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故 이영훈

얼 골 2016. 1. 11. 20:23

음악 열정, 일에 대한 열의는 달라진 것이 없다.

1980~90년대에 가수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이별이야기’, ‘광화문 연가’ 등 숱한 히트곡을 탄생시킨 작곡가 이영훈. 올해 47세, 음악과 연을 맺은 지 22년째다.

이씨가 그동안 발표한 수많은 곡 중 가장 아끼는 노래들을 모은 음반 ‘옛 사랑2’가 나왔다. 작년 9월 발표한 ‘옛 사랑’에 이은 두 번째 음반이다.

그가 진단하는 가요계는 문제투성이다. “요즘 가수들은 장르의 폭이 좁아요. 그래선지 쓸만한 재목이 없어요. 음악의 질과 완성도도 당연히 떨어지죠.”

무조건적인 비판은 아니다. 가요계를 향한 애정의 또 다른 표현이다.

“요즘 음반은 애들 거라고 봐야죠. 따라 부르기도 힘들 뿐더러 맛도 없어요. 문제는 제작자들에게 있어요. 예전에는 창작자가 음반을 이끌어 가는데 요즘은 제작자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잖아요. 상업적이 됐다는 얘기지요. 물론 그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아티스트는 2선으로 물러나고 제작자가 모든것을 알아서 하니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오겠습니까.”

쓴 소리는 계속된다. “음반제작자들은 대중에게 미안해 해야 한다”며 “힘들게 번 돈으로 음반을 사는데 그 값어치는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사기 좀 치지 말라는 소리다.”

“포장만 하지 말고 포장을 풀 때 기쁨을 줄 수 있는 물건, 그리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가요 표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표절한 작곡가 대부분은 본의 아니게 했다고 하지만, 거짓말”이라면서 “단시간에 돈을 벌려다보니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의 곡을 단순히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현 가요계가 변하지 않고 지속된다면 10년 안에 작곡가 씨가 마를 것입니다. 1년에 15곡 정도 만들어서 어디 먹고 살겠습니까. 몇몇 무식한 제자들 때문에 가요계가 멍들고 있어요.”

이씨는 ‘사랑이 지나가면’, ‘붉은 노을’ 등을 작곡,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독보적인 존재다. 작년에 내놓은 ‘옛 사랑’은 8주 연속 편집음반 부분 1위를 지키기도 했다.

이번 ‘옛 사랑2’는 윤도현과 리쌍, 성시경, 박혜경, 임재범, 김건모, 윤종신 등 모두 14팀이 참여, 이문세의 히트송 13곡을 새롭게 불렀다. 타이틀곡인 ‘난 아직 모르잖아요’는 전 브라운아이즈 멤버 윤건이 원곡과 다른 맛으로 소화해냈다.

이씨는 이번 음반을 작업하면서 아쉬웠던 기억도 많다. “제 노래를 리메이크 해놓고 히트를 친 가수를 참여시킬 계획이었는데 거부 하더라고요. 섭섭했죠. 요즘 애들은 가수이면서도 제작사 마인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옛 사랑’ 음반에 총 10억원을 들였다. 완성도 높은 음반을 만들기 위해 국내 최고의 가수들을 투입했다. 음반판매량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20년 동안 저를 먹여 살린 팬들을 위해 투자했기 때문에 망해도 아깝지 않아요.”

‘이영훈-이문세’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씨는 이문세의 3집부터 13집까지 참여했다. 단 한 명에게 모든 열정을 쏟았다. 그는 자신과 이문세를 트레이너와 복서에 비유한다. “한 선수를 위해 노하우를 전수하듯 음악도 마찬가지죠. 특히 이문세와는 서로 생각이 통하고, 내 마음을 잘 알아줍니다."

그는 곡을 많이 쓰지 않았을 뿐더러 쉽게 팔지도 않았다. 돈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작사까지 하다보니 모든 곡이 저의 살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게 팔 생각을 안했죠. 정말 지인 아니면 줄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팔만한 곡도 없다고 겸손해 한다. “한달에 한곡 정도 써요. 1년에 많으면 15곡 정도고요. 이문세에게 1년에 12곡 주면 한 세곡 정도가 남습니다. 사실 이 곡을 다른 가수에게도 줄 수도 있죠. 하지만 제 스스로 미완성이라고 생각하니까 줄 수 없더라고요. 미안하기도 하고….”

이문세와의 작업은 2001년 13집으로 끝을 맺었다. 12집에 이어 13집이 큰 반응을 얻지 못한 탓이다. 심혈을 기울였던 만큼 상심도 컸다. 그는 2003년 가족과 함께 호주 시드니로 떠났다.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영훈씨는 내년 10월 무대에 올릴 창작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준비 중이다. MC 김승현과 함께 공연기획사 H1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대본을 3분의 1정도 썼다”는 그는 제목이 ‘광화문 연가’인 만큼 꼭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가 작곡을 마치고‘숨겨둔’노래는 40~50곡 쯤이다. 좋은 제작자나 가수가 있으면 무료로 줄 생각이다.

1천만장 작곡가 이영훈 '옛사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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