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대원스님 행자시절

얼 골 2019. 6. 17. 15:43

대원스님의 행자시절 이야기

 

 


<행자시절 후 사미시절의 대원스님>

※'19.2.2일 토요일 철야정진에 참여한 불자들과의 차담에서 해주신 말씀을 옮긴 글입니다. _()_


행자 때부터 5년 동안 공양주 하면서 반찬하고 국도 내가 했는데, 삶은 시레기에 된장을 이겨 뭉게서 넣고 주물러서 손에서 땟물이 나오도록 계속 주물러야 한다.
거기다가 참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주지스님이 처음에 참기름 한병을 내주면서 한 달을 먹으라는데 아무리 아껴먹으려 해도 일주일이면 떨어졌다.
다 먹었다고 하면 주겠지 생각하고 주지스님에게 가니
“왜 왔어?”

”기름이 떨어져서 왔습니다.“
”내가 한달을 먹으라고 했는데?“
공책을 들춰 보더니
”어? 일주일 됐네. 절집안에 도둑놈이 들어온다고 말을 하는데 니가 도둑놈이구나. 기름을 한달 먹으라 했는데 일주일에 다 먹은 건 니가 어디 감췄거나 니가 마셨지? 가져와! 어디다 감춰놨어?“
”저는 안 감췄습니다.“
”이놈이! 천하의 쌍놈의 새끼가 어째 안 감췄다고?“
”저는 부모님이 쌍놈이 아니라고 하던데요?“
”쌍놈이 아니라니 어째서 아니냐?“
”상주에 풍양 조가 하면 양반이라 하던데요?“
”야 이거 참 기가 막히네. 그러기 때문에 니가 쌍놈이야. 나쁜놈이야. 너 지금 어른이 물으면 변명하고 대꾸하는거 집에서 부모가 가르쳐 줬잖아. 그러니 쌍놈이지.“
거기는 말을 못하겠고 가만히 있었다.
”빨리 너 집에 연락해서 나머지를 부모님 보고 값을 가줘오라 하던지, 참기름을 한달 먹을 걸 가져오던지 해!“
뭐라고 말하면 쌍놈이고 나쁜 놈이라 하니까 입을 닫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주지스님이 “가져 와!” 하고 문을 탁 닫았다.
그때 겨울이라 추운데 내복도 없고 얇은 광목 바지하고 저고리를 입었다, 기름병을 들고 있는데 칼로 살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영하 10, 15도 되는데 얼마나 시리고 쓰리고 추운지. 한 시간 서 있으니까 몸이 저려오더니 이상하게 아무 감각이 없고 추운걸 모르겠는 거였다.
그때 주지스님이 문이 열고 보더니

“가져왔어?”
뭐라고 말도 할 수도 없고 서서 있으니까
“아 이거 시간이 없는데. 오늘 조금 내 줄테니 다음 올 때 한달치 나머지 가져 와!”
“예” 하고 대답을 했다. 또 요만큼 내주는 거라.
그 죽을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딴거는 일체 없고 어떻게 한달 먹느냐? 화두가 그와 같이 된다면 여러분이 도를 빨리 통할것이다. 한달을 어떻게 먹나 별 연구를 다 해봤다. 손에 묻은거를 닦아봐도 많이 묻고, 별놈의 재주를 다 부려도 안됐다. 잠이 안 오고 어떻게 한달 먹는가 그 생각 밖에 없었다. 아무리 해도 안되는 거였다. 그래서 일주일만에 또 떨어지니 앞이 캄캄했다.
중간쯤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다시 돌아오고 다섯 번을 그러고 가지를 못했다. 여섯 번 만에 죽으면 죽고 또 가보자 해서 가서

“주지스님!”

“누구냐?”

“접니다.”

“뭣땜에 왔어?”

“기름이 떨어져서..”

“아이고 야 큰일났네. 또 기름 내러 왔나?”
문을 팍 열고 쫓아 나오더니

“나쁜 놈 이놈이. 당장 들어와”

들어가니

“너 여기 언제 왔지?”

