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배우 장자연씨의 죽음 이후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그를 모른다거나 혐의를 부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지오씨(32)는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였다. 신인 배우였던 그는 2007년 12월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장자연씨가 두 달 먼저 들어간 회사였다. 꿈을 이루기 힘든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윤씨는 10개월 후 기획사를 나왔다. 그사이 장자연씨가 겪은 성추행을 목격했다. 2009년 3월12일 유족이 장자연 문건을 태우기 직전, 그 내용도 보았다.
윤지오씨는 2009년 당시 검찰과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12차례나 출석해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진술했다. 장씨의 괴로움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의무라 여겼다. 하지만 그 어떤 피의자보다 자신이 많이 불려나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허탈했다. 떠들썩한 수사를 하고는, 기획사 대표 김종승씨와 전 매니저 유장호씨만 기소했다. 그마저도 성접대·술접대 의혹과 관련 없는 폭행·모욕죄 등으로 각각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09년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검찰과 경찰이 그 부분을 물어봤나?
당시는 일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니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을 텐데 묻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추궁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12차례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은 2009년 수사 당시 조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고, 2008년 10월 룸살롱에서 장자연씨와 동석했던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도 2009년 참고인으로 한 차례 55분 조사를 받았다.
참고인을 12차례씩 부르는 경우는 없다고 나중에 알게 됐다. 그때 나는 20대 초반이라 뭐가 뭔지 잘 몰랐다. 오라고 하면 가야 하는 줄 알았다. 주로 밤늦게 불러서 새벽까지 조사했다. 한번은 언론에서 전화나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경찰에서 출석하라고 한 걸 모르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안 올 시에는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고 공문 같은 걸 보냈다. 너무 무서웠다. 조사하면서는 ‘너도 성상납을 했고, 다 알면서 여기까지 와서 왜 얘기를 안 하냐’라고 했다. 내 통장 잔액이랑 통화 명세를 다 뽑아보고 가족 뒷조사도 했다. 정말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