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얼 골 2021. 7. 15. 11:02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동연 전 부총리 측 제공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가 있다. 무엇을 우선 해결해야 하나?

“한국 사회엔 양극화, 저성장, 청년실업 등 여러 문제가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들이다. 해결방법으로는 예컨대 확대재정정책을 쓰는 식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의 뿌리도 봐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3가지다. 국가과잉, 격차과잉, 불신과잉 이렇게 3대과잉이다. 국가과잉은 국가주의, 관이 개입하는 경제개발 성공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격차과잉은 소득불균형, 교육격차, 자산격차 등 각종 양극화 문제다. 불신과잉은 이러한 과잉들로 빚어진 불공정과 갈등을 말한다. 3대과잉의 뿌리엔 승자독식 구조가 있다.”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동연 전 부총리 측 제공

 

 

 

김 전 부총리가 출간할 책 제목이 '대한민국 금기 깨기'다. 이는 어떻게 금기와 연결될까.

그는 1950년대 육상계에서 1마일(16km)을 4분 내에 달리지 못할 것이라는 '마의 벽'을 깬 로저 배니스터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육상선수들은 1886년 이후 4분벽을 깨지 못했고, 존 랜디 등 육상선수들도 1952년부터 4분 벽에 도전했다. 당시 의료계에서도 4분 내로 달리면 심장과 근육이 파열된다고 예측했다. 그러다 25세에 옥스퍼드 의대생인 배니스터가 1954년 3분59초4로 4분벽을 허물었다. 배니스터는 전통 훈련체계를 따르지 않은 아마추어 선수였는데 놀라운 사실은 그가 4분 기록을 깬지 46일만에 랜디도 3분58초로 신기록을 세웠다.

김 전 부총리는 “배니스터가 4분벽을 넘은 이후 1년내 37명, 2년대 300명이 기록을 깬다”며 “갑자기 인류가 빨라졌겠나. 금기를 깬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적 장벽,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생각조차 못한 '금기' 중에 승자독식 구조나 양당구조가 있다는 지적이다. 투쟁의 정치, 양당구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걸까.

 

 

 

“경제분야에서 보수와 진보의 쟁점은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비전 2030 작업을 했다. 한국 최초의 국가 장기전략으로 25년간 나아갈 방향과 재정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복지국가, 동반성장을 처음 꺼냈다. 과거에 경제성장을 해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틀로는 못 간다고 했다. 양극화와 저출산(저출생), 사회적자본도 처음 꺼냈다. 당시 간부들 앞에서 브리핑했는데 사회적자본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두 개의 전략, 경제사회 전반의 구조개혁과 정부의 선투자를 주장했다.

그런데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야당에서 '세금폭탄'이라고 비판했다. 세금폭탄 프레임에 갇혀 정쟁에 말려들어서 한 발짝도 못 나갔다. 25년을 내다보고 재원계획까지 세웠는데 정쟁의 대상으로 이념싸움만 해야 하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철지난 이념논쟁, 진영싸움을 뛰어넘어야 한다. 경제부총리 그만두고 전국의 지역을 다니며 농어민분들 청년 서민들을 만났다. 우리 국민의 잠재력과 저력을 확인했다. 생각이 달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양보하며 상생하는 모습들이다. 사회 지도층이 커버하지 못하는 엄청난 공감과 에너지가 있다. 보수와 진보라는 구시대 유물로 재단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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