“언제 왔습니다.”
“그날부터 절에서 물 먹은 것이 얼마. 밥 먹은 것이 얼마. 밤에 잔 숙박비가 얼마. 뭐가 얼마…”

엄청나게 많았다. 그러더니

“너 집에 편지를 써. 편지 써서 이 빚을 가져오라고 해. 올 때 입고 온 양복 어디다 치웠어? (어디다 뒀습니다.) 가져 와. 먹물옷 벗고 양복으로 갈아 입어!”
참 난감했다. 보통사람 같으면 그냥 가지, 이 어려운 걸 뭣하러 하겠나. 그때 한 오백명이 왔다가 도망 갔다.
그런데 번뜩 생각이 나서 일어나 삼배를 드리고 무릎을 꿇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참회드립니다.”
“니가 뭘 잘못했는데?”
“제가 어른이 먹으라고 하는 명령을 내렸으면 명령을 지켜야 되는데, 그 영을 지키지 못했으니 제가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잘못했습니다.”
“하! 이것 참. 그걸 이제사 알았어? 야 이놈아! 너 같이 머리가 돌대가리 같은 놈이 절집구석에 들어와서 뭐가 되겠나. 불교종단에는 지혜가 출중하고 대근기고 하늘을 솟아나는 대기대용을 가진 사람이 들어와야 중생을 구하는 대스승이 나오고 도인이 나오는데 너 같이 머리가 막히고… 에라이~!”
하고 한 대 때리고
“요놈아! 뭘 인제서야 잘못했다고 그래? 진작 잘못한 줄 알아야지. 첨에는 나를 원망했잖아? 나는 안했는데 왜 저러는가 원망했지 않냐?”
“예. 첨에는 그래 생각했더니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돌대가리같이 둔한 놈이라 이거야 이놈아!”
그래서 절을 또 삼배를 하고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한달 먹도록 하겠습니다.”
“틀림없이 한달 먹겠어?”

“예”
그러고는 기름을 내주는데, 돌아서 가려다가 다시 기름병을 놓고 절을 하고 무릎을 꿇었다.
“스님, 저는 머리가 둔해 가지고 도저히 한달 먹는 거는 아무리 해도 안되는데, 한달 먹는 법을 한번만 가르쳐 주시면 앞으로는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야 이놈아! 그런 거는 가르쳐 주는 게 아니야. 니가 이놈아 터득해서 알아야지. 그걸 가르쳐줘서 돼?”
“아무리 해도 잘 안되니 가르쳐 주시면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겠습니다. 스님. 한번만 가르쳐 주십시오.”
또 절을 하고 무릎을 꿇고 비니까
“야, 기가 차네. 따라 와.”
채공간에 가서 궁금한 화두였던 그 방법을 보게 됐다.
“시레기 가져와. 된장 가져와”
그리고 계속 주무르라더니 기름병 가져오라 해서 가져가고, 젓가락 가져와 해서 젓가락을 가져갔다. 주지스님이 기름병에 젓가락을 쑥 넣었다 빼더니 젓가락 끝에 묻은 기름을 시레기에 닦아서 섞었다. 기상천외했다.
내가 절을 했다.
“제가 터득했어야 됐는데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터득해서 하도록 해!”

“예”
그래서 젓가락으로 담갔다가 끝에 묻은걸 나물에 닦으니까 한달 먹고도 남았다.

처음에 절에 가니까 쌀을 두말 내 주면서 닷새를 먹으라고 했다. 절 식구가 들락날락 삼십명됐다가 오십명 됐다가 이십명 됐다가 갑자기 손님이 들이 닥치면 쌀이 더 나가고 쌀 두말로는 먹을 수가 없었다.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였는데 나는 처음엔 몰랐다.
삼일 만에 쌀이 떨어졌다. 그래서 쌀을 내러가니 대번에
“니가 쌀을 감췄지? 닷새 먹으라는 쌀을 삼일 먹었으니 이틀치 어데 감췄냐?” 가져오라 하고 문을 닫아버리는데 한 겨울에 두시간을 밖에 서서 있는데 죽을 뻔 하였다.
마당에서 수없이 절하며 잘못했다고 참회를 하니
“일단 오늘 쌀 내주는데 이틀치 쌀 감춰놓은 거 가져와!”
“예” 대답했다.

