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하자.

끊이지 않는 '주사기 재사용'

얼 골 2016. 2. 13. 08:55

의료기관의 비윤리적 '주사기 재사용' 사례가 반복돼 나타나고 있다. 의료현장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관리·감시와 허술한 의사면허 관리 체계가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기관의 주사기 재사용 문제가 수면위로 불거진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78명의 C형간염 집단 감염사태가 나타나면서 부터다. 해당 병원 원장이 주사기를 재사용하며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더욱이 이 원장은 의사면허가 없는 아내에게도 주사 시술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의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의 원인도 주사기 재사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병원에서 자가혈 주사시술(PRP)를 받은 내원자 중 C형 간염 감염이 의심된 환자들의 민원을 받고 역학조사를 실시해 2011~2014년 PRP 시술을 받은 927명 중 101명이 현재 C형 간염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가혈 주사시술 과정에서 주사기가 재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더욱이 이 병원 원장은 보건당국의 조사가 시작된 직후 병원을 폐업해, 주사기 재사용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혀낼 증거 확보도 힘든 상태다.

제천 양의원에서는 재사용된 주사기를 시술받은 내원자가 무려 4000여명에 육박한다. 제천시는 지난 달 28일 이 병원이 주사침만 교체하고 주사기는 재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했으며 질병관리본부는 이 병원에서 3996명이 재사용된 주사기 시술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세 건의 주사기 재사용 관련 사태가 불거진 뒤에야 당국은 부랴부랴 관련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공익신고를 접수에 즉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3월부터 5월까지 재사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며 주사기 재사용이 확인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의사 면허정지 1개월 등 행정 처분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의료계에서는 주사기 재사용이 언젠가는 수면위로 드러날 시한폭탄 같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일부 의원급 병원의 주사기 재사용은 그동안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문제였다"며 "정부에서 꼼꼼이 관리를 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관련 감시체계를 마련해 뒀다면 주사기 재사용 문제가 집단 감염사태로까지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료인의 윤리적 부분도 검증하는 의사 면허관리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도 주사기 재사용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문제의 핵심은 의사의 윤리적 불감증"이라며 "제 2의 다나의원 사태를 막기위해서는 의료면허를 전문적으로 심사하고 의사의 윤리적 부분까지 검증하는 선진국형 심사기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일단 올해 3월까지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 협의체'를 통해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와 보수교육 운영 개선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환자감염사례 등을 의료윤리, 의료법령에 포함하고 의료인 필수이수를 의무화 하는 등 의료인 보수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