래들끼리의 대화가 말할 수 없이 유치하게 느껴졌다.

  열아홉살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 달려온 자동차에 치어 쓰러졌을 때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는 체험을 하였다. 자연스럽게 영혼의 존재와 윤회를 믿게 되었고, 윤회는 종교와 관계없이 이 세계를 움직이는 우주의 질서라고 단언하게 되었다.

  님이 겪은 불가사의한 일들을 여기 다 옮길 수는 없다. 평소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분이 수백 알의 수면제와 쥐약 두병을 한꺼번에 마셨는데 이틀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위세척도 하지 않고 멀쩡히 살아난 이야기, 갑자기 허벅지가 퉁퉁 부어올라 병원에 가서 양쪽 허벅지의 고름과 살점을 거의 떼어내다시피 하였는데 몇일 후 새살이 차올라 감쪽같이 나아버린 이야기, 갑자기 혀가 빠져나와 가슴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다가 되말려들어갔다가 다시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면서 24시간 동안 숨을 쉬지 못한 일 등. 그런데 그런 체험을 통해서 님이 깨달은 내용이 중요하다.

 

 「혀가 빠져나와 숨을 못 쉬는 고통 속에서 나는 깨달았습니다. 재물, 명예, 권세, 그 모든 것이 삶을 누리기에 얼마나 달콤한 것들인지를 아는, 서른 살의 내게 그 고통은 그것들을 참고 참아 무소유로 돌아가라는 한 소식을 일깨우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숨을 못 쉬는 그 순간에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숨만을 쉴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기원뿐 다른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갓 태어난 어린 아이, 욕심부릴 줄 모르는 인간 본래의 마음자리로 있으라는 소식임에 틀림없었던 것입니다.」

 

  님은 전생 전생에 높은 수행을 하셨던 분이 틀림없다. 상상할 수 없고 인간세상의 요량으로 설명도 할 수 없는 일을 많이 겪는 것도 그러하지만, 그것을 통하여 깨닫는 차원이 그것을 증명한다. 어느 날 갑자기 천수경이 입에서 줄줄 흘러나왔다든가, 단전호흡을 처음으로 배우는데도 한 호흡이 일분을 훨씬 넘겼다는 것도 그 증거이다. 그래서 님의 심성과 기운 차원은 사람 세계의 것이 아니다.

 

  1995년 2월부터 49일간의 기도를 끝낸 그해 여름부터 이 분은 다른 사람의 전생을 읽거나 병을 치유하고 아픔을 어루만지는 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을 한번 대주고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병이 나았다. 일이십년씩 된 불치병도, 암도 나았다. 이분은 의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심령술사도 아닌 자신을 만난 사람들이 병이 낫는 이유를 스스로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의 본래 마음 자리에 병이란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병들어서 육체가 병드는 것인지, 육체가 병들어서 마음이 병드는 것인지를 놓고 사람들은 갑론을박을 합니다. 그것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과 똑같은 문제입니다. 몸이 아프니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마음이 약해지니 몸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병을 치료하는 것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의 근본 마음자리에는 병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그것을 얼른 지우지 못하고 마음에 품어서 자꾸 키워갑니다.…병이라는 것은 그렇게 키워진 충격이나 상처가 더 이상 숨어 있지 못하고 현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말합니다. 병이 한 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누구나 쉽게 그것을 인정하고 맙니다. 약을 먹고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바로 병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본래 자리에는 아픈 것도 없고 아픈 데도 없습니다. 내가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은 간절한 마음을 먹는 일이 전부입니다.… 손을 한 번 잡으면서도, 눈이 한 번 마주칠 때도, 등을 한 번 쓸어주면서도 내게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습니다. … 내가 주는 물을 마시거나 바르고 병이 나았다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물은 보통 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단 한 가지, 그 물에는 내 마음이 들어가 있다는 것뿐입니다. 똑같은 물이지만 그 물이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은, 물을 뜨면서 간절하게 기도한 내 피눈물이 그 속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허리보살’이란 별명을 가진 분이 있었다. 다락방에 물건을 내리러 갔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허리를 다쳤다고 한다. 척추뼈와 골반뼈가 완전히 어긋나고 조각난 뼈 두 개가 이리저리 굴러다닐 정도로 심각했다. 그 후로 그 분은 십년 동안이나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곱사등처럼 등이 휜 채 생활해야 했다. 거창에 있을 때 님을 찾아왔던 그 분은 님을 보자마자 목놓아 울었다. 그러더니 허리가 쭉 펴진 것은 물론이고, 허리를 한 번 만져주었는데 조각난 뼈도 제자리를 찾아들어가 붙어버렸다.

  허리보살의 경우처럼 님을 보는 순간 낫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좀 더 걸리는 분도 있고, 완전히 낫지 않는 분도 있다.

 

  “나와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보는 순간에 나아버리기 때문에 기도라는 것이 필요없습니다.”

 

  어려서부터 피부가 가려워 긁어대는 습관이 있는 민수. 참지를 못하고 긁어대니 살갗이 붓고 피가 쏟아져 딱지가 덕지덕지 앉을 정도였다.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아더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님을 찾아왔을 때 님은 그 아이가 아픈 이유를 설명하여 주었다.

  “민수는 전생에 외국에서 수행을 하던 아입니다. 가시덤불 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참선만 하던 수행자였어요. 민수를 가졌을 때 음식을 거의 못 드시다시피 했지요?”

  “예, 음료수밖에 못 마실 정도로 입덧이 심했어요.”

  “그게 입덧이 심해서야 아니고요, 민수가 먹는 것조차 거의 굶다시피 하며 워낙 철저하게 수행하던 수행자였기 때문에 그런 아이를 가지게 되니까 음식을 못 드신 겁니다.”

  “정말 그런 모양입니다.”

  “민수는 낫기 힘듭니다. 몸을 혹사해 가면서 철저하게 수행을 했기 때문에 그 습이 쉽게 떨어지지를 않아요. 민수, 보살님 몇 번 더 만나자.”

  마찬가지로 전생의 삶이 수행자였던 한 아이는 네 살이 되도록 말문을 열지 않고, 엄마 아닌 다른 여자가 안을라치면 숨이 넘어갈 듯이 울어댔다. 그 아이는 묵언 수련을 많이 했던 스님으로, 여자를 멀리 하라는 부처님의 계율을 지키던 습 때문에 다음 생에서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외국의 수행자였다는 그 아이는 님을 만난 후 말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에니, 비, 씨, 디…”를 먼저 말하더라고 한다.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현상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만 생각되는 그런 일들이 님의 주변에서는 많다.

  저자는 님의 곁에서 지켜 본 일 중 참으로 놀라운 것은 마음자리가 바뀌어지는 일이었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서 말씀을 나누시는 것까지 모두 곁에서 지켜보았지만, 화술이 좋은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은 상상도 못할 특별한 말씀을 하시는 것도 아닌데, 님과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달라졌다, 아이들일수록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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