그때부터 그게 화두였다. 어떻게 해야 닷새 먹느냐. 잠이 안 왔다. 내가 걱정을 하니까 어떤 객스님이 지나가다 “너는 뭘 그리 걱정을 많이 하느냐?”
“쌀을 닷새 먹으라 하는데 어떻게 먹느냐 고민입니다.”
이랬더니 딴말을 안하고

“관세음보살만 부르면 다 돼!”
그러고는 다음날 아침에 밥먹고 가버렸는데, 어떻게 하면 이걸 해결 하는가 태산같은 걱정이 머리 속에 꽉 차서 죽을 지경인데 관세음보살 부르면 된다는 소리가 탁 들어왔다. 아! 이거 관세음보살 부르면 된다? 관세음보살이 저절로 됐다. 잠 자는 속에서도 관세음보살을 했다. 확실한 잠이 아니고 관세음보살이였다. 그렇게 잘됐다.
밥을 하는데 또 삼일 만에 떨어졌는데 도저히 어떻게 할 도리도 없고 쌀을 내러 갔는데 참회를 하니까, ‘니가 이틀치 쌀을 또 감춰서 이틀치가 늘어서 사일치가 됐다’고 또 다음에 가져오라고 했다.


청솔가지로 불을 때서 가마솥에 많은 밥을 하니까 누른 밥이 안 누를 수가 없었다. 밥을 사람수대로 삼십 명, 오십 명분을 해서 그릇에 담는데, 밥이 누른밥이 되면 내 몫이 없어졌다. 그래서 밥은 없고 누른밥이라도 먹으려고 솥을 밥주걱으로 두서너번 긁는데 뭐가 후려쳐서 불이 번쩍했다.
돌아보니 몽둥이를 들고와서

“요놈의 새끼가 절의 삼보 재산을 누른밥을 해서 다 없애고 절집재산을 이놈이 다 망치네”

하고 사정없이 때리는 거였다. 누른밥 긁다가 밥주걱 던지고 그냥 도망갔다. 도망가서 한참 있다가 돌아와 보니 솥에는 물만 부어놓고 누른밥을 가져가 잡수고 있었다. 나는 굶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한게, 누른밥 긁는 소리가 안나게 물을 부어서 긁어 먹을면 될걸 괜히 소리나게 긁어서 들켰구나 하고 안도를 하고 밥 다 퍼놓고 누른밥에 물을 부어놓고 닫아놓고 있는데, 원주스님이 큰방에서 나오더니 “공양주!”

“예”

“양푼이에서 물누른밥 다 긁어서 담아!”
양푼이에 긁어 담으니까 큰방에 가지고 들어가더니 조실, 주지부터 한 숟가락씩 다 나눠 먹는 것이었다.
’야 어떻게 해야 누른 밥이 안 생기나? 누른 밥이 안누르면 한가지 걱정은 더는데..’
그래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일념으로 관세음보살을 얼마나 지극하게 했던지, 어느날 웬 점잖은 나이 오십 가까이 된 스님이 오더니

“공양주! 누른 밥 안 누르고 밥하는 방법을 모르는가?”

“예. 잘 안됩니다.”
“내가 시킨대로 하게. 불을 때서 물을 넘기지 말고 넘기려고 하는 찰나에 얼른 불을 끌어내고 찬물로 행주를 적셔서 얼른 솥뚜껑을 닦아. 그러면 넘지 않고 김이 밑으로 잦아버리네. 그러면 밥이 팍 퍼지지. 그러면 조금있다가 밑불을 밑에다 다시 피워 놔. 그러면 밥이 되지도 않고 눌지도 않고 잘 되느니라.”
“예. 잘 알겠습니다.”
“그래. 아이고, 추운데 고생이 많구나. 다른 놈들은 다 도망갔는데 너만 그래도 붙어 있구나.”
그렇게 일러준 대로 하니까 누른 밥이 하나도 안되고 밥이 착 퍼져서 참 잘되었고 나도 밥을 먹게 되었다. 그래서 걱정이 하나 덜어졌다.
얼마나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했던지 환히 다 보였다.
자유당 말기에 군 기피자들이 많았는데, 내일 순경이 잡으로 오는게 보였다.

