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히스토리②-ⓑ]정치노선 및 행로 변화 관련
네이버 등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사 추천과 댓글을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구속기소된 ‘드루킹’ 김모(48)씨의 사이버 히스토리를 취재한 결과 김씨는 이른바 ‘친노친문’과 ‘친안희정’, ‘친김종인’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치세력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한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 인사청탁이 좌절되자 찬양일색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 의원, 청와대 핵심 인사 등에 대해 비밀결사 조직인 ‘제수이트’라고 규정하고 맹공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는 페이스북과 블로그, 트위터, 카카오톡 대화록 등 접근가능한 모든 디지털 자료를 바탕으로 김씨의 댓글 관여 정황이나 정치적 행보, 경제 분야 활동, 종교활동 행태 등을 차례로 분석, 보도한다.
◆“나는 노무현 지지자....동지이자 파트너”
김씨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원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알려진 김씨는 2015년 2월18일 블로그에서 “2001년 어느 날 저는 노무현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처음 모였다”고 적었다. 김씨는 페이스북에서도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지지자였다면 내 이름을 아마 대개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2017년 7월26일 팟캐스트와 8월1일 블로그 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점’에서 노 대통령을 ‘당골래(무당)’라고 평가했다. 그는 글에서 2006년 정찬용 전 참여정부 인사 수석에게서 들었다며 “노 대통령과 일을 하다보면 노 대통령이 이야기하거나 시킨 일을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아 노 대통령이 이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셨구나. 이것 때문에 이런 조치를 하라고 하셨구나’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는 거죠. 자꾸 놀래다보니까 청와대 있던 이제 수석이나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은 당골래다 당골래’라고 얘기를 많이 했다는 거예요”라며 ‘노 대통령은 당골래’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확한 표현으로 하면 노 대통령은 굉장히 직관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파트너라고도 했다. 김씨는 2017년 7월28일 페이스북에 “노무현도, 문재인도 나에게는 동지요 파트너였을 뿐이지 추종해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고 썼다.
◆문 대통령 “총사령관” 격찬...청탁 안되자 “제수이트” 비난
김씨는 문 대통령에 대해선 올초까지 열광적으로 지지를 보냈다. 그는 2017년 7월26일 팟캐스트와 8월1일 블로그 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점’에서 문 대통령을 ‘전쟁 지휘관, 총사령관’ 스타일이라고 극찬했다. 즉 “제가 볼 때는 어떻게 제가 표현을 하냐면 문 대통령은 전쟁에 있어서 지휘관, 총사령관 같다 라는 얘기를 제가 가끔 합니다. 어떤 의미냐면, 어떤 사안에 접근할 때 굉장히 전략적인 분입니다. 전략이 있어요. 전술과 전략이 있어요. 그니깐 노 대통령처럼 직관적으로 어떤 사안을 들이대가지고 이것을 깨부시면서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다면 이 문제를 도대체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아주 오래전부터 짠다는 거예요. 철저하게 어떤 계획에 의해서 움직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굉장히 전략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술 전략적으로 굉장히 냉철하다”며 “어떤 감정을 섞지 않아요. 제가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문재인 정권에 대해 비판 여론을 만들어내는 등 문 대통령에 대해 비판 모드로 돌변했다. 오사카 총영사직 인사청탁이 좌절된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실제 김씨는 지난 3월 자신이 이끄는 모임 ‘경제적 공진화 모임’ 채팅방에서 “노 대통령의 죽음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MB)와 노 대통령의 최측근 둘이 연루돼 있다”고 마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문 대통령과 김 의원이 연루된 것처럼 암시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김 의원,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을 비밀결사인 프리메이슨 같은 ‘제수이트(예수회)’라고 규정하고 “도덕성을 앞세워 정적들을 제거하는 게 제수이트의 수법과 너무 닮았다”고 공격했다.
◆“안희정은 후계자...지사 제거는 청와대의 음모”
김씨는 미투 파문에 낙마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차기 주자’로 점찍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일각에선 김씨가 안 전 지사가 차기 대통령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하고 미리 ‘줄’을 대려 했다고 분석한다.
김씨는 2017년 7월26일 팟캐스트와 8월1일 블로그 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점’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 경선에서 혼자 나와서 승리하는 것보다는 보다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쪽이 낫지 않나. 이 경선에서 멋지게 싸워서 거기서 이기는 그림이 나와야 국민적인 지지를 받지 않느냐 이런데까지 생각하는 이런 측면이 있다”며 “그러한 정치적으로 성장해야 되는 주자 중의 하나를 안희정 지사로 보고 있다는 거예요”고 호평했다.
