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사는 오후 2시부터 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경로로 수색을 이어갔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 박 상사보다 3m가량 앞서가던 달관이가 자리에 앉았다. 정찰견이 실종자를 발견했을 때 취하는 동작이다. 박 상사는 황급히 달관이 쪽으로 향했다. 조양이 바위틈 사이에 기대앉아 있었다.
박 상사는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통화에서 "발견 당시에는 탈진이 심해 솔직히 숨진 줄 알았다"며 "확인해 보니 숨을 쉬고 있었다. 안도했다"고 말했다. "조은누리양을 봤을 때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고도 했다.
박 상사는 평소 정찰견과 호흡을 맞추며, 탈영병은 물론 실종자 수색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조양을 찾은 일은 남달랐다. 박 상사는 "나에게도 고등학생 딸이 있다. 그래서 조양의 실종이 더 남일 같지 않았는데, 조양이 이렇게 잘 견뎌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지난달 23일 청주에서 가족 등과 등산하러 갔다가 실종된 후 열흘 만에 기적처럼 생환한 조은누리(14)양이 2일 오후 4시 55분쯤 충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박 상사는 언론 인터뷰를 여러 차례 고사했다. "내가 해낸 일이 아니다"는 취지였다. 박 상사는 "훈련하던 대로 함께해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조양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이날 저녁 부대가 있는 세종시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