“기피자분들! 순경이 잡으러 옵니다.”

행자가 그러니 별로 신빙성도 없는 소리한다고 관심을 안뒀다.

“내일 틀림없이 순경이 잡으러 올테니까 숨어야 됩니다.” 이러니까

“야 이 자식아! 니 할 일이나 해. 미친 놈 다 보겠네”

혼나기만 했는데 그 이튿날 틀림없이 순경이 들이닥쳤다.

그냥 막 산으로 도망을 가서 숨어있다가 순경이 간 다음에 나와서

“야 이리와 봐. 순경이 오는 게 보이더냐?”

“예. 순경 오는게 알아집니다.”

“그래? 참 희한하네.”
그 다음엔 내가 말하면 미리 숨었다.
신도가 열명 온다, 다섯명 온다, 이십면 온다는게 미리 보였다.

주지스님한테

“스님 오늘은 쌀을 더 내서 주셔야 겠습니다.”

“왜? 뭣땜에 쌀을 더 내야 되냐?”

“손님이 아마 열명이 올 것 같습니다.”

“저 자식이 쓸데없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참 웃기는 놈 다 보겠네. 야 임마! 가서 밥이나 해”

“스님. 그러면 밥을 또 해야 됩니다.”

“저놈이 기가 차는 놈이네” 하고 막 뭐라고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어서 그냥 밥을 하면 밥 먹을 때 되면 손님이 들이닥쳤다. 그러니 새로 밥을 해야 되는거다.

“야! 오늘 손님이 열명이 오는 걸 어떻게 알았어? 누가 너한테 이야기 했더냐?”

“모르는데 그게 나타나서 보입니다.”

“쓸데없는 소리. 별 놈이 다 있네.”
그것뿐 아니라, 스님들한테 신도들이나 속가에서 편지가 오는 게 사흘 전에 미리 보였다.
“스님 편지가 옵니다.”

“나한테 편지 올 데가 없는데?”
그러면 틀림없이 왔다. 돈이 올 거라고 그러면 참말로 그게 와서 찾아서 주고 그랬다.

새벽에 주지실 바로 밖 기둥에다가 벨을 달아놓고는 2시 50분에 따르릉 세 번을 눌리면 멀리 후원에서 자다가
“예!” 하고 크게 대답을 해야 된다. 빨리 세수하고 도량석하고 종성하고 예불하는걸 다 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자다 보면 소리를 못들을 때가 있었다. 그러면 노장이 혼자 도량석을 하면서 후원까지 한바뀌 돌아오지 않고 자기방 앞 대웅전에서만 살살하고 예불까지 살짝 해 마치고는 물푸레나무 회초리 세 개하고 물조리를 가지고 살금 와서 미닫이문을 열고, 물조리로 물을 확 뿌려서 깨워서 그냥 막 조지는 거였다.

“이놈의 새끼! 여기가 잠자러 오는데야? 이 자식, 어디 절에 와서 잠 잘려고. 여기는 잠 자는 곳이 아니야.”