김씨는 지난달 안 전 지사가 김지은씨의 미투로 낙마하자 청와대와 친문의 정적제거라며 음모론을 전개하기도 한다. 즉 올해 3월5일 페이스북에서 “(낙마한) 안 지사를 날린 건 그만큼 두려워서겠지요. 어둠 속의 그들에겐 안 지사가 얻게 될 정보와 조직이 아킬레스건을 끊을까봐 겁이 났겠지요”라고 말했다. “안 지사도 (청와대와 친문이) 천안갑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가라 하고 당대표 받으라고(출마하라고)할 때 안희정이 안받아서(그렇게 된 것)”라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노무현을 해친 놈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추미애, 대통령과 각세워 전략공천권 확보 욕심”
김씨는 민주당 추미애 대표에 대해서는 공천권 지분 등을 확보하기 위해 문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쿠데타’ 세력이라고 비난한다. 그는 2017년 8월20일 페이스북 글에서 전해철 의원의 글을 공유하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신을 지키려는 전해철 의원을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당을 바로잡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은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추미애발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이어 8월22일 페이스북 글에서도 “(민주당내) 정발위의 궁극적인 목표가 당대표의 전략공천권 확보라는 점이 명확해 졌다”며 “문 대통령하고 각세우고 추미애가 전략공천 20% 자기가 가지려고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9월18일 페이스북 글에서도 “나는 지금 이 나라 대통령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문재인 총리에 추미애 대통령인 것만 같다”며 “추미애가 대통령보다 상전인가? 일왕 히로히토쯤 되는가?”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김씨는 2017년 7월 1개월간 운영한 팟캐스트에서도 대부분 추 대표 비판에 할애했다. ‘추미애 당 대표의 위험한 행동’ ‘추미애 당 대표의 도발’ 등이 그것이다. 그는 지난해 7월31일 페이스북에서 팟캐스트 종료와 관련, “추 대표와 문 대통령 간의 갈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여론 환기가 이뤄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쓸 정도였다.
심지어 김씨는 추 대표를 견제하는 맥락에서 청와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에 대해 언질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는 2017년 7월26일 팟캐스트와 8월1일 블로그 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차이점’에서 “박 시장이 원래 3선을 안 나오려고 했지만 추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가겠다는 이런 의사를 보이니까 광화문(청와대)이 볼 적에는 이게 좀 문제가 되는 구도라고 본 것”이라며 “그래서 박 시장한테 3선 출마를 하라는 어떤 언질이 갔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재명 시장에겐 “동교동계 세작, 일베충” 공격
김씨는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언론 플레이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한 ‘일베충(일간베스트 이용자)’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김씨는 2016년 9월16일 자신의 블로그 글 ‘이재명은 동교동의 히든카드인가?- 2007년 정동영의 재림’에서 △2007년 열린우리당 탈당에 참여했고 △2007년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을 지원한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대표였다며 ‘동교동계 세작’ 등으로 맹비난했다.
이 전 시장은 이와 관련, 최근 “드루킹이라는 사람한테 저는 ‘탈당한 사람, 분당시킨 사람, 분열주의자, 동교동계 세작’ 이런 아주 심각한 명예훼손적인 공격을 당했는데 지금도 사실은 저도 공격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고 토로했다.
◆“최재성은 친추, 이해찬은 골프만...정청래는 반노” 비난
김씨는 이해찬 전 총리나 최재성, 정청래 전 의원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7년 8월 18일 페이스북 글에서 “최재성은 친추(친추미애)지 친문(친문재인) 아닌지 오래됐습니다. 지난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만나서 담판짓겠다고 뻘짓할 때 추미애 편들면서 노선 갈아탔죠”고 공격했다.
김씨는 이 전 총리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 말 안듣기 일쑤고, 총리직 수행할 때에도 뻑하면 골프치러 다녔다””(2017년 7월 30일 페이스북 글)고 비판했고, 정 전 의원에 대해선 “정청래는 2007년 열린우리당 탈당사태 때 노 대통령 뒤통수치고 나간 반노”(2017년 7월 30일 페이스북 글)라고 했다.
◆김종인과 전해철, 이례적으로 호감 및 지지
김씨가 호평하거나 적극 지지한 인사도 있다. 김씨는 2017년 7월30일 페이스북 글에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지난(제20대) 총선 때 문 전 대표가 김종인을 데려다 쓴 걸 잘 썼다”고 “정청래, 이해찬 (전 총리) 쳐내니까 중도가 우리 쪽으로 돌아서서 오늘날 더불어 민주당이 70~80% 지지 얻는 것 아닌가?”라고 호평했다.
전해철 의원에 대해선 적극 지지를 표했다. 즉 2017년 6월16일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자 다음날인 6월17일 트위터에 “새 법무장관으로는 전해철 의원이나 선거대책위원회 법률지원팀에서 일했던 신현수 (김앤장) 변호사가 검토되면 괜찮다”라고 썼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 선언한 지난 1월10일 페이스북 글에선 “경기도지사를 대통령후보가 되려는 발판으로 삼지 않겠다. 8년 하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한다고 밝혔다. 매우 바람직하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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