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공개한 오비디오 체포 순간 영상 [AFP=연합뉴스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의 아들을 붙잡았다가 카르텔의 총격 저항에 못 이겨 놓아줬던 멕시코 당국이 체포 당시의 영상을 공개했다.
멕시코 정부는 30일(현지시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오전 정례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난 17일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에서 진행된 오비디오 구스만 체포 작전의 영상을 보여줬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구스만의 아들 중 한 명인 오비디오의 집을 급습해 신병을 확보했으나 그가 이끄는 시날로아 카르텔 조직원들이 총격전을 벌이며 거세게 저항하자 결국 오비디오를 놓아주고 후퇴했다.
쿨리아칸에서는 여러 시간 동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총격전이 펼쳐졌으며, 경찰과 민간인을 포함해 모두 13명이 사망했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2분가량의 영상은 체포 작전에 나섰던 대원들의 헬멧 카메라에 잡힌 것으로, 오비디오가 있는 집을 군경 대원들이 포위하고 있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얼굴이 가려진 한 여성이 먼저 두 손을 든 채 문밖으로 나오고 그 뒤로 오비디오가 썼던 모자를 벗어들고 별다른 저항 없이 체념한 표정으로 나왔다.
무장한 군경들은 오비디오를 바닥에 무릎 꿇린 채 채 벽을 향해 손을 들도록 했다.
카메라가 다시 오비디오를 향했을 때 그는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군경의 지시에 따라 누군가에게 전화해 집 밖에서 벌어지던 카르텔의 총격을 멈추라고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 통화 상대는 호아킨 구스만의 또 다른 아들 이반 아르치발도 구스만으로 추정된다고 멕시코 언론들은 전했다.
오비디오는 전화기에 대고 "다들 그만해. 난 이미 항복했어. 제발 그만두라고 해. 혼란을 원치 않아"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루이스 크레센시오 산도발 국방장관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오비디오의 전화를 받은 상대가 오비디오에게 총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군인과 군인 가족들을 위협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거센 총격이 이어지자 당국은 오비디오 없이 집 밖으로 나오기로 결정했다.
실패로 돌아간 이날 작전 이후 멕시코 내에서는 정부의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졌다.
사건 초기 정부의 설명이 엇갈린 것을 두고도 논란이 제기됐고, 현장에서 붙잡혔다 풀려난 호아킨 구스만의 아들이 한 명 더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아무것도 숨기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로 했다"며 영상과 함께 이번 사건의 상세한 타임라인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체포 작전은 미국 수사당국의 인도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3일 수배 중인 오비디오를 넘겨 받기 위해 멕시코에 체포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멕시코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