하면서 사정없이 갈겼다.
그때는 하얀 창호지로 문하고 벽을 발라놔서 밤에 구별이 잘 안됐다. 정신없이 때리니까 도망을 간다고 문이라고 내다 박으면 벽이라서 주저 앉아버리면 또 때리고, 또 기어가서 문을 찾아서 박차고 나가 도망가는 거다.
지금 봉암사에 있는 법련스님도 거기 같이 있었다. 우리가 벨소리를 들어야 일어나는데, 저물도록 일하지, 백명 이백명 수학여행 오면 밥해줘야지, 아침에 세시에 일어나면 아홉시 까지 땅에 궁둥이 붙일 여가가 없으니 밤에 는 정신없이 쓰러져 자니까 벨소리를 못 듣는 거다.
그 사람들하고 생각해 낸 것이
“학교에 배운대로 컵에 실을 매어 달아 놓으면 소리가 잘 울려서 들릴텐데 우리가 그걸 몰랐구나.”
그래서 셋이서 그걸 만들어서 벨 앞에 대놓고 잤는데, 그게 자다보면 다 굴러가버리는데, 그거 믿고 더 마음 놓고 자다가 셋이서 줄창 두드려 맞았다.
그후 법련스님은 골이 아프다고 하더니 걸망 지고 나가고, 다 가고 나만 혼자 남게 되었다.
혼자서 밥하고 국 끓이고 반찬하고 다 했다. 부엌에 밥 앉혀놓고 나물 한번 털어넣고는 저쪽 국솥에 가서 국을 앉혀서 한번 불을 넣고는 채공간에 쫓아가서 찬장 내놓고 무나물 채 썰고 동김치 썰고 고추 같은 반찬해서 차리고 하다가 또 국솥의 불 보고 하다보면 정신이 없다.
그렇게 해서 방에 가니까

”두 놈은 어디 갔어?”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없습니다.”
“요놈의 새끼들! 도망갔구나. 아무 쓰잘 것 없는 놈들이야! 너는 왜 안갔냐?”
“저는 안갔습니다.”

“그래? 참 희한하네.”

그래서 혼자 있는데, 옛날은 밥을 일으면 돌이 한 움큼씩 나왔다. 밥하는데 아무리 찬물에 쌀을 조리로 일어도 안되고, 이렇게 저렇게 해도 돌이 들어갔다. 밥 먹을 때 꼭 조실스님이나 주지스님 밥에서 돌이 나와 깨물렸다.
“이놈아 너 이리 와봐. 아이고 이런 바위가 들었네. 지게로 져내야 겠다. 지게 가지고 와! 지게!”
그러면 “예” 하고 지게를 지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저! 저놈 봐. 야 이놈아! 여기 어디라고 지게를 지고 들어와!”
그래서 지게를 지고 들어가다가 서 있으면
“저렇게 머리가 둔한 놈이 어디 있나? 하기야 이 문중에 머리가 아주 둔한 놈 아니면 아주 특별한 놈이 들어와야 도를 통하지, 어사중간치는 도를 못 통한다고 하긴 하지. 그런데 저놈이 아주 막히 놈이야. 야 이놈아! 지게를 지고 서서 뭐하는 거야?”
“예. 지게를 가져 오라고 해서..”

“도로 갖다 놔!”
갖다 놓고 꿇어 앉게 해 놓고
“이가 절단 나서 치료를 해야 되니까 변상을 해야 되니 집에 연락을 해. 편지지 가져와!”
편지를 쓰라는 거였다. 편지 쓰는 법을 배워야지 하면서
“아버지는 부주님 전, 어머니는 자모님 전이라고 해. 전상서라. 제가 이렇게 해서 돌을 넣어서 이를 부숴서 이 치료비가 절에서는 필요하니 집에서 변상을 해서 돈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다쓰니 주지스님이 주소를 써서 달라더니 총무스님한테 주고 오늘 이 집에 부치라 하니 “예. 알겠습니다"했다.
어떻게 하면 돌이 안 들어가는가? 관세음보살만 부르면 다 된다는데, 먼저도 객 스님이 와서 밥 안 눌게 하는 법을 가르쳐 줬는데, 요번에도 돌 안 들어가는 법을 가르쳐 줄라나 하고 관세음보살을 일념으로 잠자는 속에서도 잠 안자고 관세음보살을 했다. 잠 깰 때까지 관세음보살을 했다. 일념이라는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점잖은 객스님이 오더니

”밥하는데 돌이 안들어가는걸 그래 못하는가?”

“예. 아무리 일어도 안됩니다.”

“그렇겠지. 내가 가르쳐 줄테니 그렇게 해라. 저녁에 불때면 장작불 땐 밑불이 많지 않느냐? 가마솥에 물을 부어 놓으면 밑불에 의해서 아침까지 물이 뜨뜻하다. 그러면 아침에 찬물에만 쌀을 일지 말고 마지막에 뜨슨 물을 부어서 저어서 일면 찬물에는 쌀보다가 가벼운 돌이 위로 뜨고, 뜨슨물에서는 돌이 쌀 밑으로 처진다.”
그분이 가르쳐준 대로 하니까 밥이 되지 않고 질지도 않고 게다가 돌도 안 들어갔다.
어느 날 조실스님(만옹滿翁 스님)이 공양실에 오더니
“그래, 니가 요새는 밥을 참 잘하는구나. 돌도 안들어가고 되지도 않고 질지도 않고 잘하네.”
그리고 그때는 귀한 양말을 새걸 한 컬레를 주셨다.
“내가 특별히 주니 신어라. 그래, 너는 요새 밥 하면서 하는 게 있느냐?”
“예. 제가 관세음보살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 관세음보살을 하니 어떤가?”
“관세음보살하니까 내가 도를 통했는가 환히 다 보이고 아는게 나왔습니다.”
“뭐? 아는게 나와? 뭘 알았는데?”
“신도가 며칠 전에 몇이 오는 게 보이고, 스님들한테 편지 오는 게 다 보이고, 기피자들 잡으로 순경이 오는 게 미리 보이고 다 보입니다. 그리고 저 사람은 심리가 어떻고 하는게 다 보입니다.”
“아! 그렇게 알아졌어?”
“예. 그게 견성한건 아니겠지요?”
“견성했다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고, 절 집안에 아주 삿된 고약한 무당이 하나 나오겠어. 이거 큰일났네.”
“아 그게 잘못됐습니까?”
“잘못된 게 아니라 무당이 나와. 무당은 업을 지어서 무간지옥을 가는 거지. 좀 있다가 점심먹고 내 방으로 내려와”
그래서 설거지를 해놓고 내려갔다.
“그렇게 환히 알아져서 아는 게 보여?”
“아는 게 보입니다.”
조실스님이 주장자를 탕!탕!탕! 세 번 치시더니
“방금 이걸 봤어? 이걸 들었어? 방금 이게 무슨 법문을 했느냐?”
다른 거는 환히 아는 게 나타났는데 그거는 캄캄하고 모르겠는 것이다.
그러니 조실스님이 대번에 어깨를 몇 대 때리더니,
“잘 안다더니 이거는 왜 모르느냐? 대답을 해!”
몇 대 맞고 그러니 환히 보이고 아는 게 싹 없어졌다.
“내가 그게 삿된 사도라고 했지 않았느냐. 다시 올라가서 내가 묻는 걸 알아가지고 와!”
그리고 나왔는데 아주 그 생각 뿐이었다. 밥하고 일하면서도 일사천리로 이게 무슨 법문인가 하는 그 생각 속에 들어 있었다.
어느날 부엌에서 불을 때는데, 어느 순간 부엌도 없고 집도 없어지고 활활타는 불이 우주에 꽉 차는데, 밥물 끓는 소리가 ‘푸르르 푸시시'하고 나면서 불이 고무신에 붙어서 따끔해서 정신을 차리는데 천근만근 짊어졌던 짐이 없어졌다. 아주 시원하고 가볍기가 허공에 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홀연히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래서 총무스님 보고 간청을 하였다.
“제가 이상한 경계가 있는데 이게 뭔지 한문을 모르니까 좀 적어주셨으면 합니다.”
“행자가 말이 많아. 일이나 해!”
이튿날 다시 총무스님께 가서 간청을 했다.
“스님.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뭐가 나타났는데?”
“불이 환히 타는데 그 순간 불이 고무신에 붙어서 따끔 해서 정신을 차리는데 천근만근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이 시원한 속에 아차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그래 내가 한문으로 적을테니 한번 이야기 해봐.”

부엌 안에 한 무더기 불빛 천지를 덮고
內火光蓋天地 (조내화광개천지)
솥 안에 끓는 한 소리 옛과 이제를 벗어났음이라.
鼎中湯聲脫古今 (정중탕성탈고금)
주장자 세 번 치면서 무슨 법이냐 하니
杖三下是何法 (주장삼하시하법)
눈 앞에 역력해서 다만 이것이로다.
目前歷歷只底是 (목전역역지저시)


총무스님이 “나는 모르겠으니 조실스님께 가 봐라.”
조실스님을 찾아가 절을 하고 오도송을 보여 드리니,
“어허! 절집안에 들어와서 수십 년을 절밥을 먹어도 밥만 썩히지 이런 말 한마디를 하는 놈이 없었는데, 행자 니가 밥값을 했네. 참 좋은 일이로다. 그래, 니가 정말 깨달았다니 다른 것도 통과하는지 물어보자.”
그러면서 조실스님이 묻길
”두 스님이 길을 가는데, 앞에 가는 스님이 칼을 차고 가는데 걸어가다 보니 철거렁 철거렁 소리가 나니까 뒤에 가는 스님이 “야! 칼소리 난다.” 하니 앞에 가는 스님이 말 없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품 안의 손수건을 꺼내서 뒤의 스님에게 주었다. 칼소리 난다 했는데 왜 손수건을 주었는가?“
“아이고 아이고.”
“뭣 땜에 곡을 해?”
“동쪽에서 초상이 나니 서쪽 사람이 조문을 합니다.”
“네가 참으로 한 소식을 했구나! 앞으로 많은 사람을 제도하겠구나. 더 열심히 공부를 해라.”


[대중] 공부가 확철대오를 안했더라도 어느 정도만 공부가 되면 지금과 같은 거는 대답을 할 수가 있는지요?
[대원스님] 지금과 같은 거는 조그만게 아니고 확실하게 공부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그 대답을 한다. 그 후에 강원에 가서 공부하면서 어록을 보니까 이런 소식이구나 하고 계합이 되더라.


그 후 1966년, 남장사에서 혼해스님을 모시고 경을 배우는데, 혼해스님께서 나를 불러 묻기를
“네가 공부를 해서 과거에 좋은 일도 있었다면서? 확실히 공부가 다 되었는지 보자. 전백장은 불락인과(不落因果)라고 했는데 왜 여우몸에 떨어졌는고? 또 불매인과(不昧因果)라고 했는데 왜 여우몸을 벗어났는고?“
내가 뭐라고 대답하니까 아직 그것 가지고 안됐다 라고 해서 내가 충격을 받았다.
”대장부 몸 받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렵고, 선지식 만나기 어렵고, 정법을 깨닫기 더욱 어려운 일인데, 너는 초장에 행자 때 들어 와서 공부를 해서 한소식 한 게 있었는데, 지금 와서 뭐라 하는 거 봐서는 아직은 아니다.
그래 가지고는 밥값을 했다고 볼 수가 없지. 차라리 양잿물을 먹고 수챗구멍에 가서 처박혀 디지는게 낫지, 그걸 가지고 무슨 알았다고 한다는 건가?“
사정없이 그러니 분통이 안 터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올라와서 책을 봐도 글은 안 들어오고, 그 속에 일념이 되었는데, 뒤에서 혼해스님이 큰소리로 ”사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지!‘ 하는 말에 확연히 그 문제가 깨졌다. 그래서 가서 대답을 하니
“그래. 니가 해결이 됐네!”
그때 깨달은 견처를 드러내는 송을 짓기를

大喝一聲倒乾坤 (대갈일성도건곤)
크게 한 소리에 하늘 땅이 무너지고
日月星宿失光明 (일월성수실광명)
해와 달과 별이 빛을 잃었네.
遽然一步回頭看 (거연일보회두간)
거연히 한걸음 나아가 머리를 돌이켜 보니
露山溪水谷外流 (노산계수곡외류)
산은 드러나고 시냇물은 곡 밖으로 흐름일세.


※ 이후 1973년, 정전백수자 화두 타파하고 고암스님으로부터 인가를 받게 됩니다.

그 내용은 회보7호나 법어집『철벽을 부수고 벽안을 열다』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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